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5)
강: ‘좋은 의사’ 다섯 번째인데요. 워터게이트로 감옥 간 사람들도 윤리학 수업을 다 들었다는 말씀을 하셔서 이걸 의대교육문제와 어떻게 엮으시려는 건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샘: 그래요, 사실 이게 논란거리에요. 과연 의대에 와서 내가 말한 그 목록의 요건들을 더 잘 갖추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한쪽에선 이게 교육의 범위를 넘어선다고들 주장하죠.
강: 다른 쪽에선 교육할 수 있다고 하고요?
샘: 다른 쪽은 인성이나 도덕 판단도 사실상 교육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있어요.
강: 인성이라고 불리는 것이 인지적인 이해의 문제가 아닌데도 말인가요? 그리고 인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누가 무슨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거든요.
샘: 그쪽 주장은 교육의 영향을 제대로 발휘해서 그걸 키워내는 게 대학의 몫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이 진영에서도 물론 무엇이 효과적인 교수법인가에 대해서는 또 의견이 엇갈리죠.
강: 습관화야말로 도덕적인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취한다면, 이걸 어떻게 의대교육에서 살리자고 하는 건가요?
샘: 새로운 현장에서 선배와 선생님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배운다는 점을 강조하죠!
강: 예! 그건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아요. 교과서와 강의실과 별도로, 관찰학습 같은 것이 작동하니까요.
샘: 일종의 임프린팅(imprinting), 즉 각인(刻印) 같은 현상이 학습자에게 일어난다고 보죠.
강: 전문직업인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관찰학습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저는 좋은 걸 따라하려는 쪽은 꼭 동물의 각인행동처럼 다 자동적으로 일어날 것 같진 않아요. 학습자 편에서 적절한 행동을 따라하려는 의지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교수자편에서도 신경을 써가면서 따라하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나요?
샘: 그렇긴 한데, 이 방법이 장단점이 있다고 봐요. 사실 흠모하는 사람에게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서 학습이나 행동의 습관이 잡히는 일은 많이 있죠. 그게 은연중에 말입니다. 이처럼 교수진이 역할 모델로서의 힘이 있는데, 정작 교수진은 이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단 밀입니다.
강: 예에. 그런 보고가 있어요? 저는 몰랐어요.
샘: 그런데 그 분들이 왜 자신의 역할모델로서의 힘을 저평가하는 걸까요?
강: 글쎄요. 일단 부담스러워서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샘: 그러니까요. 자기자신이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모범으로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특정 술식을 훈련시킨다고 생각하는 쪽보다 불편하게 느껴져서일 것 같죠?
강: 예, 그럴것 같아요. 별도의 교육내용으로 전달하는 쪽이 공식적인 것으로 보여요. 비공식적인 커리큘럼을 예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니까요.
샘: 하여간 역할모델로부터의 임프린팅, 이 현상에만 기대는 건 무책임한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