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천연물(56)
꼬리고사리 (학명; Asplenium incisum )
‘고사리(bracken)’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펴져 있는 ‘양치류(fern)’의 식물군으로써 남극대륙이나 사막처럼 춥거나 더운 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볼 수 있는 다년생(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우리나라 함경북도, 평안북도, 황해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 모든 지역에 서식한다. 이 보통의 고사리는 뿌리줄기(rhizome)가 땅속에서 1m 이상 뻗어 나면서 곳곳에 잎들이 솟아난다. 잎은 대개 큰 삼각형이며 0.6~2m 길이로 자란다. 고사리의 종류로는 가래 고사리, 꼬리고사리, 거미고사리, 관중 고사리, 낚시고사리, 부싯깃고사리 등 매우 다양하다.
고사리는 지구 상에서 고생대부터 살아온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로써 생명력과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다. 역사적, 지역적으로 고사리의 어린순은 많은 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한다. 어린순은 갈색이며, 꼬불꼬불한 모양 때문에 영어로는 ‘소용돌이 모양의 장식’이란 뜻을 지닌 “fiddlehead”라고 불린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고사리는 보통 어린 순을 삶아서 말린 상태로써 나물로 식용하거나 날 것으로 소금에 절인 다음 말려서 먹는데 고소하며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약간의 쓴맛이 난다. 비빔밥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고사리나물은 어린순으로 만든 것이다. 뿌리줄기에서 분리되는 전분은 고사리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중국 ‘사기(史記)’에 고사리와 관련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주(周) 나라 무왕(武王)이 상(商) 나라를 정벌했는데 이에 반대했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무왕에 항거하며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주인 없는 고사리만 캐어 먹다 죽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고사리는 곧은 절개와 충성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결국 수양산의 고사리도 주나라 땅에서 나온 것이라는 반론도 거셌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인 고사리는 ‘곡 사리’에서 ‘ㄱ’이 탈락해 생겨났다고 한다. ‘곡 사리’란 고사리의 새순이 올라오면서 돌돌 말린 모습이 ‘曲(곡)’자과 유사하고 실 같은 하얀 털들이 줄기에 붙어 있으므로 ‘絲(가는 실이란 의미의 ‘사’)’자를 붙여 곡사 라라 했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사리’가 되었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데 4~5월 봄철에 어린 고사리를 꺾어다가 데친 후 말려서 육개장이나 나물무침 등으로 사계절 내내 이용한다. 특유의 향이 강해 제철 별미인 햇고사리는 부드럽고 굵은 줄기를 지니고 있으며 삶아서 쓴맛과 떫은맛을 우려낸 후 말려서 나물이나 각종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한다. 고사리는 100g당 19Kcal의 열량을 내는 저열량 식품으로 식이섬유를 비롯하여 칼륨과 인의 함량이 많은데 고사리를 말리면 칼륨과 마그네슘, 철분 등의 무기질이 더욱 풍부해진다.
건조된 새싹 고사리는 일반적으로 수분함량 10%, 단백질 27%, 지방 l%, 당 38%, 섬유 11%, 회분 12%를 함유한다. 특히 칼슘, 인, 철, 비타민이 많이 함유돼 있다. 당질은 고사리에 포함되어 있는 전분인데 줄기에서 추출하며 고사리 떡의 주성분이 된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고사리 새순은 맛이 고소하고 달면서도 약간 쓴 맛이 나는데 위와 장에서 일어나는 이상반응을 해소하는 작용을 하며 이뇨 효과도 보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사리의 뿌리는 한의학에서 해열, 이뇨, 설사, 황달, 대하증 치료제로, 뿌리와 줄기를 말려 만든 가루는 기생충 제거에 효과적인 전통적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말린 고사리 100g에는 칼슘 9mg, 칼륨 305mg, 마그네슘 23mg, 인 67mg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며 비타민도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중 비타민K는 성인 1일 섭취 권장량의 54%(37.89㎍)가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K는 혈액응고 반응을 도와주며 미네랄 대사에도 관여한다. 비타민K 부족은 혈액응고장애와 출혈 현상을 유발하는데 이는 혈액응고인자인 프로트롬빈이 비타민K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타민K는 혈장, 뼈, 신장에서 발견되는 특정 단백질의 생합성에 필요하므로 결핍 시 골 약화증을 비롯한 미네랄 대사 장애를 유발한다.
그 외에도 고사리에는 비타민 A, 칼슘, 철분, 칼륨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이 성분들 중 특히 칼륨은 원활한 나트륨 배출을 도외 혈압을 저하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준다. 그로 인해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고지혈증 같은 각종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고사리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체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고 장(腸) 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익히지 않은 ‘생고사리’는 비타민 분해효소인 ‘티 아미나 아제(thiaminase)’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것은 비타민 B1을 분해하는 효소인데, 과량의 고사리를 날 것으로 섭취할 경우 비타민B1 결핍증인 각기병(beriberi)에 걸릴 수도 있다. 각기병은 비타민B1이 부족하면 발생하는 질병으로 팔다리 근육이 허약해지는 병이다. 성숙한 잎의 고사리를 먹은 말은 걷지 못하고 주저앉는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서부개척시대의 미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
따라서 옛날 미국 카우보이들은 고사리 밭을 피해 말을 몰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고사리는 일종의 발암성 물질로 취급되는 ‘타 킬로 사이드(ptaquiloside)’를 함유하고 있어 고사리를 많이 섭취하는 일본인들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고사리는 잎이 완전히 피고 나면 독성과 부작용이 강해 지므로 잎이 피기 전에 새싹 상태의 고사리 순만을 익혀서 먹어야 한다.
‘원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 화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시행한 ‘꼬리고사리 추출물의 구강질환 또는 골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연구에 사용된 꼬리고사리는 산야나 길가, 인가 주변의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류로써 키는 10~20cm 정도이며 땅속줄기는 짧고, 비스듬하게 자란다. 잎의 생김새가 깊고 길게 갈라진 꼬리처럼 보여 꼬리고사리라 부른다.
‘꼬리고사리 추출물의 구강질환 및 골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면, 5 주령의 수컷 ICR 마우스 골수세포(bone marrow cell)를 채취, 비부착(non-adherent) 골수세포를 페트리 접시에 분주하고 MCSF(30 ng/mL) 존재 하에 3일 동안 배양하였다.
그 후 추출된 부착 세포(adherent cell)를 bone marrow-derived macrophage, 즉 BMM로 사용하였다. BMM 세포를 파골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해서 RANKL(10 ng/mL) 및 M-CSF(30 ng/mL) 존재 하에 BMM 세포(1 × 104 cells/well)를 96-웰플레이트에 도포하고 꼬리고사리 추출물을 농도별(0, 3, 10 및 30 μg/mL)로 처리하여, 최종 농도가 125, 250 및 500 μg/ml가 되도록 하여 4일 동안 배양하였다.
음성 대조군은 RANKL만을 처리한 세포를 사용하였다. 4일 동안 배양 후, 다핵성 파골세포(multinucleated osteoclast)를 3.7% 포르말린으로 10분간 고정하고 0.1% 트리톤 X-100으로 10분간 처리하여 투과성을 갖도록 하였다. TRAP 용액(Sigma Aldrich, USA)을 처리하여 파골세포를 붉게 염색하였다. 이후, 파골세포의 분화 마커인 TRAP(tartrate-resistant acid phosphatase) 활성도를 측정하고자, TRAP 완충용액(100 mM sodium citrate pH 5.0, 50 mM sodium tartrate, 3 mM p-nitrophenyl phosphate)을 100 μl를 넣고 37°C에서 5분간 반응시킨 후, 100 μl의 0.1 N NaOH 넣어 반응을 종결시켰다.
이후, 405 nm에서의 흡광도를 측정한 결과 RANKL에 의하여 유도된 파골세포에 꼬리고사리 추출물을 처리하는 경우 농도 의존적으로 TRAP 활성도를 억제하면서 붉게 염색된 파골세포 수를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실험 결과, 이처럼 꼬리고사리 추출물은 우수한 파골세포분화 및 생성 억제 효과를 나타내므로 치주염을 비롯한 구강질환 및 골질환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사이토카인 생성 억제 활성 시험 결과는 꼬리고사리 추출물이 세포 내 염증 매개물질인 산화질소 생성을 억제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6 및 TNF-α 발현을 저해시킴으로써 항염증 효과를 나타냄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꼬리고사리 추출물이 구강질환 유발 균의 하나인 Porphyromonas gingivalis의 활성을 현저하게 억제하면서도 모든 농도에서 100%에 가까운 세포 생존율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꼬리고사리 추출물은 인체 세포에 대한 세포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유익한 ‘구강질환 치료용 조성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글_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