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원장의 「구강외과 수술의 개념과 원리」 (10)

효과적인 수술을 위한 세 가지 제언
1. 술자 : 필드를 확보하고 필드만 주시하며 필드를 유지하라

2021-03-04     김현섭 원장

안녕하십니까? 더블엠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원 김현섭 원장입니다. 총 12회에 걸쳐 ‘구강외과 수술의 개념과 원리’에 대한 임상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이번호부터 ‘효과적인 수술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중 첫 번째 ‘필드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수술의 구조’, ‘수술 술기’, ‘수술팀의 구성’, ’한손 기구 교환’, ‘4,6,8-handed surgery’에 대한 기본 수술 개념들뿐만 아니라 ‘시야 확보’와 ‘기구 접근’을 위한 ‘환자 포지션’, ‘술자와 협조자의 포지션’, ‘기구 전달 방향’, '수술 조명 설정’ 등에 대한 모든 기본 수술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바로 지금 설명할 이 내용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필드 개념’입니다. 

수술 필드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곧 수술의 바탕이 되는 본질적인 수술 개념입니다. 여기에 술자가 필드만 주시할 수 있음으로써 수술의 질이 높아지고 진행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필드를 ‘확보’하고 필드만 ‘주시’하며 필드만 ‘유지’한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 수술 필드(surgical field)
수술 필드란 실제 수술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부위를 말합니다. 
치과의사,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의 수술 부위, 수술 필드는 대개 환자의 구강 내에 위치합니다. 환자의 구강은 환자 머리에 위치하고 개구량에 의해 제한됩니다.
환자의 머리는 유니트 체어 헤드레스트 위에 위치하는데 헤드레스트는 유니트 체어의 등받이 각도와 관련돼 앉아있는 술자의 무릎 높이에 의해 제한됩니다. 수술 필드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술자의 위치, 유니트 체어의 등받이, 헤드레스트의 각도, 환자의 머리 상태, 개구량 등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두 앞서 설명했던 기본 수술 개념들입니다.


# 필드를 확보한다는 것 (Making the field)
술자를 중심으로 한 수술팀의 위치와 기구 전달 방향 등이 기본적으로 세팅되고 유니트 체어의 등받이, 헤드레스트의 각도 등이 확인된 다음 환자의 머리 상태 개구량, 수술 조명 위치 설정을 완료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수술 필드 확보입니다. 이 상태가 술자에게 ‘아직 절개가 시행되기 전의 점막 부위’와 ‘아직 치질 삭제가 시행되기 전의 치아 부위’에 대해 직접적인 시야 확보(visibility)와 기구 접근(accessibility)이 가능한 상태여야 합니다. 

이것은 숙련된 술자, 고수의 반열에 오른 술자들은 이미 감각적으로 알고 충분히 그렇게 시행하고 있는 부분들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숙련되지 못한 술자, 아직 고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술자들에게 굳이 애써 말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는 부분들입니다.


# 필드를 ‘확보’한다는 것의 여러 가지 함의
기본적으로 ‘시야 확보’와 ‘기구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해부학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절개’와 ‘박리’를 시행해 수술 필드를 노출시키고 이 상태에서 술자에 대해 ‘시야 확보’와 ‘기구 접근’이 가능하게 적절한 ‘견인’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수술 필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환자의 포지션’, ‘술자와 협조자의 포지션’을 잡고 ‘직접 또는 간접 조명’이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수술 필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수술 진행 과정 중 그때 그때 발생되는 수술 부위의 타액, 혈액 및 조직액 등을 적절하게 ‘지혈’시키거나 ‘흡인’해내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수술 필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술자에게 올바른 시야를 확보해 주기 때문입니다.

수술이란 곧 수술 필드를 확보해 가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 변해가는 수술 필드
확보된 수술 필드는 곧 변해갑니다. 이것이 곧 수술의 진행입니다. 앞서 다양한 수술의 흐름을 관통하는 ‘수술의 구조’와 ‘기본 술기’에 대해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즉 외과적 접근(surgicla approach)인 ‘절개, 박리, 견인’과 창상 폐쇄(wound closure)인 ‘지혈, 세척, 봉합’을 바탕으로 수술의 목표(aim of surgery)를 시행하는 것이 모든 수술의 기본 흐름입니다. 따라서 수술 필드 역시 이런 수술의 기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갑니다. 한 번 확보되고 한 번 유지되고 술자의 기구 조작에 의해 변화가 유발되면 이에 따라 필드는 다시 확보되고 다시 유지됩니다. 이런 흐름이 곧 수술의 기본 흐름입니다.


# 필드만 주시한다는 것 (Keeping an eye on the field)
필자가 스스로 익숙한 수술들과 그렇지 못한 수술들을 비교해 봤을 때 또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오른 다른 술자들의 훌륭한 수술과 아직 그렇지 못한 본인의 수술을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크게 차이를 느꼈던 부분들이 바로 수술 필드에 대한 술자의 ‘주시’와 ‘유지’ 부분이었습니다. 먼저, 수술을 잘하는 술자들은 결코 수술 필드에서 눈을 떼는 법이 없었습니다. 숙련된 술자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필드만 주시하면서 즉각적인 의사결정 (decision making)을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아직 수술을 잘하지 못하는 술자들은 계속해서 두리번거립니다. 수술 기구가 바뀔 때마다 술자의 시선은 수술 필드와 수술 상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술자가 직접 기구를 바꿔 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숙련되지 못한 술자는 순간 순간 필드의 정확한 상황을 놓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항상 지연됩니다. 의사결정은 수술 필드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놓친 필드 상황을 겨우 파악하고 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자는 반드시 필드만 주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필드만 ‘주시’한다는 것의 다양한 함의
수술 필드의 상황을 놓치지 않고 관찰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의사결정 및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바로 술자의 시선이 수술 필드만 주시한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미입니다. 수술 진행이 신속하려면 술자의 손이 빨라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수술 진행이 빨라집니다.

술자가 필드만 주시할 수 있으려면 술자는 협조자와 구두로 적절히 의사소통해 필요한 수술 기구를 ‘한손 기구 교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 ‘4,6,8-handed surgery’ 시스템에서 가능한 상황입니다. 즉 필드만 주시한다는 것은 곧 술자와 협조자 사이의 ‘한손 기구 교환’과 ‘4,6,8-handed surgery’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필드를 유지한다는 것 (Maintaining the field)
고수의 반열에 오른 술자들은 손발이 잘 맞는 수술팀의 협조를 바탕으로 큰 틀에서 수술 필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그리고 조금씩 수술 필드를 변화시켜 갑니다. 수술팀 전체가 큰 틀에서 수술 필드를 유지해야 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숙련된 술자의 수술의 경우에서는 술자가 수술 필드에서 잠시 시선을 떼더라도 필드가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아직 고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술자는 수술 진행은 그 변화의 폭이 매우 큽니다. 절개하기 위해 확보했던 수술 필드가 기구 교환 중 무너지기 때문에 기구 교환 다시 처음부터 수술 필드를 확보해야 합니다. 아직 숙련되지 못한 술자, 수술팀의 수술의 경우 술자가 잠시 필드에서 눈을 떼면 즉시 수술 필드도 흔들립니다. 환자 머리 고정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수술 필드는 수술 중 쉽게 수술 조명 영역을 벗어납니다. 수술 필드를 다시 설정하고 수술 조명을 다시 맞추는 것은 모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 필드를 ‘유지’한다는 것의 다양한 함의
시쳇말로 땅이 꺼지고 세상이 무너져도 수술 필드는 유지돼야 합니다. 적절한 견인으로 확보된 수술 필드를 유지한다는 것은 곧 견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견인 상태가 무너지면 수술 필드가 무너집니다. 수술 진행에 있어 기본 술기로써 ‘견인’은 생각보다 무척 중요합니다. 일차적으로 수술 필드가 견인된 그 상태가 유지되면서 다음 술식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곧 수술 필드를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술 필드가 유지돼야 비로소 물 흐르듯 술식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견인으로 수술 필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술자가 잠시 수술 필드를 주시하지 않아도 수술 필드가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며 전체적인 수술 진행 흐름이 끊기지 않게 됩니다. 무너진 수술 필드를 다시 확보하기 위해 견인기를 다시 설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수술 시간이 길어집니다. 반대로 수술 필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만큼 수술 시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 필드 주시, 필드 유지와 짧은 수술 시간
수술 진행은 반드시 빨라야 합니다. 국소마취 하 개구 상태로 애쓰며 누워있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가능하면 최대한 수술 시간이 짧아야 합니다. 대충대충 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꼼꼼히 시행하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수술 필드만 주시함으로써 의사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수술 진행이 빨라집니다. 대부분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수술 필드를 유지하지 못한 결과로 발생됩니다. 실제로 수술하는 시간은 짧습니다. 다만 머뭇거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흔들린 필드, 무너진 필드를 다시 확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입니다. 처음부터 수술 필드만 ‘주시’하면서 계속 수술 필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필드 개념(Concepts of surgical field)
‘필드를 확보하고 필드만 주시하며 필드를 유지하라’

필드를 ‘확보’해 가는 것 자체가 수술의 진행이며 술자는 반드시 필드만 ‘주시’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경우든 필드를 ‘유지’하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술 필드에 대한 개념은 필자가 졸저 ‘구강외과 수술의 개념과 원리(도서출판 웰)’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 중의 핵심 내용입니다.

수술 필드에 대한 개념은 이해하기는 쉬울 수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이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한결같은 자세로 임상에 정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술 필드 개념을 실행하게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치과 임상 자체가 외과, 수술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실로 그런 임상 고수들을 많이 봤습니다. 수술 필드에 대한 개념을 온전히 실행하려면 반드시 협조자의 능동적이며 선제적인 협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림) 필드만 주시하면서 또한 필드를 유지하면서 매복 하악 좌측 제3 대구치 발치를 시행하고 있는 과정을 술자의 시선 (메인 화면)과 제 3자의 시선(보조 화면)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분들은 아래의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https://youtu.be/zF1oSRYyJmM

 

다음 호에는 효과적인 수술 진행을 위한 두 번째 제언으로 협조자의 최대한의 협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