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영역의 천연물특집 (35)
몰약(沒藥, 미르; Myrrh)
몰약나무(沒藥나무,Commiphora myrrha)는 소말리아에서부터 에티오피아, 아라비아반도에 걸친 북아프리카 지역이 원산인 높이 3m 가량의 감람과(Burseraceae) 관목으로써 발삼(balsam)나무 속이며 ‘콤미포라 미르라(C.myrrha)’와 ‘콤미포라 아비시니카(C.abyssinica)’ 등 두 종류가 있다.
줄기와 가지에는 불규칙적인 가시가 있으며 잎은 단엽(單葉) 또는 삼출복엽(3出複葉)으로 엽병(葉柄)은 짧고 난형(卵形)이다. 꽃은 여름에 백색으로 핀다. 열매는 핵과(核果)이며 난형이고 끝이 뾰족한 것이 마치 자두와도 비슷하다.
성경에 나오는 유향(乳香)은 감람과에 속하는 유향나무(Boswellia carteii)의 삼출물(渗出物)이고 몰약(沒藥) 역시 같은 감람과에 속하는 몰약나무의 삼출물이다.
몰약나무의 수피(樹皮)에 상처를 내어 채취한 천연 고무수지가 몰약(沒藥)이며 영문이름은 미르(myrrh)다. 염료로 주로 사용되는 화몰약(花沒藥)과 구별하기 위해 일명 연몰약(練沒藥)이라고도 한다. 반면 화몰약은 락깍지벌레(연지벌레; laccifer lacca, lac insect)가 분비하는 동물성 천연수지인데 이것으로부터 색소를 완전히 제거한 것을 일명 셸락(shellac)이라고 하며 주로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동물성인 화몰약은 몰약 대신으로 쓰일 뿐 아니라 염료로도 폭넓게 사용되는데 특히 빨간색소만을 따로 분리해 연지(臙脂)의 재료로 쓴다.
몰약은 주로 담황색 또는 암갈색의 크고 작은 덩어리 상태로 채취되는데 유기용제에 잘 녹으므로 알코올에 용해시켜 미르팅크로 만든 후 입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구중향료(口中香料)로도 사용해 왔다. 몰약이 함유하는 주요 성분은 정유(精油)와 수지, 고무질 등이다. 방부제로서 예전부터 사용됐고 특히 미라를 만들 때 많이 쓰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향나무와 몰약나무는 구약전서(舊約全書)에는 자주 나오는 식물이지만 신약전서(新約全書)에서는 맨 처음부터 나오는 약용식물이다. 신약전서 <마태오의 복음서>(2:11)에서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에게 유향, 황금과 함께 바친 것 중의 하나가 몰약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해 해석해보면 황금은 그리스도의 왕권을, 유향은 사제직분을, 몰약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몰약으로 만들어진 향료는 고대이집트, 희랍, 로마로 보급돼 결과적으로 현대 유럽화장품의 원류(源流)가 됐다. 북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순환장애나 신경장애, 관절염 등의 치료를 위해 몰약을 사용했으며 서방세계에 전해진 이후 몰약이 강력한 방부효과를 보유하면서 신체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료과정을 가속화시키는 물질로 인식됐던 것이다.
이처럼 과거 남부아라비아와 동부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유향과 몰약은 고대이집트나 동방지역의 대표적인 향료였다. 그러므로 가장 품질이 좋은 몰약은 대제사장(大祭司長)의 위임식을 비롯한 종교적 행사에 거룩한 관유재료로 사용됐다(출 30:23-25).
뿐만 아니라 포도주에 타서 마취제로(막 15:23), 장례식에는 시신의 방부제로(요 19:39) 썼으며 고대의 중요한 무역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창 37:25). 몰약나무에서 얻어지는 방향성(芳香性) 나무진은 의복이나 침상에서 사용할 정도로 향이 좋았으며(시 45:8; 잠 7:17) 특히 여인들은 향주머니를 만들어 그것을 품에 간직하기도 했고(아 1:13) 여인의 몸을 정결하게 하는 품목이기도 했다(에 2:12). 또한 고가품이라 지체 높은 자들에게 사치품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선물로도 각광을 받았다(아 3:6; 4:14; 5:13).
몰약나무는 목재와 수피에 강한 향이 있어서 줄기에 상처를 내서 삼출되는 나무진을 모아 활용했다. 몰약은 향이 매우 강하고 쓴 맛을 내는데 부패방지 효과와 함께 온갖 냄새를 없앨 뿐만 아니라 악마를 제거한다는 믿음이 있어 각종 향유와 함께 종교적 제사에도 많이 사용됐던 것이다. 처음에는 왕이나 사제들 몸에 향료로 바르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귀족이나 특권층 부인들이 애용하면서부터 귀한 화장품 원료로 인정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몰약은 자연적으로 수액이 분비되는 것을 채취한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적으로 줄기에 흠집을 내면 수액의 분비가 증가되므로 많은 양을 수확하고자 일부러 나무에 상처를 내서 추출하기 시작했다. 몰약나무의 수액이 공기에 노출되면 점점 딱딱해지면서 마치 소나무진의 화석인 호박(琥珀)처럼 내부의 공기방울들을 함유한 불규칙한 덩어리들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눈물’이라 부른다.
굳어진 상태로 채취되는 몰약은 유백색으로 밀크방울이 굳어진 것 같이 보이는 유향(乳香)과 구별되는 대조적인 향기를 풍긴다. 비교적 향기가 좋은 유향이 고대동방, 이집트, 희랍, 로마를 통해서 향료의 대표였던데 비해 몰약은 오히려 일종의 의약품으로써 향고(香膏)나 향유(香油)의 부향료(賦香料) 주(主) 재료였다.
몰약(Myrrh)의 주요 구성성분은 방향성(芳香性) 있는 고무상수지가 전체의 25~35%를 차지하며 Herabomyrrholic acid, Commiphoric acid 등과 함께 정유성분인 Eugenol, Cresol, Cuminaldehyde, 구굴스테론(guggulsterone), 살리게닌(saligenin), 푸르푸랄(furfural, FF), 치코릭 산(chicolic acid) 등이 함유돼 있다. 이러한 성분에 의해 몰약틴크(Myrrh tincture)는 일부 암 종에 대한 항암효과를 보유하며 기타 방부 및 살균작용, 항염증, 수렴 및 피부보호나 노화방지 효과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특히 몰약틴크 중 구굴스테론(guggulsterone) 성분은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s)를 조절함으로써 병원체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톨 유사수용체는 외부 병원체에 대한 숙주의 최초 방어체계로써 선천성 면역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병원체 침투로 몸 안에 항체가 만들어져 대응하기 이전에 구굴스테론 성분이 초기적인 면역시스템을 작동시켜주는 역할을 해 세균으로부터 숙주 보호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밖에도 살리게닌 성분은 진통, 해열작용과 함께 전신적 또는 국소적 염증반응 시 소염작용을 나타내며 푸르푸랄 성분은 세포의 노화방지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또한 치코릭 산은 손상된 간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효능을 보유한다.
몰약의 항암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몰약(沒藥)은 특히 자궁경부암세포(子宮頸部癌細胞) HeLa Cell의 Apoptosis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몰약에 의한 암세포의 apoptosis시 free radical scavenger인 NAC 및 GSH의 역할과 GSH 특이 억제제인 methionine 및 cystathionine의 역할, GSH 유출의 역할 등을 연구한 결과 몰약이 자궁경부암세포인 HeLa cell의 apoptosis를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몰약성분이 암세포의 apoptosis를 발생시키는 과정을 살펴보면 GSH가 세포 내에서 세포 외로 배출됨으로서 mitochondria를 통한 신호전달이 이루어져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몰약에 함유된 구굴스테론에 의한 항균효과 및 항염증 작용은 피부의 염증이나 타박상, 골절상을 비롯한 종기, 부스럼 등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오래 전부터 전통적으로 구취제거 용도로써 뿐만 아니라 구강 내의 통증이나 염증개선 목적으로도 사용돼 왔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몰약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구강세척제나 치약은 구내염을 비롯한 치주염이나 치은염의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