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3)

2020-12-11     강명신 교수

오래된 책 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좋은 의사세 번째 시간인데요, 선생님이 정리한, 좋은 의사의 마인드 중에서 이해상충, 그러니까 의사자신의 이익을 앞세울 가능성, 더 자세히 말하면, 의사 자신이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가능한 조건에 놓일 가능성을 안다는 것까지 짚어봤어요.

: 그 다음엔 이게 있어요. 최선, 그러니까 의료서비스의 과정과 결과에서 최선이 뭘까에 관해서 환자의 견해를 잘 살펴야 하는데, 그 환자의 견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요인들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요. 그 요인이 문화적인 것일 수 있고, 인간관계 면일 수 있고, 또 도덕적인 면일 수도 있어요. 의사는 자신의 도덕적인 소신을 지키면서도 그런 다양성을 존중하는 판단을 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 환자의 생각이 나와 다르면 거기서 뭔가 장벽을 만났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단 바쁜 시간 중에는 답답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 환자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환자는 물론이고 함께 진료하는 동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그 사람들을 사람으로서 존중하겠지요. 좋은 의사는.

: , 선생님.

: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는 겸손함도 있지만, , 환자를 교육함으로써 환자가 자율성을 갖고 행사할 능력을 더 키우게 도와주는 노력도 할 겁니다. 그리고 예외적이긴 하지만, 정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환자의 자율성을 넘어서는 용기도 있을 것이고요.

: ! 그 말씀, 전문가로서 정직하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그게 참 어렵거든요.

: 그래요. 환자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 환자를 설득하는 용기, 그 노력,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 . 그리고 정직성에 대해 별도로 적으신 게 있는데, 실수가능성이라든지 기술의 한계에 대한 정직성이요. 기술시대의 좋은 의사는 말씀대로, 자기 자신 그리고 현대의 지식과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 모두 인정할 겁니다.

: 그리고 말이죠. 도덕적인 갈등이 있을 때에도 있으면 있다고 할 겁니다. 도덕적인 감수성이 있는 좋은 의사는, 일단 인지적으로 그게 도덕적인 갈등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해 지적인 성찰을 할 줄 알고, 또 그 상황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능력까지 있어요.

: , 너무 어려운 주문이십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조건요!

: 그럼요. 그런데 사실 많이들 이렇게 하고 있어요. 또 그보다 많은 수가 이에 상당부분 근접해있고요. 문제는 의사 전체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 , 선생님! 이미 배우고 익혀서 알아둬야 할 것이 워낙 많아서요. 사실에 관한 지식의 양이 엄청나잖아요.

: 그래요. 그런데 성찰 면에서 별로 훈련을 안 시키는 게 문제라고 지적이 많아요.

: 그래도요, 선생님이 이 책 쓰셨을 때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어요. 개선이 다 되지 않았어도 적어도 논의는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결국 핵심은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잘 하고 그 결정에 맞게 잘 수행하는 능력인데요. 윤리하면 인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워낙 많아요. 그게 좀 아쉬워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