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영역의 천연물특집 (13)
카라기난(Carrageenan)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시지, 햄, 두유, 과자나 캔 커피, 아이스크림 등 온갖 식료품과 치약을 비롯한 의약품, 화장품과 같은 수많은 생필품에 골고루 함유되어 있는 ‘카라기난’.
식품이나 약제의 점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증점제인 카라기난은 ‘Irish moss’라고 하는 해초 중 홍조류인 ‘진도박(Chondrus)’이나 ‘석초(Giartina)’에서 추출하여 얻는다.
인간이 해초로부터 추출된 카라기난을 식용이나 의약품, 비료원료 등으로 이용해 온 역사는 무려 5천여 년에 이른다. 그러나 600년 전, 아일랜드남부 해안지방의 ‘카라겐(carragheen)’ 마을주민들이 ‘Irish moss’라는 붉은 해초(홍조류)를 카라기난의 제조 원료로 사용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을의 이름을 따서 ‘카라기난’으로 불리게 되었다.
카라기난이 인간의 주식으로까지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백 년 전인 19세기 중엽 남부 아일랜드의 해안 거주민들이 스프 재료로 사용하면서 부터다. 당시 아일랜드 지방에서 흉년이 들어 감자기근이 발생했을 때 지역주민들은 카라기난의 원료인 ‘chondrus’를 해변에서 채집하여 스프로 조리하여 먹음으로서 기근을 극복했다. 이때부터 ‘세인트 패트리커(st. patricks soup)’라는 이름의 ‘카라기난 스프’가 탄생했다.
카라기난은 ‘진도박(chondrus)’와 같은 홍조류 해초식물을 물이나 뜨거운 알칼리 용액으로 추출한 다음 정제해서 얻는 물질로 냉수에는 잘 녹지 않으나 80~85℃의 고온에서 완전히 용해된다. 그리고 식으면서 50~55℃에 이르러 겔(GEL)화되기 시작한다. 일단 GEL이 되고난 후에는 보수력이 우수해 시간이 지나도 점도가 변화하지 않으므로 증점제(thickener)와 안정제(stabilizer), 텍스처라이저(texturizer)로써 식품첨가물 및 화장품, 의약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 가장 광범위한 사용분야는 식품첨가물로서 빙과류, 디저트, 제리, 과자, 음료를 비롯하여 햄이나 소시지 등 육가공품에 이르기까지 용처가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점성 고분자전해질인 ‘다당류혼합물’로서 식품의 분산제나 안정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카라기난은 1871년 ‘보르가드(Bdurgade)’씨가 알코올침전 원리를 이용하여 세계최초로 공업적 제조특허를 얻었다. 그러나 실제적인 상업적 규모로 상품화된 시기는 1937년 이후이며 특히 2차 대전이 끝나고부터 전 세계적으로 그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1953년 ‘Smith’등에 의한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 자연 상태의 카라기난 조성은 KCl에 침전되는 ‘κ(Kappa)-카라기난’과 침전이 되지 않는 ‘λ(Lambda)-카라기난’등 여러 가지 성분의 혼합물임이 확인되었다.
카라기난은 분자 중에 황산기를 가지고 있는 ‘황산화 갈락탄’으로 되어 있고 황산기의 수, 결합된 위치에 따라 κ,ι,λ로 구분한다. 카라기난을 가수분해하면 ‘D-갈락토오스’, ‘3.6-무수-D-갈락토오스’, ‘황산’을 얻을 수 있는데 ‘κ-카라기난’은 칼륨과, 칼슘으로 겔화되고, ‘ι-카라기난’은 칼슘으로 겔화되는데 ‘λ-카라기난’은 이러한 무기질 없이도 점성액이 된다.
즉 ‘λ-카라기난’의 구성성분은 ‘갈락토오스’와 ‘3,6-탈수갈락토오스’의 중합체, 그리고 ‘황산칼륨’, ‘황산나트륨’, ‘황산칼슘’, ‘황산마그네슘’ 및 ‘황산암모늄’의 에스테르이다. ‘κ-카라기난’은 주로 ‘D-갈락토오스-4-설페이트’와 ‘3,6-탈수-D-갈락토오스’의 변칙적 중합체이다.
‘카파(κ) 카라기난’은 칼륨과 칼슘으로, 그리고 ‘아이오타(ι) 카라기난’은 칼슘으로 겔GEL)화 되지만 ‘람다(λ) 카라기난’은 겔이 되지 않고 점도만 상승하는 특성을 갖는다.
카라기난은 분자 중에 황산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음전하(negative charge)를 띠는 특징이 있고 산성조건 (pH4.0 이하)에서는 겔 강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중성식품에 식품첨가제로 사용할 수 있다.
카라기난은 장에 의해서 흡수가 잘되는 특성을 보이지만 세포 내에서는 카라기난의 대사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세포가 카라기난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포에 이 물질이 축적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이와 함께 세포 내에서 카라기난의 자가 붕괴 기전이 발생한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하여 진행되면 소화기관에 궤양이 발생하는데 이 궤양이 진행하여 악성(malignancy)을 나타냄으로써 암으로 발달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래서 카라기난은 한때 미국과 일본에서 발암물질의 일종이라는 논란이 있었던 물질이다.
하지만 2001년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 회의에서 카라기난의 안전성이 검증된 바 있고, 2013년 5월 미국 농무부(USDA) 국립유기프로그램(NOP)에서 카라기난을 승인목록에 유지하기로 결정해 현재까지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취급받고 있다.
그리고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도 카라기난을 인체 발암성분이 아닌‘Group 3(3군)’로 분류하고 있다. Group 3라 함은 ‘인체의 발암성에 관한 미분류 물질’로서 불충분한 인간 대상 연구 자료와 동물실험 결과가 존재하는 경우여서 신뢰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카라기난(carrageenan) 성분이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항바이러스 작용뿐 아니라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카라기난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이오타(Iota) 카라기난’, ‘카파(Kappa) 카라기난’, ‘람다(Lambda) 카라기난’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아이오타 카라기난’은 동물실험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진바 있다.
즉 2009년 유행성 독감과 H1N1인플루엔자 균주의 등장으로 감염병 치료 필요성이 강조됐을 때 오스트리아에서는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위독한 상태의 쥐에게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아이오타 카라기난’을 비강에 분무, 주입하였다. 그리고 48시간이 경과한 후에 대조군에 비해 명백한 병세의 호전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른 후속 임상시험으로, 201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의과대학’ 연구팀은 심한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이는 21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7일간 카라기난을 투여한 결과 유의성 있는 병세완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군보다 약 2.1일 더 빠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2014년 ‘대만국립해양대학(National Taiwan Ocean University)’에서 진행된 면역력 증진에 관한 실험에서도 카라기난이 ‘HTP(하이드록시트립토판; -hydroxytryptophan)’의 표지수치를 올리고 각종 면역요인이 되는 유전자 발현을 증대시켜 면역력을 강화함으로써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효과가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카라기난’이란 명칭은 1959년 미국 화학학회의 분과학회였던 ‘미국 유기부 학회’에서 처음 제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카라기난은 미국FDA에서 ‘식품첨가물’로써의 사용을 승인한 1961년 이래 중요한 의약품 및 화장품 원료로써 안전성을 인정받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식품첨가물공전"에 정식으로 등록돼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치과영역에서는 주로 치약이나 국소적용제제 또는 소독용 젤의 겔화제, 증점제, 유화안정제, Fat replacer, 결착제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