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의 형사처벌
명예훼손법이 중세 영국의 보통법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하면서 명예훼손에 대한 응징은 바로 형사처벌을 의미했다. 역사적으로 명예훼손을 범죄로 취급해 온 이유와 목적은 권력과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현 시대에도 명예훼손죄는 국가를 존속시키기 위해 형벌을 활용하는 권위주의 독재국가와 폭넓게 연관되어있다.
시대를 관통하여, 지배자와 지배계급의 안위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것은 언론자유에 따른 비판이었다. 민주주의국가에서조차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은 무능과 부패의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인과, 권위에 도전하는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한 정부도구로 사용된다.
# 명예훼손 형사 처벌 이유는 정치적 동기 때문
민사상 손해배상이 명예를 훼손당한 개인에게 적절한 구제 수단이 됨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것은 이처럼 그 배후에 정치적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유엔의 ‘의견과 표현에 대한 특별위원회’ 등 세계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명예훼손의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명예훼손의 형사처벌은 정부 기관과 관리들에 대한 합법적 비판을 처벌하면서 반대와 토론을 억압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려우며, 전제 및 독재권위주의 정권의 불행하고 낡은 유산이기 때문에 언론자유의 개념을 지지하는 어떤 사회에서도 존재할 여지가 없다.
형사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언론은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에게 공개되는 정보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 역시 제약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권력의 악용과 남용의 위험이다.
형사처벌을 위한 검찰의 기소권은 남용되고 자의적으로 이용된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형법상 명예훼손을 폐지하거나, 설사 법령에 남겨두더라도 거의 활용치 않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가나, 스리랑카 등은 명예훼손의 형사처벌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이나 영국,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언론에 대한 기소는 극히 드물거나 법을 매우 좁게 해석한다.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은 언론자유와 자유언론을 위협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형법 307조 등은 명예훼손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기소도 적지 않다. 대부분 정치인들과 언론인 사이의 공방에서 비롯된 정치적 명예훼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기간동안 자신을 비판했던 언론인을 구속하고 처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많은 나라에서 퇴출되거나 실제 사장된 형법상 명예훼손이, 선진국을 갈망하는 한국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출처: 한국의 언론 자유와 언론 관련법 그 문제와 개혁방향-손태규(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