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6)

2021-01-18     강명신 교수

: 좋은 의사, 여섯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번엔 교수자쪽에서 자신이 가진 역할모델로서의 힘을 저평가한다는 점과, 역할모델로부터의 각인이나 모방에만 기대는 것도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하셨어요.

: 역할모델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거기에만 의존하는 것은 도리어 책임의 실패라고 할 수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한 번 살펴봅시다. 첫째, 교수진의 임용에서 일차적인 근거는 학문분과에 대한 전문성에 있지, 좋은 의사로서 모범적이라는 사실에 있지 않다는 거죠.

: , 모범적으로 좋은 의사여서 임용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이고요, 그리고요?

: 둘째, 피교육자들이 역할모델의 행동을 보고 미덕의 모범이 되는 행동이 어떤 것들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어요.

: . 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어떤 행동을 모방해야 하는지를 모르니까요.

: 그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는 부모의 책임이고 입법의 문제였어요. 이상 국가는 법체계를 통해서 국민들이 덕에 맞는 행동을 하게 하는데요. 습관적으로 하게 되면 더 이상의 제한이 필요 없겠죠?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덕이 성취된다는 건 그런 겁니다.

: 그걸 의학교육에 대입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좋은 의사라는 개념이 머릿속으로 그려지긴 하겠지만, 그걸 반영해서 구체적인 행동규칙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지가 않잖아요? 그렇죠?

: 얼마 전에 치과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과 관련된 교수법특강을 들었는데요, 거기서 규정하는 좋은 치과의사 개념을 지금 여기서 좀 들추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 어디 한 번 이야기해 봐요.

: 환자-치과의사 관계(PDI, Patient-Dentist Interaction)에서 좋은 치과의사는 ‘1) 환자의 상황에 잘 공감하고, 2) 효율적인 질문으로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잘 청취하고, 3)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4) 환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치과의사라고 배웠어요. 사실 이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부 기술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이걸 일일이 기술하는 일보다는, 이 좋은 치과의사 개념을 잘 살리는 행동을 알아보고 따라하는 게 그마나 더 쉬울 수 있지 않을까할 정도로요.

: 좋은 치과의사 개념이 정리가 잘 되어있네요!

: , 한국치의학교육학회와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의 개념이라고 메모해 뒀어요. 그건 그렇고 이제 책에 적으신 내용을 더 따라가 보면, 임상행동의 수월성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미 생각하고 있는 의미를 살려내고 있는 분을 따라하라고 지도하는 것도 충분치 않다고 하셨어요.

: 그렇습니다. 결국 도덕의 물음에 대해 생각해서 얻은 이해와, 반복되는 행동패턴으로부터 나오는 표준의 내면화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는 거죠.

: , 선생님. 덕이라는 것이 순전히 인지적인 역량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듯한데, 그렇다고 해서, 인지적인 이해와 완전히 별개의 것도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