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 마지막생각 (6)

2021-08-15     강명신 교수

: “마지막 생각”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좋게 하고자 하지만, 어렵게 만드는 여러 장벽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 그렇습니다.
 

: 사실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가 좋으면 당연히 좋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의 경우는 말 그대로 ‘만족’이라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을 전제로 해야 할 정도에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는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되었어요.
: 물론 이런 부분에 민감하고, 환자의 심중을 잘 헤아리는 훌륭한 의사들도 있긴 하죠.   
 

: 예, 그렇지만 대개는 어렵다는 말씀이죠. 그리고 평소에 소통을 잘 하시는 분들에게 아무 일이 안 생기란 법도 없고요. 그러니까 일이 안 생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도 중요할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환자나 환자 가족이 불만족한 사항이 생겼을 때, 이 분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표현하고 호소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이나 절차가 일단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 그런데 그건 사실 조직 사이즈가 어느 정도 되는 병원급에서나 실효성이 있는 주문이신 것 같아요. 적정진료나 서비스품질 담당 부서나 직원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의원급의 작은 조직도 환자나 환자 가족 편에서 불편이나 불만족이 감지되거나 실제로 표출되었을 때에 어떻게 할지 체계를 마련해두는 것은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 뭔가 좀 구조화된 방식이 있으면 좋기는 할 것 같아요. 일단 의사소통의 차원에서는 일단 불만족을 ‘표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의료진 쪽에서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하여간, 어떻게든지 환자 쪽 불만을 표출하는 경로가 있는 것이 좋고 그게 더 공식적으로 구조화되면 좋다는 말씀이시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도 동의합니다.

: 그리고 또, 짚어둘 것이 있어요. 열린 마음으로 효과적인 소통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 문제가 있어요. 이를테면 양수천자로 성감별을 하려는 환자와 치료적 중절이 아니면 절대로 중절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의 관계를 생각해보세요. 

: 테크니컬하게 가능하면 의사가 다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한 것 같아요. 당장 비교되는 예는 아니지만, 치과 쪽에서 예를 들면, 오래된 치아 절단면 파절을 최근 걸로 진단서를 써달라고 하는 경우가 떠오릅니다.    
: 그렇군요. 공동의 목표가 될 수 없는 걸 해달라고 하면 곤란하죠. 연명의료의 보류나 중단 문제에서도 그렇고 의료진과 환자나 환자 보호자 쪽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많이 있죠. 그렇다고 꼭 이런 갈등이 필연적으로 가치갈등인 건 아닙니다.

: 아, 예에.
: 평소 통증이라고 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믿고 있고, 최대한 통증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를 가정해 봅시다.  

: 환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인데도 의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 말씀인가요? 저는 가치갈등의 예라고 생각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