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치과천연물 (58)

느릅나무(영어명: Elm. 껍질; 유백피; 楡白皮)

2021-10-09     김영진 박사
느릅나무(학명; Ulmus davidianavar. japonica)

먼 옛날, 사슴을 잡으려고 온종일 산을 뒤졌던 어느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지 못하고 도로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하산 길에 어렵사리 사슴을 발견한 사냥꾼은 흥분된 마음으로 활을 쏘았다. 하지만 사슴은 맞추지 못하고 하필이면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커다란 곰 앞으로 빗나간 화살이 날아갔다.

놀란 곰은 자신을 노리는 것으로 오인하고 즉시 사냥꾼에게 달려들었다. 사냥꾼은 육중한 곰이 다가오자 겁에 질렸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다시 활을 쏘았다.

그의 두 번째 화살은 곰에게 명중했지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화가 난 곰은 더욱 빠르게 덮쳐 들고 곰을 쓰러뜨리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사냥꾼은 ‘걸음아 날 살려라’며 도망을 쳤다. 화살에 맞은 곰도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처지라 어느 정도 쫓아오다가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마을에 도착한 사냥꾼은 동료 사냥꾼들과 함께 그 곰을 잡기 위해 다시 산에 올라 핏자국을 따라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이 스스로 화살을 뽑아버린 곰을 숲 속에서 발견했을 때 곰은 혼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즉 나무껍질을 물어뜯어 화살에 맞았던 가슴 부위를 문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냥꾼들은 화살을 퍼부어 곰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지만 곰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아 주변에 흩어진 나무껍질들을 가져다가 상처가 나면 바르고 아플 때는 달여 먹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리만큼 상처가 빠르게 나았고 몸이 아플 때에도 복용 후 씻은 듯이 회복되곤 했는데 그 나무껍질이 바로 유백피였다고 전해진다.

느릅나무(Ulmus davidianavar. japonica Nakai)는 나무껍질인 유백피(楡白皮) 또는 뿌리껍질인 유근피(楡根皮)를 채취하는 큰 키 나무로써 산지에서 흔히 자라는 느릅나무과(Ulmaceae)의 낙엽활엽교목이다.

나무 키는 높이 15m 이상, 지름 1m 이상까지 자라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쿠릴열도, 사할린, 동시베리아 중국 북부 등에도 분포한다.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에는 천연기념물 272호로 지정된 수령 400년 이상인 거대한 고목(古木) 느릅나무도 있다. 

느릅나무 잎은 타원형이며 잎 가장자리 주변에 톱니가 있고 황록색의 작은 꽃들이 4∼5월에 핀다. 지난해의 묵은 가지에 열개 안팎의 꽃들이 모여서 피어나는데 꽃의 수술엔 자주색 꽃 밥이, 암술엔 둘로 갈라진 흰 암술머리가 넓은 종 모양의 외피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다. 

느릅나무 열매는 6~7월에 여무는데 모양이 둥글 납작하며 둘레에 날개가 달린 시과(翅果)이다. 열매의 가장자리에 달리는 얇은 막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날개 역할을 한다.

나무껍질은 짙은 회갈색이고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유백 피는 이러한 느릅나무 껍질이나 뿌리껍질을 말한다. 말린 껍질 형태는 판상(板像) 또는 관상(管像)으로 생겼으며 바깥 면은 회갈색 혹은 회록색의 코르크층이다. 껍질이 꺾은 면은 엷고 거친 갈색이며 섬유상에 가늠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껍질은 단단하며 건조되면 흑황 색(黑黃色)의 가루가 묻어나는 특징을 지닌다. 나무껍질이나 뿌리껍질을 유백피 또는 유근피라 하고 잎, 꽃, 열매 등을 각각 유엽(楡葉), 유화(楡花), 유협인(楡莢仁)으로 부르며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느릅나무는 우리 선조들에겐 훌륭한 구황(救荒) 식량이었다. 흉년이 들어 곡식이 귀했던 시절에 산간 사람들에게는 느릅나무껍질이 일종의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느릅나무껍질 가루를 식재료로 삼아 알곡과 함께 죽을 끓이기도 하고 율무가루나 옥수수가루와 섞어 떡이나 국수를 만드는데 이용했다.

잎은 삶거나 쪄서 나물로 먹었으며 열매로는 술이나 된장을 담갔다. 씨앗만 분리하여 볶으면 고소한 양념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음식들이 비록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도 느릅나무가 보유하는 유익한 약효 때문에 일을 하다 상처가 나도 덧나거나 곪지 않았고 난치병은 물론 몸살, 감기 같은 잔병치레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유백피 중에는 알로에에 많은 것으로 알려진 ‘트리 테르핀(Triterpene)계 사포닌(Saponin)’에 속하는 ‘루페올(Lupeol)’ 이 알로에보다 훨씬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전분, 점액질 및 각종 다당류와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tannin, β-sitosterol, phytosterol, stimasterol을 비롯하여 진통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인 friedelin과 epifriendelalol, taraxerol 등을 함유한다.

유백 피에 함유된 항산화물질인 ‘피토스테롤’과 ‘베타-시토 스테롤’은 혈액 내의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의 상승을 막아주고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지 못하도록 저해 작용을 나타내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므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와 같은 심혈관질환 개선에 유효하다. 특히 유백피 점액 성분 중의 ‘펙틴(Pectin)’은 염증 유발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외상, 관절염, 위염, 방광염을 비롯한 각종 염증 해소를 돕는다.


뿐만 아니라 유백 피에 함유된 ‘루테올’이나 ‘피토스테롤’ 등은 암세포의 지속적인 자멸을 유도하여 암의 예방과 전이 방지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는 ‘인류의 4대 항암약초’로 꼽힌다. 또한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등 각종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외부의 바이러스 침입을 막아주고 생체 면역기능을 높여주며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보유한다. 

‘대구한의대학교 정광열, 김미림 연구팀’은 ‘유백피(유근피) 추출물의 기능성 식품 활용 연구’에서 폴리페놀 함량에 따른 항산화능((抗酸化能) 및 암세포증식 억제능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연구에 사용된 유백피 물 추출물 및 에탄올 추출물의 수율(收率)은 각각 12.7%와 12.0%였으며, polyphenol 화합물의 함량은 623.5 ± 2.4 mg/100g 및 710.4 ± 2.1 mg/100g이었고, 전자 공여 능은 농도에 비례하여 1,000ppm에서 물 추출물은 76%, 에탄올 추출물은 64%로 물 추출물이 에탄올 추출물보다 높았다.

SOD(superoxide dismutase) 유사활성 능은 전 농도에서 물 추출물이 에탄올 추출물보다 높아 1,000ppm에서는 물 추출물이 53%, 에탄올 추출물이 38%였고, 아질산염(독성물질 nitirosamine 형성 요소) 소거능은 1,000ppm에서 에탄올 추출물이 47%, 물 추출물이 43%로 에탄올 추출물이 물 추출물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유백피 추출물의 SOD유사활성을 측정한 결과, 물과 에탄올 추출물은 1,000ppm의 농도에서 각각 53.3, 38.3%의 SOD유사활성을 보였고, 저농도인 100∼500ppm에서는 물 추출물이 16.9∼38.2%, 에탄올 추출물이 10.2∼30.2%의 SOD유사활성을 나타내어 전자 공여 능과 같이 물 추출물에서 에탄올 추출물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결과로 관찰되었다. 그리고 두 추출물 모두에서 농도 의존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SOD는 체내에 존재하는 항산화 효소로서 superoxide anion을 과산화수소로 전환시켜 세포 내 superoxide anion 농도를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위와 같은 실험 결과는 유백피가 높은 항산화능을 보임으로써 염증반응 억제나 세포 노화방지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항암성(抗癌性)은 MDA cell에서 1,000ppm의 경우 물 추출물은 62%, 에탄올 추출물은 42%이었으며, A549 cell(폐암세포)에서 1,000ppm의 경우 물 추출물은 60%, 에탄올 추출물은 45%로 물 추출물이 에탄올 추출물보다 암세포증식 억제력이 월등히 높게 나왔다.

유백피의 추출(抽出) 수율은 물과 에탄올 추출물이 각각 12.7%, 12.0%로서 물 추출물이 에탄올 추출물보다 약간 높은 수율을 나타내었으며, 폴리페놀 함량에서는 에탄올 추출물이 710.4 mg/100g으로 물 추출물의 623.5mg/100g보다 높게 나타났다.

A549-cell에 대한 유백피 물 추출물의 억제 효과는 1,000ppm에서 59.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0ppm의 농도에서는 55.4%로, 에탄올 추출물 500ppm 및 1,000ppm의 농도에서 보여준 증식 억제 능인 35.2, 45.2%보다 높은 값을 보였다. 유백피 추출물의 유방암세포와 폐암세포에 대한 증식 억제 능 실험 결과 전반적으로 유방암세포에 대한 억제 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백 피는 각종 암을 비롯하여 염증성 전신질환이나 종창 치료에 좋은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가래나 기침을 완화시켜주고 이뇨작용도 촉진하여 부종을 억제한다.

탄닌 성분은 살균작용과 함께 지혈, 소염효과와 해독작용도 보유한다. 또한 유백 피는 점액질이 많은 천연 식물로 피부에 바르거나 먹으면 피부가 윤택하고 탄력적이 되며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피부질환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고유의 점액 성분으로 인해 과량 복용이나 장기 복용 시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염작용이 강하므로 임산부의 경우 과량 복용하면 안 된다. 드물지만 유백피 유액이 피부에 닿으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다.

유백피 함유 ‘루아프 젠틀브레스’ 치약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