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박사] 치과 천연물 (42)
고삼(苦蔘; 학명 Sophora flavescens AIT)
‘고삼(苦蔘)’ 또는 ‘도둑놈지팡이(영어: shrubby sophora)’는 쌍떡잎식물 장미목(目) 콩과(科)에 속하는 한국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부에서도 서식하는데 ‘쓴너삼’ 또는 구부러진 뿌리의 모양새를 본떠 ‘도둑놈지팡이’라고도 부른다.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홀아비꽃대, 애기똥풀 등 재미있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맛이 매우 써서 붙여진 이름인 고삼은 양지 바른 풀밭에서 잘 자란다. 키는 80cm∼1.5m 정도이고 6∼7월에 많은 수의 담황색 꽃이 줄기 끝에 이삭처럼 핀다. 협과는 4∼5개의 종자를 지니고 길이는 7∼8cm 정도이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건조시킨 것을 고삼이라고 하며 건위, 이뇨, 해열, 진통제로 이용되는데 효능이 인삼과 비슷하다고 하여 삼(蔘)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잎은 어긋나고 15~41개의 작은 잎이 달린 홀수깃꼴 겹잎이다. 작은 잎은 긴 타원 모양이거나 달걀 모양이고, 길이는 2~4 센티미터, 너비는 7~15 밀리미터 정도로 앞뒤에 털이 난다. 꽃은 6~8월에 피고 가지 끝 총상꽃차례에 연한 노란색 꽃이 줄줄이 달린다.
열매는 꼬투리 열매로 아래로 늘어지며 씨 3~7개가 들었고, 익어도 갈라지지 않는다. 약재로 사용하는 부분은 뿌리로 원기둥모양이며 길이 5∼20 cm, 지름 2∼3 cm 정도이다. 뿌리의 바깥 면은 어두운 갈색∼황갈색이며 세로주름이 뚜렷하고 가로로 긴 껍질눈이 있다. 주피를 제거한 것은 황백색이며 꺾인 면은 약간 섬유성이다. 횡단면은 연한 황갈색이고, 껍질의 두께는 1∼2 mm 이다.
고삼은 민간보약으로 널리 쓰이는 오삼[(五蔘; 인삼(人蔘)·단삼(丹蔘)·고삼(苦蔘)·현삼(玄蔘)·사삼(沙蔘)] 가운데 하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삼과 같은 효과가 있지만 맛이 매우 쓰다.
건위작용이 있어서 위장염이나 세균성 이질에 목향(木香), 감초(甘草)와 같이 달여서 복용하면 증상개선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피부의 화농증과 습진에도 유효하며 피부 백선균(白癬菌)에는 고백반(枯白礬) 등을 배합하여 연고를 만들어 환부에 붙여서 치료했다. 민간에서는 재래식 변소에 넣어두면 구더기가 없어지고 집안에 놓아두면 해충이 서식하지 못하게 하는 살충력이 있으므로 일상에서도 많이 이용하여 왔다.
고삼과 같은 콩과의 ‘Sophora속’ 식물에는 ‘마트린(matrine)’, ‘옥시마트린(oxymatrine)’, ‘시티신(cytisine’) 등의 ‘퀴놀리지딘 알칼로이드(Quinolizidine Alkaloids, QA)’가 함유되어 있다. 특히 고삼에는 ‘마트린(matrine)’이 약 2%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때문에 맛이 대단히 쓰다. 그 외에도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이소안하이드(Isoanhide)‘, ’로이카린(Loicarin)‘을 함유하고 있으며 ’L-마키아닌‘과 소량의 ’프테로칼핀‘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고삼의 잎에는 ’루테올린(luteolin)‘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성분들 중 ‘마트린’의 약리작용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독작용이 있어서 대량 투여 시 수의운동 장애, 척추반사 항진에 따른 경련 등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삼이 보유하고 있는 약리학적 활성을 연구한 결과,
(1) 심혈관질환 개선작용
고삼성분 중의 ‘oxymatrin’은 심혈관 보호작용이 있어서 cardiac ischemia를 예방하고 심장허혈 억제활성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위염 및 위궤양 억제활성
고삼유래 화합물 중 ‘transsinapic acid’, ‘trans ferulic acid’ 및 ‘trifolirhizin’이 항산화작
용을 나타냈으며 그 중 ‘trifolirhizin’은 위궤양이나 위암유발 균주인 ‘H.pylori’균에 대한 항균활성을 나타내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예로 HCl․ ethanol로 유도된 위염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위 손상을 현저히 개선시켰다. 위염에 대한 동물 실험에서 위 손상 개선과 위염치료 효과를 나타낸 ‘trifolirhizin’과 ‘matrine’, 그리고 ‘kurarinone’은 고삼의 주요성분 중 일부다.
(3) 대사성 질환 (골다공증) 억제활성
골다공증이나 골약화증 등 골대사성 질환에 미치는 고삼의 억제활성을 연구한 결과, (2S)-2’-Methoxykurarinone,(2S)-7,4’-dihydroxy-5-methoxy-8-(γ,γ-dimethylallyl)-flavanone, formononetin은 MG-63세포에서, formononetin과 Kuraridin은 Saos-2세포에서
우수한 세포증식 효과를 나타내었으며,(2S)-2’-methoxykurarinone는 ALP의 활성을 증가시켰다.(2S)-2’-Methoxykurarinone,(2S)-7,4’-dihydroxy-5-methoxy-8-(γ,γ-dimethylallyl)-flavanone, kuraridin은 우수한 파골세포 억제효과를 나타냈는데 고삼 70% EtOH 추출물 및 formononetin의 투여로 난소를 제거한 마우스에서 골 소실 억제기능이 확인 되었다.
(4) 식도암의 전이와 세포자멸사에 작용하는 고삼추출물의 항암효과
식도암에 작용하는 고삼추출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농도(0,0.0125, 0.025, 0.05, 0.1, 0.2, 0.4, 0.8 mg/ml)의 고삼추출물을 투여하여 ‘TE-8’세포를 배양했다. ‘MTT assay’를 이용하여 ‘TE-8’세포의 전이를 확인하고 형태학적 변화와 ‘RT-qPCR’을 통해 세포자멸사에 관련된 유전자(caspase-3, Bcl-2, Bax)의 발현을 관찰하여 세포자멸사를 확인하였다. 이 외에도 ‘TUNEL assay’를 통해 세포자멸사 지표를 관찰한 결과 고삼추출물은 ‘TE-8’세포의 전이를 농도 의존적으로 현저히 억제하였다. 또한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비율도 농도의존적으로 증가하였다.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고삼추출물 투여 시 ‘caspase-3’와 ‘BAX의 mRNA’ 발현이 농도 의존적으로 증가하였으며 Bcl-2의 발현은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하였다. 이 결과는 고삼추출물이 식도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고 세포자멸사를 촉진하므로 임상적 치료에 적용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적정농도의 고삼추출물을 사용하면 면역세포인 ‘Th1/Th2’의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여드름, 피부 습진, 아토피, 피부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으므로 연고제로도 사용하며 가루를 내어 팩으로 쓰기도 한다. 고삼을 우려낸 물로 목욕을 하거나 피부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삼 추출물은 ‘결핵간균’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피부진균’과 ‘편모충’이나 ‘트리코모나스’ 까지도 억제한다. 그리고 ‘소포라놀’,‘플라보노이드’, ‘쿠라리놀’ 등의 성분이 발한촉진과 체열발산 작용이 있어 해열과 진통, 소염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습진이나 피부 화농증, 아토피나 피부발진 시 고삼추출물을 목욕물에 첨가해 목욕을 하거나 피부에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화장품에도 고삼추출물을 사용하는데 여드름과 미백, 수렴, 혈액순환 촉진목적으로 이용한다. 고삼을 달인 물로 세안을 하거나 고삼뿌리를 말려 곱게 가루를 낸 뒤 꿀에 개어 얼굴에 바르면 맑고 투명한 피부유지와 피부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만일 내복용 약으로 사용할 때는 ‘마트린’ 성분의 강한작용 때문에 과다복용하면 대뇌 마비를 일으키고 그 보다 적은 양에서는 점차 중추를 흥분시켜 경련을 유발하거나 운동신경 말초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그 외에도 부작용으로 일반적인 복용 후 불쾌감이나 설사, 복통, 구역과 구토 등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적정한 양만을 사용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고삼에 함유되어 있는 ‘플라보노이드’와‘옥시마트린’은 세정력도 강하고 살균작용이 있으므로 상피손상이나 점막질환이 있는 경우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 즉 소염과 살균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비누나 피부용품 등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그 외에도 국내의 한 대학교 연구에 서는 고삼추출물이 남성형 탈모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