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 마지막 생각 (2)
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 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13장 '마지막 생각' 두 번째 시간입니다. 실제 의료현장의 윤리 문제를 생각하실 때 대체로 선생님 입장은 갈등문제가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하셨고요.
샘: 해결 불가능한 가치 갈등도 있을 수 있고 규제를 통해서 막아보려는 비도덕적 행위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은 비관적인 방향으로의 압박도 있긴 있죠.
강: 예, 맞습니다.
샘: 오늘은 책에 제시한 사례들을 본 의사들이 보이는 반응에 관해서 좀 살펴볼까 해요. 그냥 임상의학적으로 나쁜 행위이기 때문에 별로 흥미가 없다고 내치는 경우가 사실 많거든요.
강: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흥미라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샘: 내가 말하는 사례라는 것이 생식보조기술을 활용해서 아이를 갖겠다는 동성애자들 사례라거나 인공임신중절이나 연명의료와 같은 의견이 분분할 사례에 대한 게 아니거든요.
강: 그러면 그보다는 좀 일상적인 임상현장의 사례를 놓고 하는 말이란 말씀이죠?
샘: 그렇죠. 이런 겁니다. 고령의 환자에게 진통제가 너무 적게 들어가고 있다거나 임종기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카테터를 연결하는 전공의 사례, 아니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도무지 무감각한 의사의 예, 그런 겁니다.
강: 말씀을 듣고 보니 이런 사례들이 ‘흥미가 없다’는 말은 이해가 되긴 해요. 평소 임상에서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이고 사례의 제목만 들어봐도 임상진료행위의 유용성이나 임상진료의 표준 혹은 지침, 임상진료의 질, 임상현장에서의 의사소통과 복합적으로 연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혹시 그래서 도덕적으로 흥미 없다고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샘: 다각적으로 토론하고 해볼 사례라는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회피하는 반응을 많이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걸 내가 “나쁜 진료에 대한 토론을 피하기”라고 명명해봤어요.
강: 하하. 그렇게 명명까지 하실 정도로 인상 깊으셨군요. 하면 안 되는 행동이나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규범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론에 대한 논의만 도덕으로 보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들어요. 사실 윤리의 본류는 마주하는 상황을 더 잘 대응해서 그 상황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최대한 달성하자는 것인데 말이죠.
샘: 그렇죠. 그러니까 좋은 의사, 좋은 진료, 좋은 의료시스템이라는 말에서 “좋음”에 대한 논의라고 보면 될 텐데 말이죠. 그런 사례를 들은 의사들이 하는 말이 이런 겁니다. “맞아요,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 그건 사실 전문직으로서의 의료와 무관하죠. 왜냐하면 그냥 그렇게 좋은 진료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일 뿐이니까요.”라고 말을 한단 말입니다.
강: 지금 살짝 찔리는데 저라도 그런 이야길 하고 싶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저 역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나쁜 진료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는 부류에 속하고 있는 거네요.
샘: 하하, 거봐요. 그렇다니까!
강: 예. 회피하지 말아야죠. 임상진료현장의 나쁜 진료 사례를 이모저모 검토하되 그런 행태에는 또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가정을 가지고 토론을 할 필요가 있겠네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