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박사] 치과 천연물 (49)

마그놀리아(목련; 木蓮; Magnolia)

2021-07-23     김영진 박사
마그놀리아(학명; magnoliaceae)

추운 겨울이 지나고 아직도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른 봄, 목련 잎이 싹트기도 전부터 아름답게 피어나는 목련꽃은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는 중국에서 전해오는 백목련(白木蓮)과 자목련(紫木蓮)에 얽힌 한 편의 설화다.

사람과 신의 교류가 빈번했던 그 옛날, 어느 나라의 임금님에게 외동딸인 예쁜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백옥(白玉)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가졌으며 마음씨 또한 비단결처럼 고와서 온 나라의 젊은 청년들은 모두 남몰래 공주를 사모하면서 사랑을 이루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공주는 행실이 고약하기로 소문난 ‘북해(北海)의 신(神)’만을 마음속으로 깊이 흠모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공주는 아버지의 왕국을 빠져나와 자신의 사랑을 찾아 천신만고(千辛萬苦)끝에 먼 북쪽바다까지 갔다. 그러나 공주가 힘들게 만난 ‘북해의 신’은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음을 깨달은 공주는 그대로 차가운 파도가 춤추는 북쪽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북해의 신’은 공주가 자신만을 사모하는 일편단심 끝에 목숨을 버렸음을 알고 사랑스러운 공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자신의 아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독배를 내려 죽인다. 그리고는 두 여인의 넋이나마 위로하려고 양지바른 곳에 공주와 아내의 무덤을 나란히 만들어 묻었다.

그 후 해마다 공주의 무덤에서는 살아생전의 공주모습처럼 희고 아름다운 백목련이 피어났고 아내가 묻힌 무덤에서는 붉은색의 자목련이 피어났는데 지금까지도 ‘북해의 신’을 사랑했던 두 여인의 넋으로 환생한 이세상의 모든 목련꽃은 꽃이 질 때까지 오로지 북쪽만을 바라보고 피어있게 됐다고 한다.

목련은 속씨식물군(群) 목련목(目)의 목련과(木蓮科)에 속하는 나무이다. 목련꽃은 향기와 색, 모양이 아름다워 일명 천녀화(天女花)라고도 불린다. 종류로는 2속 320여 종이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온대 및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백목련, 백합나무, 자목련, 초령목, 태산목, 함박꽃나무로 불리는 2속 6종이 자생한다. 상록 또는 낙엽교목의 2종류가 있으며 모양이 단순한 큰 잎이 서로 어긋나기로 달린다.

대부분 턱잎이 꽃봉오리를 싸고 있다가 일찍 떨어진다. 꽃은 거의 양성화로 방사대칭이고 큰 것이 많으며 보통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1개씩 피어나지만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군락을 형성하므로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한다. 꽃받침조각은 3개, 꽃잎은 6개 또는 그 이상이며 흔히 나선모양으로 배열된다. 한편 볼록하게 잘 발달한 꽃 턱의 아랫부분에는 여러 개의 수술이 나선모양으로 자리한다.

씨방의 각 방에는 2개 또는 몇 개의 밑씨가 존재한다. 열매는 골돌과나 액과 또는 날개가 달린 폐과로 씨가 길게 자라나는 주병[珠柄; 식물의 밑씨가 심피(心皮)에 부착되는 자루부분]에 매달려 밑으로 늘어진다. 이러한 형태로 볼 때 목련은 진화역사상 가장 원시식물 중의 하나로써 화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 1억 년 전부터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서식해 왔다. 

이처럼 목련과 나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원시적 수목이기 때문에 그들의 꽃에는 진정한 꽃잎과 꽃받침이 없다. 대신 꽃잎과 같은 테팔(Tepal; 식물의 외피를 이루는 조각으로써 내꽃잎 덮이조각 이라고도 함)이 있으며 꿀을 생산하지는 못하고 향기로운 냄새로 딱정벌레를 끌어들인다.

그들은 꽃가루를 먹으며 암, 수술을 수정시키지만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딱정벌레는 나비나 꿀벌과 같이 날개 달린 곤충보다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원시적인 곤충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기 1521년, 스페인의 ‘코르테스(Hernan Cortes)’가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후 1570년에 스페인국왕 ‘필립 2세’는 ‘에르난데스(Francisco Hernández)’에게 멕시코 지역에서 나오는 사물에 대한 보고책자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1651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출판된 ‘에르난데스의 책’에는 ‘Eloxochitl’이라는 아름다운 식물그림이 있다.

이것이 최초의 남미산 목련그림이며 ‘마그놀리아(Magnolia)‘라는 명칭은 이 관상용 목련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도입한 프랑스 식물학자 ‘Pierre Magnol(1638-1715)’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후일의 스웨덴 식물학자 ‘Carl Linneaus’가 1737년에 붙인 이름이다. 그때 ‘Pierre Magnol’에 의해 도입된 Magnolia officinalis는 오늘날 유럽 모든 도시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대표적 관상수가 됐다.

현대에 이르러 목련을 이용한 식품이나 약품으로써의 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목련꽃잎을 절인 후 매운맛을 내는 양념으로 사용한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목련새싹을 절여 쌀과 섞어 향기로운 차의 원료로 쓰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목련의 어린잎과 꽃봉오리를 구워 야채로 먹으며 오래된 잎은 가루로 만들어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커다란 잎을 숯불화로 위에 놓고 된장, 부추, 무우, 표고버섯을 함께 섞어 요리하는 재료로 활용한다.

목련껍질은 적어도 AD 1세기 이후의 중국이나 일본 등 동남아 각국에서 약용으로 사용돼 왔는데 알레르기와 천식반응을 감소시키고 항균 및 항진균 특성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어로 ‘xin yi hua’이라고 불리는 목련꽃은 만성 호흡기감염, 폐 울혈 및 부비동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며 ‘hou po’로 불리는 목련껍질은 복통, 월경통, 메스꺼움, 설사, 소화불량 및 복부 팽만감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Davidson and Frey 2005). 또한 목련껍질 추출물 주사는 현대의료 임상에서 효과적인 근육이완제의 하나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목련껍질 추출물 중의 생체활성 성분으로는 Neolignans, Lignans, Sesquiterpenes, 그리고 각종 Alkaloids와 9 종류의 Phenylethanoid glycosides가 들어있는데 이들 phenylethanoid glycosides는 (1)Magnoloside Ic (2)Crassifolioside (3)Magnoloside Ib (4)Magnoloside IIIa (5)Magnoloside IVa (6)Magnoloside IIa (7)Magnoloside IIb (8)Magnoloside Va (9), n-butanol fraction of Magnolia officinalis 등이다.

이들 9개 phenylethanoid glycosides 배당체의 자유라디칼 소거활성을 확인하기 위해 ‘DPPH’, ‘ABTS’ 및 ‘슈퍼옥사이드 음이온 라디칼소거분석법’을 사용해 두 가지 종류의 미토콘드리아 손상모델에 대해 평가한 결과 보호효과는 ‘미토콘드리아 팽창’, ‘말론 디 알데히드(MDA)’ 및 ‘지질 하이드로퍼 옥사이드(LOOH)’의 형성, ‘카탈라아제 (CAT)’, ‘글루타티온 환원효소(GR)’ 및 ‘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 (SOD)’의 활성화 과정에서 상당한 개선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천식의 경우 Magnolia 추출물인 ‘NDC-052’를 투여하면 ‘Corticosteroids 유사작용’을 나타냄으로써 경증에서 중등도의 천식환자에 대한 천식조절에도 유익한 효과를 보이면서 일반 대증요법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내약성이 우수하고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련껍질 중의 ‘폴리페놀화합물’인 ‘마그놀롤(Magnolol)’과 ‘호노키올(Honokiol)’은 항균작용과 함께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구강 내 세균 최소억제농도(MIC) 테스트를 위해 magnolol과 honokiol을 사용한 그룹과 ‘리스테린’ 구강청결제를 사용한 대조군의 비교실험 결과를 보면 구취와 치주질환을 유발하거나 충치형성에 관여하는 Streptococcus mutans와 Porphyromonas gingivalis, Fusobacterium nucleatum등에 대한 magnolol, honokiol 사용군의 MIC는 8~31microg/mL 범위였다.

또한 Kill-time 분석 결과 0.2% 목련추출물로 처리한 대조군에서 5분 이내에 3종류 이상의 구강박테리아가 99% 이상 감소되는 것으로 밝혀져 ‘리스테린’보다 더 우수한 항균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련을 과량복용하면 혈액응고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혈액응고 억제제과 함께 사용하면 출혈가능성이 높아지며 자궁을 수축시켜 유산을 유발할 수도 있고 신경안정제나 진정제와 함께 복용하면 과 진정상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목련꽃 추출물은 피부염증과 색소침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피부미백제로도 사용되며 유해성분으로 인한 피부자극을 최소화하거나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기능성화장품 원료’로 등재돼 있다. 

마그놀리아 추출물 함유 ‘로얄보타닉’ 치약(LG 생활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