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책 (11)

2020-10-19     강명신 교수

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공공정책, 열한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번엔 중앙정부의 역할범위가 엄청나 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역할을 하는 데까지 그 정책을 결정하는 과 정은 늘 어렵다고 하셨고요.

: 그렇죠. 특정 의료행위나 의료기술의 사용에 대해서라고 해두고, 한 번 봅시 다. 금지하기도 허용하기도 하고 허용하면서 권장할 수도 있죠?

강: 예. 정부가 다른 기관과 계약을 맺어서 간접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고 직접 시 행할 수도 있고요.

: 그래요, 그건 정부의 역할범위가 그렇다는 거였고, 그렇게 하게하는 결정은 어떻게 되죠? 그 의료행위나 의료기술과 연관된 이해당사자들의 범위까지 고려하려면 복잡해지죠.

: 예. 무엇보다 도덕적인 쟁점이 결부되면 좋은 대안을 정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요. 그런데 이제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결정하는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결론으로 나오면 좋겠어요.

: 그럼, 구체적으로 가 볼까요? 배아조작을 예로 들어서 말해봅시다. 실제로 연방정부공무원이 이런 발언을 했어요.

: 예. 어떤 말을 했는데요?

: 인간의 배아를 조작하는 것에 대해서 도덕적인 쟁점이 워낙 중요하고 인류역사에 미치는 의미가 크니까 과학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어때요?

강: 아, 예. 그 합의가 문젠데요. 전후 맥락을 몰라서 전 잘 모르겠어요.

샘: 우리가 이 모든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내가 강조한 게 있어요. 현대사회가 처한 도덕적 현실에 대해 뭐라고 했었죠?

: 네, 그건 바로 다원주의입니다! 다원주의를 거론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암튼 계속해 보세요.

: 아니, 그냥 생각을 해봐요. 이미 의견들이 분열되어있는데 과학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대체 뭔지를.

: 보나마나 그건 배아조작에 대해 학계의 합의가 있어야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려요. 선생님 생각도 갑자기 궁금한데, 도덕적 쟁점에 대해서는 논의도 없이 바이패스 하자는 말씀은 아니시잖아요, 그렇죠?

샘: 내말부터 들어봐요,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면, 그 공무원이 의도 했든 안 했든, 전면금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 되어버리고 마는 거예요.

: 현행유지가 일단은 제일 쉬운 대안이니까요.

: 꼭 그럴까요? 아무튼 찬반 양쪽의 절대주의자들은 자기네 의견 아니면 안 된 다는 주의니까 어려워요. 인공임신중절도 한 번 생각해 봐요.

강: 똑같은 말씀 하시려는 것 같은데, 전 벌써 답답해지네요.

샘: 임신기간에 아무런 제한을 안 두고 연방에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쪽과 인공임신중절을 아예 다 반대하는 쪽이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양 쪽 진영이 다 연방대법원 결정을 탐탁찮게 여기겠죠?

강: 예. 그래서요, 선생님? 점점 그 합의의 전제가 문제라는 말씀으로 가고 있는데요. 샘: 합의를 요구한다는 것이 자칫 어떤 정책도 결정 못하고 표류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 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