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천연물 (61)

라즈베리(Raspberry)

2021-11-05     김영진 박사
라즈베리(학명: Rubus idaeus)

‘라즈베리(산딸기)’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사람들의 미각을 사로잡아 온 대표적인 ‘베리(berry)’류의 열매다. 일반적으로 라즈베리(raspberry, 영국식 영어 발음: ˈrɑ:zbəri, 미국식 영어 발음: ˈræzbɛri)라는 이름은 산딸기 아속에 속하는 산딸기 속(屬) 식물의 열매 중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라즈베리를 ‘천연 캔디’라고 부르며 사랑해 왔다. 라즈베리는 흔히 핀란드 남부나 중부지역에 많이 서식하지만 멀리 Oulu북쪽에서까지도 발견된다.

라즈베리는 거의 모든 환경에서 자랄 수 있어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는 농산물이자만 요즈음 수확량이 가장 많은 곳은 핀란드 남부지역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는 라즈베리 종류는 R. idaeus와 R. strigosus의 교배종이다. 한반도 특산종인 복분자(覆盆子; Rubus coreanus)도 학술적 용어나 상표명 등에서 ‘라즈베리’로 통칭된다. 

라즈베리는 ‘흡지 성(suckering) 관목’으로 키가 50~150cm 정도이다. 이 식물의 줄기는 2년생으로 가시가 있고 직립으로 성장하며 가지들은 휘어져 활 모양을 하고 있다. 씨앗에서 싹이 터 자라난 첫해 여름의 라즈베리 줄기는 녹색이며 가지가 없다가 다음 해 여름에 줄기에서 가지가 돋아나 나무와 비슷하게 자란다. 가지가 생긴 생 후 2년째가 되면 녹색이 도는 흰 꽃이 6월-7월에 개화한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열리고 늦여름에 익는다. 라즈베리의 잎은 보통 2-3개의 작은 잎으로 쌍을 이루는 홀수 깃 모양으로 돋아나며 꽃가지에는 3쌍의 잎이 달린다. 잎의 상단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잔털이 많이 붙어있는 흰색이나 회색을 띤다. 라즈베리는 달콤하며 향이 있는 종합 핵과(核果)로 채집 시에 꽃 턱에서 열매만 떨어져 나온다.

전라북도 선운산 선운사 인근에서는 복분자에 관한 전설이 한편 전해 내려온다. 그 전설에 의하면, 옛날 어떤 유복한 부부가 있었는데 늙도록 자식이 없다가 환갑의 나이에 아이가 들어서 서 귀한 아들을 하나 얻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하여 온갖 잡병이 끊일 날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스님이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를 보고는 ‘곱기는 한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다. 뒤늦게 이 말을 전해 들은 노부부는 버선발로 십리 길을 쫓아 가 스님의 옷소매를 붙잡고 통사정을 하였다. “제발 우리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시키시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허공만 쳐다보던 스님은 노부부가 너무 안 되었던지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노라며 산에 가서 이렇게 생긴 열매를 따다 먹이면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노부부는 그날로 산에 올라가 이리저리 다치고 가시에 찔리면서 스님이 가르쳐준 열매를 따다가 아들에게 먹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들이 잠에서 깨어나 요강에 오줌을 누는데 오줌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폭포수 소리 같았다. 그러다 오줌발을 이기지 못하고 요강이 엎어져버렸다. 이후 사람들은 열매를 ‘요강이 엎어지는 씨앗’, 즉 복분자(覆盆子)라 불렀고 그 이이는 거의 백 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고 한다. 

라즈베리는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매우 좋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활용돼 왔다. 맛과 향이 좋은 라즈베리는 간식, 저녁 또는 아침식사의 일부로 유용하며 주스, 베리 수프, 구이 식품 및 디저트 용도로도 사용된다.

라즈베리는 다른 종류의 베리와도 잘 어울려서 빌베리와 혼합하면 북유럽의 명물인 ‘퀸 잼 (queen's jam)’을 만들 수 있으며 냉동이나, 건조식품 또는 주스로도 가공된다. 라즈베리로 만든 라즈베리 차는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된, 시원하고 상쾌한 음료 중의 하나다.

라즈베리 100g 속에 내재된 열량은 52kcal이며 지방 0.7g, 포화지방 0g, 콜레스테롤 0mg, 나트륨 1mg, 칼륨 151mg, 칼슘 25mg, 탄수화물 12g, 식이섬유 7g, 당류 4.4g, 단백질 1.2g, 비타민C 26.2mg, 철분 0.7mg, 비타민D 10IU, 비타민 B6 0.1 mg, 마그네슘 22mg 등이며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해 섬유질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라즈베리 100g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보통 크기의 감귤에 들어있는 양과 비슷할 정도로 풍부할 뿐 아니라 각종 플라보노이드와 ‘엘라지 탄닌(Ellagitannin)’ 및 ‘안토시아닌(Anthocyanin)’과 같은 폴리페놀류도 상당량 함유하고 있어 건강유지에 매우 유용하다. 라즈베리는 엘라지 탄닌과 안토시아닌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식물성 식품 중의 하나이다. 

‘엘라지 탄닌’은 사람의 장(腸)에서 ‘유로리틴 A’라는 화합물로 전환되는데 ‘유로리틴 A’가 미토콘드리아의 노화과정을 늦추는 물질로 밝혀졌다. ‘안토시아닌’은 항산화물질 가운데서도 가장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크랜베리와 같은 베리류 과일들은 비타민C, 비타민E, β-카로틴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강력한 항산화제 역할을 하고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슈퍼푸드이다. 특히 베리류 과일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색소’는 항산화 능력이 비타민 E에 비해 약 50배나 강력하여 활성산소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와 같은 성분들은 세포를 파괴하고 노화시키는 원인물질인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각종 심혈관질환, 퇴행성 만성질환, 암 등을 예방하고 뇌를 보호하여 기억력을 유지시켜주는 등 노화현상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라즈베리가 보유하는 효능을 요약하면

1. 당뇨 개선 : 기존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라즈베리의 폴리페놀 성분은 인슐린 반응을 개선하고 혈당 수치를 감소시켜 당뇨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2. 심장질환 예방 : 과도한 산화성 스트레스와 염증에서 기인하는 세포 및 조직의 손상은 심장 질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의 동물실험과 세포조직 연구결과 라즈베리를 복용한 뒤 산화성 스트레스와 염증이 감소하여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률을 떨어뜨리고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혈압을 강하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3. 비만예방 : 동물실험에 따르면 고지방 식단을 유지한 쥐들이 라즈베리를 먹이면 지방이 분해되고 체중이 줄어드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라즈베리에 포함된 풍부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높여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 효과로 보인다.

4.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 : 연구에 따르면 라즈베리는 산화성 스트레스와 염증 수치를 떨어뜨리고 인슐린 반응성을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는데 이러한 기능이 노화과정을 늦추고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라즈베리는 전반적인 신체건강은 물론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8월 13일에 발표된 ‘박규근’, ‘윤여필’ 등에 의한 ‘라즈베리 추출물의 페놀 화합물 함량 및 항산화 효능 연구’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실험과정에서 Willamette품종의 라즈베리 동결건조분말, n-hexane 및 ethyl acetate를 이용해 라즈베리 추출물(fruit extract, RIFE)을 제조한 다음 페놀 화합물 함량, 철이온 환원 능력, 그리고 라디칼 소거 능력의 측정을 수행했다.

해당 농도에 따른 실험 결과 총 페놀 화합물 함량은 375.3ppm,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43.46ppm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고, ferric reducing antioxidant power (FRAP) reagent를 이용한 철이온 환원 능력은 FeSO4 0.532 mM에 해당됨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항산화 소재의 대표적 원료인 L-ascorbic acid와 비교하는 라디칼 소거능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1,1-diphenyl- 2-picrylhydrazyl (DPPH) 라디칼 소거 능력은 94.5±0.7%를 나타냈고, 2,2'-azino-bis(3-ethylbenzothiazoline-6-sulfonic acid) diammonium salt (ABTS) 라디칼 소거능은 99.4±2.82%를 보였으며, nitric oxide (NO) 라디칼 소거능은 88.5±0.44%를 기록했다.

표준의 L-ascorbic acid용액과 비교할 때 25-50ppm 사이의 효능을 지닌 DPPH 라디칼 소거능, 100ppm에 근접한 효능을 지닌 ABTS 라디칼 소거능, 1,000ppm 이상의 효능을 지닌 NO라디칼 소거능을 보유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러한 결과들로 라즈베리 추출물은 우수한 항산화 활성과 염증 해소 능력을 가진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라즈베리 섭취 시의 주의사항을 살펴보면, 임신 초기에 라즈베리를 과다 섭취하면 에스트로겐 수준에 영향을 미쳐서 유산이나 조기진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라즈베리 차는 이뇨 효과가 있어 잦은 배뇨 반응을 일으키며 진정제나 항우울 약 또는 근육이완제의 약효 증강 효과도 보유하므로 동일계열의 약물과 병용 시 주의를 요한다.

△ 라즈베리 천연치약 (Jack n’ Jill)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