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영역의 천연물 특집’ (1)
1) 에키네시아(Echinacea)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 박사
# 연재를 시작하며
일반적으로 어떠한 질환이 나타내는 임상적인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을 시행하는데 사용되는 서구적 약물요법은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약물학에 기반을 두고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진 다양한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된 기간은 한 세기 정도에 불과하다.
오늘날 질병치료를 위해 주로 사용되는 약물처방의 약 30%는 천연자원에서 나온 것이다. 그 중에는 1775년에 영국의 ‘위더링’에 의해서 디기탈리스로부터 추출되어 강심제로 사용되는 digoxin이나 키나껍질에서 추출되어 말라리아 특효약으로 사용된 quinidine, 의성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되어 처음으로 처방되고 로마군의관 ‘디오스쿠리데스’에 의해 국소요법제로 개발된 대표적인 소염진통제 살리실산(아스피린)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대증요법에 사용되어 왔던 약물의 대부분은 천연약초나 그 추출물이었다. 그 중 수용성 추출물에는 우려낸 것이나 달여 낸 즙 등이 있으며 alcohol 추출물의 경우는 틴크제 형태로 사용된다.
한편 건강식품은 특정한 신체적 문제나 질병에 대한 개선효과를 도모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영양복합체를 말한다.
현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수의 건강증진 제품들이 치료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약초를 포함하는 천연물의 조합체나 혼합물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치과영역에서는 치약이나 구강청정제의 향기로움을 더하기 위하여, 또는 신선한 맛을 내기위하여 멘톨이나 mint와 같은 약초에 의존하는 것에서부터 출혈이나 염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외용제와 내복약 등에 수많은 종류의 약초추출물이나 파생물의 첨가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한 치과제품들은 전형적으로 수렴제, 살균제, 항 염증제, 면역촉진제, 혈액순환 개선제, 조직 치유제 및 진정제, 그리고 호흡청량제 등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천연물들을 함유하고 있다. 이처럼 근래에 구강악안면 영역의 국소적 적용 또는 전신적 투여로 치료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진 제품의 종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주조직의 건강유지를 위한 외용제는 치태예방과 항 염증효과가 중요한데 특정성분이 보유하는 수렴작용이나 살균효과 때문에 천연물들을 이용한다.
그리고 후박(厚朴)이나 홍화(紅花), 옥수수의 씨눈 등 치주질환 개선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전신투여용 천연물뿐만 아니라 금은화(金銀花)나 황백
(黃柏)과 같은 항균요법제, 몰약(沒藥)이나 현호색(玄胡索)과 같은 진통요법제, 그리고 금사슬나무와 같이 금연요법에 효과를 발휘하는 천연물들도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치과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거나 활용이 가능한 국소적용 또는 전신적용 천연물들의 종류와 효과에 대하여 향후 약 40여 회에 걸쳐 차례차례 조명 해 보고자 한다.
#에키네시아(Echinacea)
에키네시아는 국화과의 다년생 화초로 굵고 길쭉한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줄기 꼭대기에 여러 가지 색상의 꽃이 핀다.
꽃중앙의 꽃술부분은 뾰족하게 원추형으로 돋아나 있어 영어로는 콘플라워(cornflower)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언뜻보면 가시가 비죽비죽 돋은 성게같아 그리스어로 성게를 의미하는 ‘echinos’에 유래한 ‘Echinacea’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미가 원산지로 북미 원주민들이 많이 이용하여 ‘인디언의 허브’ 라는 이름으로 호칭되기도 하였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인디언 거주지역에서 수천 년 이상을 만병통치나 다름없는 허브로 귀하게 여겨 사용해 온 흔적들이 발견된다고도 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에키네시아를 감기나 독감부터 폐렴, 기관지염 등의 감염은 물론 칼에 베였을 때나 벌레, 뱀에 물린 상처 등 크고 작은 외상에서부터 디프테리아나 학질, 홍역이나 볼거리와 같은 전염성 질병이나 치통 등에도 사용하였다.
그리고 콜롬부스의 신대륙 발견이후 아메리카에 처음 정착한 이민자들이 혹독한 기후와 낯선 풍토병으로 고생하다가 인디언들이 권한 에키네시아를 복용한 후 그 효능에 놀라 유럽에 전파시킨 것이 서구사회에 처음 에키네시아가 소개된 계기였다. 이처럼 쌍떡잎식물 중 국화과 허브의 한 종인 에키네시아는 아메리카 대륙의 북미 대평원에 서식하는 야생식물로 유럽에 전파된 다음에도 오랜 동안 감기나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에 대하여 면역 기능을 증진시키는 전통식물로 널리 사용되어왔다.
에키네시아의 경우 국화과 식물로 감기예방에 효과가 있어 외국에서는 식이보충제는 물론 캔디, 차 등 일반식품에도 널리 사용된다.
‘한화제약’의 호흡기면역 증강제 ‘에키나포스’는 에키네시아로부터 추출한 성분이 주원료로, 면역력 증강 및 항바이러스효과를 보유하여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인기를 얻었던 제품이다. 그리고 같은 성분인 ‘고려제약’의 ‘이뮤골드’도 코로나19 감염증의 증상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래에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생물반응장치를 이용하여 조직 배양된 에키네시아 식물체의 조직재생, 상처치유, 그리고 염증억제 등의 약리학적 활성에 대한 효능이 확인되었다.
위의 연구에서 생물반응장치를 이용하여 에키네시아 배양물 성분에 대한 효능·효과를 평가한 결과 항산화 효과 및 단백분해효소 발현억제 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던 것이다. 즉 외부환경에 의한 피부노화와 같은 현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인 활성산소종의 소거 효과가 우수함이 확인되었으며 B16 melanoma 세포 내에서 tyrosinase의 발현을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멜라닌 합성도 억제하였다.
상피조직과 관련하여 진피층의 extracellular matrix(ECM) degradation에 관여하는 콜라겐 분해효소인 MMP(Matrix Metalloproteinase)-1, MMP(Matrix Metalloproteinase)-2의 발현역시 저해되었다. 이는 세균의 독소를 비롯한 각종 자극요인에 의한 치주조직의 손상을 개선하거나 방지하는 효과가 있음을 암시한다.
치과영역에서는 주로 구강용품(가글용액이나 치약) 중에 치주조직의 염증을 억제하고 구강 내 상피나 결합조직 재생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에키네시아(Echinacea) 추출액이나 배양액이 첨가된다. 이와 같은 에키네시아의 구강 내 조직재생 효과는 물리, 화학적 자극이나 세균성 독소에 의해 발현되는 염증반응 매개물질인 히알유로니다제(hyaluronidase)의 저해와 연결된 조직의 손상예방, 세포결합물질을 만드는 조직세포의 형성자극 등을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