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영역의 천연물특집(32)

아니스(Anise, Aniseed)

2021-03-08     김영진 박사
아니스 또는 팔각(Star Anise, 학명; Illicium verum Hook.f)

‘스타 아니스(Star Anise)’는 영문명으로 보통 ‘아니스’라고 불리는데 ‘팔각(八角)’ 또는 ‘팔각회향(八角茴香)’이라는 한자명처럼 씨앗이 8개의 껍질로 감싸여져 있는 구조의 향신료이다. 

원산지가 인도 서부지역인 상록수의 하나로써 ‘붓순나무’괴에 속하는 ‘마그놀리아(Magnolia)’라는 목련과나무의 열매이다. 아니스묘목은 보통 일 년에 50cm까지 자라며 7월과 9월 사이에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봉오리 자체는 매우 작지만 다 피면 매우 큰 산형화를 형성한다. 꽃이 지고 나서 열리는 잘 익은 타원형의 씨앗이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된다. 팔각이란 열매가 여덟 개의 별처럼 열리는 모양에서 그 이름을 땄다. 마른 열매는 붉은 갈색을 띠는데 열매가 익고 나서 씨방으로부터 분리한 씨앗, 즉 종자를 ‘애니시드’(aniseed)라고 부른다. 

기원 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보존재로 사용된 향신료 중의 하나이며 중국에서는 3천 년 전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했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에서 ‘람세스’의 호위무관 ‘세라마나’가 그리스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서 이 향신료로 만든 술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에 이집트 사람이라면 아니스에 익숙하지 않아 아니스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표정이 일그러졌을 것이지만 향신료로 즐겨 사용하던 그리스 사람들은 아니스 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시 색출된 스파이는 ‘세라마나’에게 현장에서 즉결처분 됐다고 한다. 

고증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로마인들은 ‘투스카니’ 지방에서 처음 ‘아니스’ 씨앗을 반입한 후 구운 ‘아니스’를 후식으로 애용했으며 ‘사모스 섬’에 살았던 ‘피타고라스’도 ‘아니스’가 첨가된 빵을 즐겼다고 한다.

씨앗을 감싼 부분이 서로 비슷한 생김새로써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사차인치(Sacha Inchi; 잉카땅콩)’란 열매식물이 있다. 그것은 향신료가 아닌 마치 ‘아몬드’와 같은 일종의 견과류로써 아니스와의 차이점이라면 사차인치는 씨를 감싼 부분이 4~6개 정도인데 반해 아니스는 8개인 것만 다를 정도로 서로 비슷하다.

일본과 제주도에 자생하는 ‘붓순나무’는 ‘스타 아니스’와 서로 사촌관계지만 매우 강한 신경계 독이 들어있다. 이 붓순나무의 열매는 먹으면 위험한데 씨방크기가 아니스보다 작고 불규칙적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아니스 재배는 16C경에 모든 유럽으로 확산됐는데 가공하지 않은 씨앗을 소화제로도 사용 했다고 한다. 실제로 식후에 종자를 씹으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소화가 촉진되므로 인도에서는 아직도 아니스를 소화제로써 뿐만 아니라 식후 입 냄새 제거용으로도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요리에 많이 쓰이는 향신료 ‘오향(五香)’의 원료이기도 하다. 아니스는 열매가 단단하게 여물기 전에 따서 끓는 물에 약 20분 정도 익힌 후 말려서 사용한다. 

아니스 씨앗에는 ‘아네톨’이라고 하는 달고 강한 향을 가진 기름성분이 들어있어 향신료로 생선, 닭, 크림스프 등에 이용한다. 빵, 케이크, 비스킷(과자류), 카레, 알코올음료 등의 향료로도 쓰이고 크림스프, 스튜, 치즈, 소시지에도 사용된다. 

아니스(팔각)는 중국요리 가운데에서도 특히 상하이 요리에 많이 쓰이며 동파육, 오향장육 등 삶은 고기요리에서 나는 향기의 상당부분이 팔각향이다. 중국의 유명한 ‘오향분(五香粉)’은 아니스, 펜넬, 정향, 후추, 카시아 및 진피를 혼합한 향신료이다. 인도요리에서도 ‘가람 마쌀라’라고 불리는 기본 향신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향신료로서는 상당히 알싸하고 달콤한 향을 내며 누린내 제거효과가 강력하므로 국내에서는 족발요리에 많이 사용되지만 보쌈용 돼지고기 삶을 때에도 한 조각씩 넣으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아니스는 여러 가지 치료효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신료뿐만 아니라 민간요법제로도 오랫동안 이용돼 왔다. 

현대에는 호흡기계를 주로 침범하는 RNA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제제로 유명한 ‘타미플루’의 원재료로 쓰인다. 2009년 당시 돼지독감이 유행했을 때 중국에서 ‘타미플루’의 수요가 갑자기 폭증해 대체제로 사용하는 바람에 식당에 팔각을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미플루(오셀타밀비르인산염)’의 원재료인 ‘시키미산(Shikimic acid)’을 추출하는 원료로써 사용되는 것이지 아니스를 복용하는 것만으로 직접적인 ‘타미플루 약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니스에서 추출되는 정유는 전체중량의 약 2~3%인데 ‘아네톨(Anethole)’이 정유 총량의 80~90%를 차지한다. 아네톨은 벤젠고리를 가지고 있는 방향족 화합물의 일종이며 ‘테르펜 패밀리’의 ‘모노테르펜’에 속한다. 아네톨은 상온에서 백색결정 형태로 존재하며 특유의 향기와 강한 단맛이 있다. 화학식은 C10H12O이며 물에는 잘 녹지 않으나 유기용매엔 잘 녹는다. 공기 중에 방치되면 공기와 빛의 작용으로 아니스 알데히드(Anise aldehyde)와 아니스산 등으로 변해 노란색이 되며 맛은 맵고 불쾌한 느낌으로 바뀐다.

2010년 경희대와 연세대, 우석대, 그리고 미국 하버드대 메디컬스쿨의 공동연구에서 ‘섬유육종암세포(HT-1080)’에 대해 강력한 항전이성, 세포자살 유도효과에 의한 항암작용이 발표됐다. 이는 아네톨이 암세포가 성장인자 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을 차단시킴으로써 발현하는 효과에 의한 것이다. 또한 다른 경로의 암세포 성장인자인 MMP-2(Matrix Metalloproteinases-2)와 MMP-3의 활성을 억제하고 TIMP(Tissue Inhibitors of Metalloproteinases)도 활성화시킴으로써 항암작용과 함께 항균 및 항염 작용도 나타낸다.

아네톨은 또한 체내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로 인한 폐경기 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즉 ‘국제약학저널’에 실린 2006년 연구에선 아니스의 활성성분인 아네톨 81%로 구성된 에센셜 오일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아니스가 위산분비를 줄여 위궤양을 막아주며 손상된 위세포를 치유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5년 인도의 ‘안나말라이’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는 총 45일간의 동물 실험결과 아네톨 성분이 고혈당저하작용은 물론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세포의 기능도 향상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2016년 이란 ‘이슬라믹 아자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아네톨은 강력한 항우울 효과가 있어서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병원처방약에 상당하는 약효를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의과대학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에게 권장되는 아니스 섭취량은 1일 약 20g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요통, 변비, 방광염의 치료에 많이 사용하며 산통이나 급성 류머티스 통증을 완화할 때에도 적용한다. 팔각은 고유의 통증완화 효과와 함께 근육경련을 막아주고 심장자극제 역할도 하므로 경련성 복통, 염증성 동통이나 치통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된다.

아니스 한 스푼(7g)이 보유하는 열량은 23㎉이며 함유 영양성분으로 단백질과 지방, 식이섬유가 각각 1g, 탄수화물이 3g이다. 한 스푼 당 미네랄은 망간이 일일 섭취량의 7%, 칼슘은 4%, 마그네슘은 3%가 함유돼 있지만 철분 함량이 특히 높아 아니스 한 스푼이면 일일 철분섭취 권장량의 13%를 보충할 수 있다. 

2005년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니스로 만든 에센셜 오일 중의 아네톨 성분은 피부사상균을 비롯해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성장을 모두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오사카 부립’ 대학에서 진행된 2015년 연구에선 아니스에 들어 있는 아네톨이 심한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콜레라균의 성장도 저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약효를 바탕으로 치약이나 양치액 또는 구강용 국소제제의 재료(마그놀리아 추출물; Magnolia Ext)로 이용되고 있다.

영국의 마그놀리아 함유 ‘로얄보타닉 테라피’ 펌핑 치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