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박사] 치과 천연물 (43)
레몬 밤(lemon balm)
레몬 밤은 지중해연안의 여러 유럽국가에서 2000여년 이상 재배되어 온 꿀풀과의 다년생식물이다. 원산지는 유럽남부와 중앙이시아지역이며 유럽, 아시아, 이프리카 등 전 세계 각국에 분포하는 인기허브식물중의 하나로 벌꿀채취를 위한 밀원식물(蜜源植物)로도 유명하다.
아주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높이 60~150cm 정도까지 성장하는 내한성의 다년초로 줄기단면은 네모 모양이다. 잎의 길이는 약 8cm의 넓은 난형으로 마주난다.
엽병과 털이 있으며 레몬향이 강하다. 꽃은 늦여름에 흰색, 노란색, 연한 청색의 윤선화서(輪扇花序)로 피어난다. 봄과 여름에 작고 노란 꽃을 피우는데 레몬 밤의 잎들은 노란 빛을 띠는 초록색에서 어두운 초록색이며 흙의 종류와 기후에 따라 색상이 어느 정도 변할 수 있다.
레몬 밤은 일종의 박하(薄荷)식물인데 박하를 뜻하는 영어단어 민트(mint)라는 이름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님프 ‘멘테(Menthe)’에서 유래됐다. 레몬 밤 잎을 손으로 비비면 상쾌하고 은은한 레몬향이 나는데 이 향을 좋아해서 아침마다 차로 즐겼다는 유럽의 ‘글로모건 왕(그위건 압이델)’은 108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레몬 밤은 내성과 중독성이 없어 독일 등 유럽에서는 수면장애나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약재로 활용된다. 레몬 밤의 잎과 꽃, 줄기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분이 약효를 나타내는 효능이 있는데 일찍이 스위스의 한 학자는 레몬 밤에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레몬 밤은 이처럼 안정제 효과와 항균작용을 보유하기 때문에 약재로 사용되지만 근래에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소재로 알려지면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수 ‘나르샤’와 모델 ‘이소라’ 등 유명연예인들의 몸매관리 비결로 알려지면서 다이어트식품으로 급부상 했던 경력이 있다. 실제로 레몬 밤에는 내장지방을 분해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체중을 감량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한국인 성인남녀 80명에게 3개월간 레몬 밤 추출물을 섭취하면서 운동과 식이조절을 병용하게 한 후 CT 촬영한 결과 내장지방이 20%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레몬 밤 추출물은 혈관신생을 억제해 지방세포의 성장을 막고,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
혈관신생은 기존의 혈관에서 새로운 혈관이 생기는 것인데 비정상적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암이다. 암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주위의 혈관으로부터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산소와 영양공급을 받아 커지는데 지방조직도 성장하기 위해서 왕성한 혈관신생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복부지방은 빨리 부피가 증가하는 지방조직으로 혈관신생이 다른 부위의 지방조직보다 활발히 일어나며 특히 내장지방은 피하지방보다도 혈관신생이 더 많이 일어나는 지방조직이다.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하는 동물시험을 통해 ‘레몬 밤 추출물 투여 후 내장지방의 신생혈관 억제에 의한 내장지방및 피하지방 세포크기감소’가 확인되었다.
간에서는 지방산 산화와 관련된 지방분해효소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이와 함께 근육에서 에너지소비를 촉진하는 유전자발현 비율도 상승되는 현상이 학술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레몬 밤은 여성호르몬을 조절해 생리통을 완화하고 변비를 개선하며 전반적인 소화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레몬 밤에 포함된 다양한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이 위장 벽을 보호하면서 위장에 가스가 차는 현상도 완화시켜 주므로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약재로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어져 왔으며 현재에도 독일의 국민소화제 ‘Iberogast (이베로가스트)’의 주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레몬 밤에는 로즈마린산 외에도 페놀산, 테르펜및 Caffeic acid 등의 플라보노이드가 많아 안정이나 진정효과뿐만 아니라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레몬 밤의 용매별 추출물에 함유되는 폴리페놀 함량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레몬 밤 추출물 33.02-302.76 mg GAE/g인 경우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Total Polyphenols, Total Flavonoid Contents)은 9.98-325.07 mg CE/g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레몬 밤 추출물 및 용매 분획물의 ‘1,1-diphenyl-2-picrylhydrazyl(DPPH)라디칼 소거활성’을 평가한 결과 대조군인 ascorbic acid (30 µM)와 유사한 DPPH라디칼 소거능력이 확인되었다. 또한 레몬 밤 추출물 및 용매 분획물 중 클로로폼 분획물이 상대적으로 가장 우수한 RAW 264.7 세포의 NO생성 억제효과가 확인되었다.
Tyrosinase 억제활성은 100% 에탄올 환류 추출물의 200 µg/mL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arbutin 처리군 보다 우수한 억제활성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레몬 밤 추출물이 항산화, 항염 및 미백활성을 보유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레몬 밤의 항염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서 용매별 추출물 및 분획물이 RAW 264.7 세포의 IL-6 및 TNF-α 생성에 미치는 영향평가를 위해 NO생성 억제능이 가장 우수한 레몬 밤 100% 에탄올 정치추출물의 클로로폼 분획물을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매개체 중 IL-6 및 TNF-α 등은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조절 및 선천면역반응과 만성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중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다. 우선 LPS 처리한 RAW 264.7 세포의 IL-6 및 TNF-α는 LPS를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증가하였으나 레몬 밤 100% 에탄올추출물은 LPS 단독 처리군보다 유의적인 수준에서 IL-6 및 TNF-α 생성을 감소시켰다.
이처럼 레몬 밤에는 Nerol, Citral, Caryophyllene 및 Citronella 등이 풍부하고 이들이 LPS로 유도된 대식세포의 IL-1β 및 IL-6를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우수한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레몬 밤은 HIV 활동을 억제하고 방해함으로써 AIDS 예방차원에도 유용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와 같이 뛰어난 항바이러스 활성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엡스타인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에 의한 감염성 단핵구증(Infectious mononucleosis)을 비롯한 헤르페스 1형 구순단순포진(Herpes Simplex Virus, HSV)이나 헤르페스 2형 성기단순포진(Herpes Simplex Virus, HSV)등 헤르페스의 원인이 되는 DNA바이러스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레몬 밤 추출물은 헤르페스에 의해 발생하는 입술이나 외음부의 발진을 치료하는데 매우 효과적임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레몬 밤 사용 시 주의할 점으로는 안압(眼壓)에 민감한 녹내장환자나 수술직후의 환자에게는 주의해야 하고 레몬 밤의 진정효과가 다른 진정제와 상승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사용상 주의사항은 과량사용으로 현기증이나 구토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 환자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카페익산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에 예민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며 너무 장기간 복용하거나 과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레몬 밤의 성분 중 하나인 Eugenol은 구강이나 구순의 염증치료와 통증감소에도 도움이 되는 성분이다. 레몬 밤 추출물은 병원성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항염작용에 의하여 구내염이나 치은염, 치주염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므로 ‘치약’이나 ‘마우스 워시’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글-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