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 마지막 생각 (4)
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마지막 생각’ 네 번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의사의 행동이 의료의 일부가 돼 간다는 말씀까지 하셨어요.
샘: 뭐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강: 예, 흐흐. 각 사람의 의사가 자신의 의료행위와 행동으로 소속한 전문직을 대별하고 규정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는 말씀이셨고요.
샘: 그래요. 이제 이 대목에서 의사단체가 좀 더 공식적인 체계를 통해서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주장하는데 그걸 생각해봅시다.
강: 예, 선생님. 공식적인 자율규제권을 달라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샘: 자, 생각해보세요. 의료의 질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 의사 자신들의 조직이 가져야 하는, 가지는 권리라고 합당하게 주장할 수 있으려면 좋지 않은 의료를 하는 의사들 이야기를 할 때 그건 그 사람들이라고 외면할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강: 그래서 그런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자율규제를 통해 규제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샘: 내 말은 이겁니다. 다른 의사의 실패나 실수는 의료전문직이 자신들의 행태를 관리하지 못한 실수의 예화가 아니냐는 겁니다. 그런 사람도 있다는 말로는 해명이 안 된다는 거죠.
강: 예, 그런데 그게 자율규제를 원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결국 하시려는 말씀이 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데요. 자율규제가 공식적으로 될 수 있게 한다 한들 그게 과연 소용이 있겠느냐는 말씀이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샘: 의료의 실수에 대한 챕터에서 일정량의 에러가 늘 의료에 있다는 이야길 했었죠?
강: 예, 선생님.
샘: 모니터링이든 규제든 그 사실을 바꿀 수가 없어요.
강: 사실 법적으로 의료를 간섭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비공식적으로라도 자율규제를 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선생님 말씀은 법적 규제든 자율 규제든 그런 식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샘: 일정량의 에러는 발생을 피할 수 없고 그 외의 에러들은 사실 도덕적 불감증으로 인해서 생기는데 좋은 의사는 이런 에러를 범하지 않아요.
강: 예, 선생님. 하여간 자율규제로도 안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샘: 그런데 이 지점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어요. 의료가 건강을 위한 것일진대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높이려면 그래서 건강 관련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말이죠. 환자도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강: 예, 맞는 말씀이십니다.
샘: 의사와 환자가 함께 무엇을 이뤄야 하는가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협력한다면 어느 한 쪽의 소외나 불만족도 줄어들 겁니다. 그렇지만 또 언제나 완벽하게 좋기는 힘들어요. 불행감의 잔재는 늘 있기 마련이죠.
강: 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의 만남의 계기, 의료의 특성문제니까요.
샘: 그래요. 그러니 더욱 더 의사와 환자 양쪽이 이해하고 협력해야 하는 것이죠. 통증이나 쇠약이나 죽음이나 이런 것들이 의료의 중심에 있는 것이고 삶의 비극적인 차원이 교차하지요. 상황이 인내를 요구하고 이해를 요구합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