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영역의 천연물특집(17)

담배(Tabacco)-1

2020-08-23     김영진 박사
인공적으로 재배되는 담배(Nicotiana tabacum)와 담배 꽃

담배는 오래 전부터 인간과 함께 공존해 왔다. 기원전 5천여 년 전부터 세계의 여러 문화권에서 흡연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흔적들이 보인다.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전래되는 전설에 의하면 너무나 못생겨서 어떤 남자도 만나주지 않는 현실에 비관하여 자살하기로 결심한 여자가 '내가 죽으면 세상의 모든 남자들과 키스 할거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는데 그녀가 죽은 자리에서 자라난 식물이 바로 담배였다고 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마야인과 아즈텍인이 종교행사나 제사 때 일종의 샤머니즘 의식으로 담배를 피웠는데 초기의 흡연은 모두가 이처럼 샤먼이나 성직자가 치르는 종교 의식 중의 하나였다. 그 일례로 서기 7세기경에 지어진 남미의 마야신전 벽에서 제사장의 담배피우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아즈텍인들의 신화에 의하면 아즈텍의 신 치후아코아 후라틀은 전신이 담뱃잎으로 이루어진 몸을 지녔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는 성직자는 거룩함을 상징하기 위해 담뱃잎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 실제로 지금도 마야의 첼탈족은 새해가 되면 매번 담배를 신에게 제물로 바친다. 유럽, 인도, 중국 등지에서는 담배 대신에 대마초를 사용했는데 고대 그리스의 델피에서는 여사제들이 대마초를 피운 후 환각상태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담배나 대마초를 사용하는 초기의 흡연이 샤머니즘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훗날 흡연은 즐거움과 사회관계를 위해서 널리 행해졌다. 마야문명에서는 적어도 10세기 이전에 담배를 피우는 흡연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일반화 되었다.

아메리카 신대륙의 담배가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149210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의해서였다. 그는 담배를 아메리카 인디언으로부터 얻어 귀국한 후 에스파니아 왕에게 진상했다.

니코틴이란 명칭은 포르투갈주재 프랑스 대사였던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언어학자인 장 니코(Jean Nicot)’의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그는 1560년에 품질 좋은 브라질산 엽연초에 ‘Nicotiana tabacum’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 잎담배와 씨앗을 파리로 보내 흡연의 풍습을 프랑스에 만연시켰다. 이후 린네가 이 명칭을 받아들여 ‘Nicotiana’라는 이름으로 정착된다.

영국에서는 16세기 후반에 귀족인 월터 롤리가 처음으로 담배를 사용했는데 궐련 만드는 기술이 없어 잎담배로 피워야만 했다. 당시에는 담배가 무척 귀했으므로 방에서 몰래 혼자 피우곤 했는데 어느 날 하인이 주인의 뒷모습을 보니 머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이었다. 기겁을 한 그는 주인머리에 불이 났다고 고함치며 물통을 들고 달려와 그냥 머리위에 끼얹어버렸다는 일화가 전한다.

유럽에 담배가 처음 보급되고 한 동안은 일종의 약초로 취급되며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효험이 있는 예방약으로 인식되었다. 심지어 건강증진과 구취제거 등의 이유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흡연을 강요하기까지 했었다.

니코틴은 1828년 독일인 화학자인 포셀트라이만에 의해 처음 추출되었고 그 작용이 멜센스에 의해 1843년에 기술되었다. 그리고 화학적 구조는 1893아돌프 피너에 의해 규명되었고 1904년에 픽텟크레포에 의해 최초로 니코틴의 인공적 합성이 이루어졌다.

미국에서 1800년대 말에 궐련 만드는 기계가 발명되고 1, 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에서 군인들에게 담배가 무상으로 공급되면서 니코틴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컸는데 여성의 흡연은 남녀평등의 상징이라며 여성흡연을 적극 권장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즉 담배화사 럭키 스트라이크의 광고담당자 에드워드 베네이즈는 심리학자 ‘A.A. 브릴과 함께 여성흡연은 여성해방의 상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흡연을 부추겨 담배 소비량을 크게 늘렸다.

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군대에서의 정규적인 보급은 물론 미군은 아예 전투식량(레이션)에 담배를 포함시켜 니코틴 중독자를 양산했다. 당시 미군은 전시상황에서 심신을 혼미하게 한다며 술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대신 긴장상태나 가혹한 상황에서 정신을 집중시키고 졸음을 쫓을 수 있는 각성제로써 담배와 커피를 병사들에게 적극 권장했다. 심지어 종전 후 독일에서는 미군의 담배가 대용화폐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담배를 피우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스트레스의 해소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 흡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원인들을 종합해 볼 때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목적은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면서 감정적인 안정 및 이완감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이로 인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는 니코틴을 신체적 의존이 심하지 않고 사회에도 큰 해독이 없는 단순의존(dependence)으로 마약이나 코카인과 구별하였으나 니코틴도 마약과 동일한 도파민 방출기전에 의하여 신체적 의존성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시에 개인에 대한 해독이 사회에 끼치는 해독과 동일시되면서 현재는 마약이나 코카인 중독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된다.

흡연으로 인체에 흡수되는 독성물질 중 가장 중요한 3가지 물질을 예로 든다면 니코틴과 타르, 그리고 일산화탄소이다. 니코틴은 강력한 습관성을 갖게 해 담배를 일단 피우기 시작하면 끊지 못하게 하며 흡연이라는 나쁜 생활습관을 지속하게 한다.

흡연을 통해 연기와 함께 폐로 들어간 니코틴은 혈액 속으로 신속하게 흡수된 다음 혈액 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뚫고 뇌와 여러 장기에 산재하는 니코틴 수용체에 도달하여 도파민을 비롯한 각종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니코틴 수용체가 분포하는 VTA(ventral tegmental area)에 위치한 도파민생성 뉴런들은 니코틴 수용체에서 니코틴과 반응하여 도파민의 방출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증가된 도파민에 의한 보상 프로세스로 쾌감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니코틴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이다.

니코틴은 이와 같이 도파민에 의한 중추신경계의 감수성 항진작용 뿐만 아니라 내장기관의 신경을 거쳐 부신수질에 작용하여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에피네프린의 방출도 유도한다. 또한 스트레스 반응의 하나로 부신수질 내 신경절형 수용체에 작용함으로써 세포 탈분극화와 칼슘의 유입을 일으킨다. 칼슘은 크롬친화성 과립의 방출을 야기하고 그로 인해 혈류내로 에피네프린과 노아에피네프린이 방출된다. 에피네프린과 노아에피네프린 같은 아드레날린의 방출은 혈중 글루코스 수치뿐만 아니라 심박동과 혈압, 호흡수를 증가시킨다.

초과용량의 니코틴이 흡수되면 즉각적인 독성을 나타내어 중추신경계의 흥분과 진전(tremor)을 일으킨다. 고용량에서는 경련과 함께 이차적으로 호흡근의 말초차단에 기인하는 호흡부전 으로 사망한다. 담배 한 개비당 약 5mg의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는데 일시투여에 의한 성인 치사량은 60mg 정도에 불과하다.

니코틴에 의해 니코틴 수용체에서 도파민이 유리, 방출되는 과정

다음 호에 계속

김영진 박사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중앙약사심의위원회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