사이클 영웅 암스트롱의 약물 스캔들

강명신 교수의 New York Times 읽기

2015-09-18     강명신 교수

“마피아는 감옥에 가도 끝까지 입을 다물어야 해. 그래야 조직이 가족을 보살펴준단 말이지. 사이클도 마찬가지야.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도 입을 다물어야 해. 안 그러면 모두가 등을 돌릴 거야.”

팀 리더였던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이 소속팀 US Postal Service 팀원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한때 동료였던 플로이드 랜디스 (Floyd Landis)가 2010년 4월 한 LA 레스토랑에서 식사 도중 사이클 관계 자에게 도핑 사실을 공개하면서 나온 말이다.

사이클 제왕 암스트롱의 충실한 팀원들이 지켜오던 침묵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지난달에는 역사상 가장 교묘한 도핑수법이 드러났다. 게임 전 자기 혈액 재수혈, 올리브유에 섞은 테스토스테론 복용, 인공 EPO (Erythropoietin) 주사, 저산소방을 써서 인공 EPO 양성 검사 피하기 등. 지난 달 뉴욕타임스에는 암스트롱이 커리어 내내 이어 온 도핑에 대한 기사가 몇 번이나 실렸다.

팀 의사가 큰 역할을 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탈리아 의사 미켈 페라리(Michele Ferrari)는 양성 반응을 피하는 데 귀재였다. 양성 반응을 피하기 위해 피하주사 대신 정맥주사로 EPO를 주입하자는 제안도 그가 했다고 한다. 저산소방 (hypoxic chambers)을 쓰자는 제안도 했는데 이유는 EPO 검사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생체에서 합성되는 에리스로포이에틴 호르몬의 이름을 딴 EPO가 1980년대 생명공학 약제 개발 바람이 불 때 만들어졌다. 약제를 개발한 Amgen사는 합성 EPO 특허를 따낸 후,
Johnson&Johnson;사와 파트너 십을 체결하고 세계 최대 생명공학 회사로 성장한다. 에페드린보다 안전 하고 더블 에스프레소보다 효과적인 에너지 부스터로 여겨졌다.

얼마 후 두 회사는 EPO 브랜드 Epogen과 Procrit를 판다. 1990년대에 는 사이클 외에 육상이나 스키 등 지구력이 필요한 선수들이 사용하게 된다. 암스테르담이나 프랑스 마르세유의 암거래상에게 돈만 내면 됐다. 1994년에는 이런 약제 마케팅이 주류로 들어온다. 약제 적응증을 피로와 우울증, 그 외 삶의 질 문제로 확대한 덕택이다. 피로하고 돈 많은 이들 이 제조사 중역이‘ red juice’라 부른 이 약제를 주사해달라고 청하게 된다.

규제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오프레이블 프로모션에 의사들이 가담한 사실이 2007년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이 와중에 과학자들이 약제 자체 의 문제점을 밝혀냈다. 적혈구 생성에 도움되지만 혈액에 덩어리를 만들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결과였다. 뇌졸중과 심장 마비 위험, 암세포를 증식시킬 수도 있었다. 작년에야 규제기관이 최대한 쓰지 말라 고 경고했다고 한다.

조사 중역이 ‘red juice’라 부른 이 약제를 주사해달라고 청하게 된다.

규제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오프레이블 프로모션에 의사들이 가담한사실이 2007년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이 와중에 과학자들이 약제 자체의 문제점을 밝혀냈다. 적혈구 생성에 도움되지만 혈액에 덩어리를 만들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결과였다. 뇌졸중과 심장 마비 위험, 암세포를 증식시킬 수도 있었다. 작년에야 규제기관이 최대한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유전공학기술의 의학적 이용, 의사 등 의료제공자의 가담, 이용자의 요구가 만든 오케스트라였다. 기사를 쓴 캐슬린 샤프(Kathleen Sharp)는약제의 무책임한 사용에 대해 의료제공자와 문화를 탓한다. 리얼리티TV 쇼 꼬마 스타인 일곱 살 하니 부 부(Honey Boo Boo)가 에너지 유지를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야 한다고 느끼는 문화는 Tour de France 7회 우승자 암스트롱이 도핑 내력을 계속 숨기는 대담함을 뽐내는 문화라는 것이다. 샤프는 빨리 쉽게 유명해지고 좋은 것은 많이 쓸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풍조를 탓한다.

마이클 샌델은 타고난 재능과 능력, 노력에 의한 성취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도핑을 반대한다. 스포츠라는 활동의 목적이 지닌 도덕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의학이라는 활동의 목적이 지닌 도덕적 가치는 무엇일까?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난 일들이 많아진 의료현실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대와 풍조, 문화 탓만 할 일인가.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 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