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박사] 치과 천연물(52)

하마멜리스(Witch hazel: 풍년화, 학명: Hammamelis Virginiana))

2021-08-22     김영진 박사
하마멜리스(학명: Hammamelis Virginiana)

‘하마멜리스(Hamamelis)’, 일명 ‘위치하젤(Witch hazel; 마녀개암)’은 ‘조롱나무과(科)’의 일종으로 타 원형의 잎과 노란색의 꽃을 가진 관목이다.

‘하마멜리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하마(동시에)’와 ‘멜론(과일)’ 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Hamamelis는 ‘열매와 함께’ 라는 뜻으로 전년도에 열려서 익은 열매와 함께 꽃이 동시에 피어나는 이 식물의 특징을 일컫는 이름이다.

학명이 라틴어로 ‘하마멜리스 버지니아나(Hammamelis Virginiana)’인 위치하젤은 북아메리카와 아시아에 걸쳐 분포하는 야생 꽃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풍년화(豐年花)’라고 부른다. 위치하젤은 낙엽관목의 한 종류로 키가 3.0~7.6미터 (10~25피트), 드물게 12미터(40피트)까지 자라는 나무이다.

잎은 교대로 배열되며 5.1-10.2 cm의 타원형 모습이다. 꽃은 0.95-1.91센티미터의 가는 끈 모양의 꽃잎이 4개씩 달려 있는데 길고 옅은 노란색에서 진한 노란색, 주황색 또는 빨간색으로도 피어난다.

이처럼 다양한 색깔을 띤 얇은 꽃잎은 거미줄같은 꽃가지에 서로 비비 꼬여 있다.
위치하젤은 독특하게도 늦가을에 꽃을 피우는데 간혹 겨울까지도 꽃잎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도 발견된다.

열매는 길이가 0.95센티미터(3/8인치) 로써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캡슐로 형성되는데 두 부분 각각에 0.64 센티미터(1/4 인치) 정도의 광택있는 검은색 씨가 들어 있다. 이 캡슐은 개화 후 약 8개월이 되는 가을 성숙기 꽃이 필 즈음에 폭발적으로 쪼개지며 최대 9.1m(30피트)의 거리를 날아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으로 씨앗을 뿜어 내므로 ‘스내핑 헤이즐’이라는 색 다른 이름도 붙어있다.

위치하젤은 옛날부터 북미 인디언 주술사들에 의해 제사의식과 의료용으로 사용돼 왔으므로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위치하젤의 치료효과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위치하젤이 상처의 출혈을 멈추고 부종이나 염증성 병소에 대한 완화효능을 이용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해 왔다.

그러다가 17세기 초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유럽에서 건너온 ‘매사추세츠주’ 이주민들에게 통증이 있는 부위나 멍든 상처, 찰과상 등을 진정시키기 위한 치료약으로 위치하젤을 사용하는 방법을 전수해 주었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시대가 열리면서 유럽에서 건너간 이주민들에 의해 유럽으로 하마멜리스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첫 이주민 다음세대의 미국인들은 하마멜리스를 항염증제, 진통제, 방부제, 데오도란트, 세안제, 그리고 미용 파운데이션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개발했다.

또한 전통적인 방법으로 위치하젤을 경구투여함으로써 복 통, 설사, 구토, 열, 오한 등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이용했으며 근래에 이르러서는 하마멜리스의 나무껍질, 가지, 잎을 증류해 추출물을 만들어 의약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장품의 주요원료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관상수로써 ‘Hamamelis virginiana’는 미국식민지의 식물연구가였던 ‘Peter Collinson’에 의해 영국에 정원수로 처음 도입됐다. 그 후 원예전문가인 영국의 ‘Charles Marys’에 의해 1902년에 중국 ‘Jiujiang’지 역 ‘Veitch’ 보육원에 정원수로 수출, 식재되면서 중국 일대에도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아름다운 관상수로 이용하기 위해 수많은 품종들이 개량·보급됐는데 그 중 다수는 H.× intermedia Rehder(H. japonica×H. mollis) 잡종에서 파생된 것 들이었다.

1856년 ‘Charles Van Geert’에 의해 나무농장으로 창립된 스웨덴 ‘Kalmthout’ 수목원에서 식물학자 ‘Robert de Belder’는 붉은 꽃을 피우는 하마멜리스를 개발하고 그의 딸 이름을 따서 ‘Diane’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나중에 좀 더 짙은 빨간색을 띠도록 개량된 가장 예쁜 품종은 손녀의 이름을 붙여 ‘Libia’ 라고 명명했다.

19세기에는 미국에서 하마멜리스가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선교사이자 의사인 ‘Charles Hawes’ 박사는 처음으로 하마멜리스 엑기스를 증기증류방식으로 뽑아내서 ‘Hawes 추출물’ 이라고 이름 붙인 후 ‘코네티컷 주’의 약사인 ‘Alvan Whittemore’에 의뢰해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위치하젤을 대규모의 상업용 포장상품으로 판매한 최초의 인물은 뉴잉글랜드의 성직자였던 ‘토머스 디킨슨 (Thomas Newton Dickinson, Sr)’ 이었다. 그는 위치 하젤 추출물을 만들어서 약국에 판매했는데 처음에는 20리터~40리터에 이르는 나무통에 담아 통째로 공급했지만 나중에는 소매고객을 위해 낱개의 병으로 포장해 판매했다.

이처럼 1866년 ‘코네티컷 주 에식스’에서 위치하젤 추출물의 상업적 생산을 시작한 ‘디킨슨’에 의해 위치하젤 제품은 더욱 품질이 개선됐으며 그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두 아들 ‘Thomas N. Dickinson, Jr’. 와 ‘Everett E.’에 의해 ‘Dickinson’s’ 사업으로 더욱 확 대·운영됐다.

Hamamelis가 보유하는 중요한 약리학적 활성성분은 각종 ‘플라보노이드’와 함께 ‘탄닌’, ‘카테킨’, ‘프로 안토시아니딘’ 및 ‘에센셜 오일’ 등이다. 위치하젤에 함유된 ‘폴라노이드’와 ‘탄닌’계열의 물질들은 항균, 항염, 항산화, 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위치하젤의 약효를 나타내는데 중요한 ‘파이토케미 컬(phytochemical)’은 ‘폴리페놀’로 3-10%의 ‘탄닌’, ‘플라보노이드’및 최대 0.5%의 ‘에센셜 오일’ 을 함유한다.

‘파이토케미컬’이란 그리스어로 ‘식물’ 을 뜻하는 ‘파이토(Phyto)’ 와 ‘화학물질’ 을 뜻하는 영어 ‘케미컬 (Chemical)’의 합성어로써 식물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내는 화학물질이다.

해충이나 곰팡이, 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만들어 내는 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은 채소나 과일의 화려하고 짙은 색소에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Hamamelis에는 각종 플라보노이드뿐만아니라 다량의 수렴성 타닌(카테킨 및 갈산)과 함께 정맥 순환 조절특성으로 ‘venotonic’ 작용을 하는 ‘Rutin’과 정맥 벽을 보호하는 ‘비타민 P’, 그리고 ‘점액’ 과 ‘사포닌’도 함유하고 있다.
‘Vit P(일명 Naringin)’는 식물성 flavonoid의 하나로써 항균효과와 항산화효과 외에도 항염증효과 및 동맥경화 방지효과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위치하젤은 항산화효과와 함께 항자극 효능이 있는 ‘프로안토사이아닌’, ‘카테킨’, 각종 ‘플라보노이드’ 등의 천연합성물을 함유하고 있는데 ‘유럽 임상약학 학술지’의 한 연구에 의하면 피부의 가려움과 발적을 유발하는 습진, 염증피부를 치료하는데 뿐만 아니라 절개된 상처나 화상, 곤충자상, 피부발진, 치질 등의 다양한 질병에도 유효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위치하젤의 ‘Hamanelitanum’ 및 ‘Gallotanin’ 성분은 조직결합과 혈액응고를 촉진하며 염증을 억제한다. 동시에 탄닌은 활성산소에 의한 조직이나 피부의 손상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발현하고 특히 하마멜리스의 ‘Proanthocyamidina’ 성분은 피부의 수분손실을 줄여 보습작용을 촉진한다.

이러한 수렴효과 때문에 피부 클렌징 후에 남은 지방성분과 메이크업을 제거하는데 사용되어 ‘아스트리젠트’와 ‘토너’의 인기 있는 조성성분이 됐다.

위치하젤을 함유하는 다른 화장품 또는 스킨케어 제품으로는 ‘페이스 클렌저’, ‘모이스쳐라이져’, ‘애프터세이브’, ‘탈취제’ 뿐만 아니라 인체적용 실험결과로 효과가 입증된 ‘여드름 관리제품’ 등으로 개발돼 있다.

이와 같이 위치하젤은 천연성분에 의한 항염및 항균작용이 있어서 피부의 가려움과 염증을 줄이고 부종과 발적치료에 사용된다. 또한 수렴효과가 있어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으로 인한 출혈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므로 치약을 비롯한 구강용제제의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위치하젤을 외용진통제나 피부보호 용도에 사용되도록 인가했고 독일에서는 설사, 구내염이나 치주염, 피부의 국소염증, 피부트러블 등에도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특히 FDA에서는 ‘피부용’ 및 ‘구강용 제제’와  ‘홈 케어’ 제품의 안전한 유효성분으로써 ‘위치하젤 추출물’ 의 무제한 시판을 승인했다.

△ 위치하젤 추출물 함유 ‘메디업 치약’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