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원장의 「구강외과 수술의 개념과 원리」 (11)
효과적인 수술을 위한 세 가지 제언(2)
협조자는 술자의 팔 : 협조자에게 최대한의 협조를 받아라
안녕하십니까? 더블엠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원 김현섭 원장입니다. 총 12회에 걸쳐 ‘구강외과 수술의 개념과 원리’에 대한 임상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수술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중 두 번째 ‘협조자의 협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난 임상 칼럼에서 필드를 ‘확보’해 가는 것 자체가 수술의 진행이며 술자는 반드시 필드만 ‘주시’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경우든 필드를 ‘유지’하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수술 필드 개념(concepts of surgical field)을 설명했습니다.
이를 온전히 실행하려면 반드시 협조자의 능동적이며 선제적인 협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필자는 수동적인 ‘보조자’에 머무르지 말고 보다 능동적인 협력을 바란다는 차원에서 ‘협조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효과적인 수술 진행을 위한 두 번째 제언으로 협조자에게 최대한의 협조에 받아야 함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 치과수술의 협조자로서 치과위생사
치과와 치과 수술에서 협조자는 일차적으로 치과위생사(dental hygienist)입니다.
로컬 치과의원에서 치과의사 두 명 또는 세 명이 함께 수술팀을 이루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앞서 치과위생사는 치과수술에 특화된 수술실 간호사로 그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전신마취 수술실에서 수술팀으로 술자, 제1 협조자, 제2 협조자, 기구 전달 협조자 및 순환 협조자가 상정되는데 하나의 수술실로 볼 수 있는 치과용 유니트 체어에서 이뤄지는 국소마취 수술에서는 치과의사가 술자, 치과위생사는 다른 협조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입니다.
치위생과 3~4년 학부 과정을 통해 치과위생사가 애써 여러 치과 시술, 수술의 술식에 대해 공부한 이유는 그들이 치과 시술, 수술의 협조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치과의사는 치과위생사를 단지 보조에 머무르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협조자가 최대한의 최선의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술자가 이끌어야 합니다. 결국 환자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석션 어시스트는 저연차 치과위생사의 업무?
일부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선생님 중 ‘석션 어시스트’는 저연차 치과위생사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허리 굽혀 힘든 자세로 진료 보조, 석션 어시스트하는 것은 아직 허리가 쌩쌩한 ‘저연차 치과위생사’의 몫이고, 충분히 진료실에서 힘들게 고생해서 이제 허리가 아픈 ‘고연차 치과위생사’는 앉아서 데스크 업무를 봐야한다 - 이렇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부 치과의사 선생님들은 수술 시 아예 치과위생사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어차피 경력이 많고 숙련된 치과위생사는 데스크에 업무를 보고 있고 함께 환자를 보는 치과위생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저연차 치과위생사이기 때문입니다.
# 시술 시, 수술 시 협조자의 능동적인 협조의 중요성
석션 어시스트는 수술 시 가장 중요한 협조 사항입니다. 견인(retraction)과 더불어 흡인(suction)은 협조자의 가장 기본 역할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실로 술자 혼자서 완결지을 수 있는 치과 시술, 수술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서 최소 제1 협조자가 상정돼야 합니다. 즉 2-handed dentistry(or surgery)로는 손이 부족하고 최소 3-handed 또는 4-handed dentistry(or surgery)여야 합니다.
이 경우 협조자가 능동적인 협조를 해 준다면 수동적인 보조에 머무르는 경우보다 최소 수술 진행 효율이 더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수술의 질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술 중, 수술 중 협조자는 술자의 제3, 제4의 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 숙련된 제1 협조자의 중요성
수술 중 아무리 술자가 젠틀하게 환자의 연조직 견인을 시행하면서 조심스럽게 수술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제1 협조자의 견인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 있고 적절하게 흡인을 시행해 주지 못한다면 수술 필드에 대한 술자의 시야확보와 기구접근은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실제 구강악안면외가 수술실에서 치과의사,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로 수술팀을 구성할 때 제1 협조자는 ‘술자 입장에서 수술 진행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술자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은 치과의사, 구강외과의사가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술자가 교수님이시라면 제1 협조자는 펠로우 또는 3년차 레지던트 선생님이 됩니다. 펠로우 또는 3년차 선생님이 술자라면 2년차 선생님이 제2 협조자에서 제1 협조자로 올라옵니다. 이때 당연히 1년차 선생님이 제2 협조자가 될 것입니다.
교수님이 수술하시는데 결코 인턴 선생님이 제1 협조자로서 석션 어시스트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요?
제1, 제2 협조자는 술자의 다른 팔 역할을 수행하며 술자의 뜻대로 유기적으로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술팀이 구성돼야 수술의 질이 높아지고 결과가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 협조자는 알아서 술자의 필요를 예상할 수 있어야?
‘훌륭한 협조자의 도움없이 훌륭한 수술이 시행되기란 극도로 어렵다(Performance of good surgery is extremely difficult with no or poor assistance)’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협조자로 부터 최선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협조자는 술식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어야 하며 술자의 필요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Assistant should be sufficiently familiar with the procedures being performed to anticipate the surgeon’s needs)’고 했습니다. 이것은 제 말이 아니고 Contemporary Oral and Maxillofacial Surgery의 저자 중 한명인 James R. Hupp의 말입니다.
필자인 저는 협조자가 술자의 필요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절반은 동의하지만 절반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협조자가 술자와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술자의 제3의, 제4의 팔처럼 역할을 수행하려면 술자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면 됩니다. 조심스럽지만 더 엄밀하게 말씀드리자면 ‘반드시 미리’ 알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 수술팀 내 의사소통은 반드시 음성 언어로!
눈치 빠른 협조자가 알아서 술자의 필요를 미리 예상해서 척척 협조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협조자가 그렇지 못한 것이 또 그럴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수술은 사실상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조건에서의 새로운 수술이고 그 형편에 맞춰 술자의 필요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이 음성 언어를 기본으로한 적절한 의사소통 없이 다른 사람의 필요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 술자를 위한 협조자의 협조는 결국 환자의 복리 때문
수술팀이 술자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여 수술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은 결국 환자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국소마취 수술의 경우에는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로 실로 수술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더욱 수술팀은 환자의 복리를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수술의 책임을 맡는 술자는 협조자가 술자 본인의 요구를 알 수 있도록, 최대한의 협조를 할 수 있도록 반드시 별도의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술자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술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결국 환자의 복리를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협조자의 협조를 얻기 위해 술자가 신경써야 하는 일은 사실상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 협조자의 최대 협조를 얻기 위한 술자의 전략
협조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술자 스스로 그 수술에 대해 충분히 준비가 돼있어야 합니다. 그 수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수술과 관련된 해부학, 사용되는 수술 기구, 재료 등을 반드시 음성 언어로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합니다.
술자가 오른손(오른손잡이인 경우)으로 진행하는 일련의 수술 과정 뿐만 아니라 술자 본인의 왼손, 제1 협조자의 왼손으로 시행되는 견인기 사용의 적절함까지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2 협조자가 있다면 그의 왼손, 오른손의 역할도 설정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협조자는 술자의 제3, 제4, 제5, 제6의 팔로써 역할해야 하기 때문에 술자 본인의 의지와 지시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반드시 술자 스스로 음성 언어로 설명이 가능해야 합니다.
설사 이미 손발이 척척 잘 맞는 수술팀이라 하더라도 진행 과정마다 술자가 본인의 요구를 협조자에게 그때그때 음성 언어로 알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자세로 임해야 할 일이 비가역적인 수술이라고 한다면 수술을 함께 하는 수술팀이 술 중 서로 아무런 음성 언어를 이용한 의사소통 없이 조용하게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실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협조자의 최대 협조를 얻기 위한 필자의 전략
필자의 경우 협조자들과 모의 수술을 함께 시행해 보기도 하고 필자가 직접 작성한 수술 노트(op note)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매 시술, 수술 전 환자 파악 회의를 통해 술자가 생각하고 있는 특이사항 등을 협조자가 미리 알 수 있게 합니다.
실제 수술을 진행할 때에는 (매번 다른 수술일 수밖에 없겠지만) 가급적 늘 같은 방식과 순서로 수술을 진행합니다. 또한 (필드만 주시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음성 언어를 통해 이어지는 다음 술식, 필요한 수술 기구를 협조자들에게 미리 알려줍니다. 그럼으로써 협조자들은 술자의 요구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게 합니다. 협조자가 알아서 협조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결코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 술자의 인내심이 필요 - 저연차 치과위생사
역량이 되는 협조자여야만 위와 같은 술자의 부름에 빠르게 응답할 수 있습니다.
모든 협조자가 처음부터 잘 협조할 수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저연차 치과위생사가 처음에는 그저 ‘보조’에 머무르고 있다 하더라도 끝내 ‘협조’할 수 있을 때까지 역량이 올라오도록 술자의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술자가 치과위생사에게 협조를 기대하지 않게 되는 문제의 이유가 대부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하고 안된다고 화내지 말아야 합니다. 다소 실수가 있더라도 책임져 줄 수 있어야 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그들은 술자의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 준비된 협조자 - 고연차 치과위생사
또한 필요 시 언제든 고연차 치과위생사가 시술 시, 수술 시 협조자로서 바로 역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유는 환자를 위해서입니다. 경험이 많은 고연차 치과위생사라야 비로소 술자의 필요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연차 치과위생사가 석션 어시스트 등 실제 수술에서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기피하는 문제의 큰 이유가 시술 시 수술 시 술자와 협조자의 부적절한 자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술자가 먼저 바른 자세로 수술할 수 있고 협조자 역시 바른자세로 수술에 협조할 수 있다면, 즉 술자와 협조자가 모두 인체공학적인 자세(ergonomic position)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면 고연차 치과위생사라 하더라도 충분히 석션 어시스트를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술자와 협조자가 인체공학적인 자세로 수술할 수 있는데 있어 수술 기구의 파지법과 레스트 설정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