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칼럼] 좋은 의사 (22)
강: ‘좋은 의사’, 스물두 번째입니다. 교육과정의 시작이든 끝이든, 어느 한쪽에만 의료윤리교과를 배치하는 데에는 반대하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셨어요.
샘: 그렇습니다. 의료현장에 윤리적 쟁점들이 있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초기에 교과가 개설되는 게 맞습니다.
강: 예. 그런데 처음에만 할 게 아니라 중간에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샘: 그렇죠. 사실 마지막에도 있어야 할 이유는 있어요. 수련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임상경험과 연관되는 윤리적 쟁점들을 미리 체계적으로 탐구해보는 과정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중간에도 연속적으로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는 거죠.
강: 윤리적 문제와 관련되는 사고를 구조화하면서도 지침으로 이끄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구조와 내용 양쪽이 중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샘: 그렇죠. 내 요지는 이거에요. 교육과정 전체에 걸쳐 있어야하는 것이 말입니다. 윤리적인 문제에 감수성은 물론이고, 늘 그런 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강: 예, 물론입니다.
샘: 그러니까, 윤리에 대한 생각에 계속 노출시켜서 학생들의 의식 속에서 이것이 연속적으로 표상되게 함으로써만 그러한 결과가 달성될 수 있어요. 내 주장은 이겁니다.
강: 예,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샘: 그런데 이런 제안이 말이죠, 세부적으로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무산되기 십상이죠.
강: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기존의 과정에 끼워 넣어야 하는 형국이니까요
샘: 뭐, 그렇긴 해요. 이 고상한 계획을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면, 누군가는 뭔가를 포기해야만 하는데 그게 어렵잖아요.
강: 예. 맞습니다. 기존 교과목들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할 판이 되어버리죠.
샘: 그래서 이래저래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인데,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쓰던 80년대 초에도 이미 하고 있는 학교들이 있었어요.
강: 예, 이제는 거의 다 있고요,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교육현장이 많이 바뀌었어요.
샘: 음, 그래요. 의료에 인문주의적인 차원을 심자는 데에 어느 정도 의견이 집결되어서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강: 하여간 초창기엔 새로운 것을 두고, 그게 꼭 필요한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선생님 책에 보면 당시엔 선택과목으로 윤리를 개설했다고 하셨던데,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샘: 그렇죠, 이제 윤리와 프로페셔널리즘은 필수로 다 개설되어있다시피 하니까요.
강: 선택과목으로 하는 것에 대해 책에 쓰신 걸 보니까, 그걸 선택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필요하지 않을 학생일 경향이 있다고 하셨던데, 실증하기 힘든 주장을 하신 건 아닌가요?
샘: 그래요? 그렇다고 내가 선택 안 한 학생들이 가장 필요한 학생들이라고 한 건 아니잖소?
강: 아, 뭐, 그렇긴 하네요. 저는 가능하다면, 인문교과를 선택교과로 많이 개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