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곧 정의?

2020-07-10     박용환 기자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것이다.”이는 종종 재판에서 승리한 사람이 외치는 지극히 상투적이며 대동소이한 표현으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은 곧 정의일까우리나라는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3심제를 두고 있다얼마 전 현직 지자체장이 1심에서 벌금 90만원,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시장직 박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을 파기환송 했다.

같은 사건인데, 1심과 2심이 다르고 2심과 3심의 판결이 다를까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판결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 전제를 바탕으로 3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따라서 법원의 판단이 곧 정의를 의미한다고 100%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의문이 든다.국회의원의 딸이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돼 얼마 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초범에 반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 판결의 주된 이유였다. 그때 비교됐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4년 익산의 한 식당에 들어가 고추장과 라면 한 개를 절도한 혐의로 김모씨가 징역 36개월의 실형을 받은 사건이다.

물론 김모씨는 1년여에 걸쳐 총 4번의 절도 사실이 인정돼 가중처벌이 적용된 사례다그렇다면 아무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범죄를 저질러도 초범이라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곧 정의일까?

작금의 대한민국 치과계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협회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이었다.

지난 7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협회장이 후보 당시 당선 즉시 1억 원을 기부하겠습니다. 개인 대출을 받아서라도 1억 원을 대구·경북 지부에 기부하겠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2시간 뒤 코로나 특별지원 재원 1억 원을 마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수정했던 사실에 대해 선거관리규정 제68조 제1항 제4(선거와 관련하여 금품, 향응, 음식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요구 또는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2020220일 선관위 승인을 받지 않고 회원들에게 선거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제34조 제2(매회 전송하는 때마다 선관위를 통해 전송해야 한다)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2시간 만에 바로 삭제 요청했다는 점과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경미한 경고 조치를 받고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위반행위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이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는 선거관리규정에 위반되는 공약을 배포하고도 2시간 안에만 철회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일까?

선거관리 규정을 어기고도 경고 정도라면 한 번쯤은 위반해도 된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일까?

선거가 갖는 가치와 무게를 생각한 판결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그리고 본 기자는 이번 가처분신청 기각과 관련해 간과되고 있는 점에 대해 감히 제기한다.

협회장이 이번에 처음 선거에 나왔다면 그러한 위반에 대해 백번 양보해 실수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협회장은 이번이 세 번째 선거였다.세 번이나 출마했던 후보라면 누구보다 선거관리 규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선거관리 규정을 잘 알면서도 당선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위반은 해도 된다는 고의가 있었다면 공명정대한 회무운영이 가능할까?

3번이나 선거에 출마했으면서 선거관리 규정을 잘 몰라 위반했다면 그러한 협회장이 미래 치과계의 비전은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까?

어쨌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은 기각됐다법은 우리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수단인 만큼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마땅하고 지켜져야 한다.

향후 선거 당선무효 확인 본안소송으로 갈지 여기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개인적인 유감 또한 덧붙이고자 한다.

협회장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상대 후보자와 본지가 결탁해 협회 회무농단에 나섰다며 유포한 것에 대해 심대한 유감을 표하며 회무농단과 관련해 어떠한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가 표심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관련 판결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용환 기자는 평화방송 아나운서, PD로 활동했으며, 북콘서트를 기획제작하기도 한 사회복지학 석사다. 대한치과위생위생사협회 취재기자를 거쳐 본 지 취재기자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