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천연물(63)
홍삼(紅蔘)
‘홍삼(紅蔘)’은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인삼(Panax ginseng C. A. Meyer)인 수삼(水蔘) 또는 생삼(生蔘)을 약 95도의 고온에서 2~3일에 걸쳐 여러 번 찌고 말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삼의 주요 약리작용을 하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의 화학구조가 변한다. 이때 항암성분, 항당뇨성분, 항염증 성분, 항산화 성분, 간 기능 해독 성분, 중금속 해독 성분 등 본래 수삼에서는 없거나 함유량이 극히 미미했던 성분 10여 가지가 새로 생겨나거나 함유량이 몇 배로 커진다.
송나라의 사신 ‘서긍(徐兢, 1091년 ~ 1153년)’이 1123년에 고려를 방문하여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보고서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의하면 고려 중기에 이미 홍삼을 생산하고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려시대에 시작된 홍삼 생산의 유래는 중국 등지에서 고려인삼의 인기가 높아지자 값을 더 받고 수출 과정에서 썩지 않도록 수삼을 가열하고 말려서 만든 것이다.
인삼을 푹 찌고 말리는 과정을 ‘증포(蒸曝)’라고 하며 증포 과정에서 인삼성분이 농축되고 색이 붉게 변하게 되는데 이것을 ‘홍삼’이라고 한다. 증포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문제가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개성(開城)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개성상인(開城商人) 또는 송상(松商)’들이 대량 증포 기술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수삼을 찌고 말리는 증포 과정에서 쓴맛이 빠지고 인삼 자체의 단맛이 더욱 강해지며 씹히는 질감이 곶감처럼 단단하고 쫄깃하게 변하기 때문에 성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먹기가 쉬워진다. 일반적인 홍삼은 증포 과정을 한 번만 거치지만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면 색이 점점 짙어져 갈색을 거쳐 검게 변하는데 이 증포를 9차례 반복(九蒸九曝) 한 것을 흑삼(黑蔘)이라고 한다. 흑삼은 농축 과정을 반복하는 만큼 특이사포닌 농도는 일반 홍삼보다 더 높아지지만 다른 사포닌은 일부 손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식품공전’에 의해 측정된 사포닌의 양은 인삼농축액이 각각 10.65와 21.77%이었으며 홍삼농축액은 5.80와 10.94%이었고, HPLC(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에 의한 총 사포닌 양은 인삼이 7.40와 10.64%, 홍삼은 3.31와 3.13%로서 인삼농축액의 사포닌 함량이 홍삼농축액의 경우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홍삼의 특유 사포닌으로 알려진 20(S)- 및 20(R)-ginsenoside도 인삼 농축액과 홍삼 농축액에 비슷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일부 성분에서는 오히려 인삼 쪽이 3배나 함량이 높은 성분도 있었다고 한다.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건강식품 중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홍삼'이다. 홍삼의 효능 중 면역력 증가, 피로 해소, 기억력 개선, 혈소판 응집력 억제를 통한 혈액순환 개선, 항산화 효과 등 5가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는데 이 기능을 발휘하는 성분은 주로 진세노사이드 Rg1+Rb1이다.
홍삼의 사포닌 함량은 ‘진세노사이드 Rg1+Rb1의 합’으로 표기한다. ‘진세노사이드 Rg1+Rb1 OOmg’에서 OO숫자가 높을수록 사포닌 함량이 많다. 의약품으로써 홍삼의 규격은 건조물 일정량 당 진세노사이드 Rg1 0.10% 이상 및 진세노사이드 Rb1 0.20% 이상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성인에게서 진세노사이드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3~80mg이다.
홍삼이 노화와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고 DNA 손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환경호르몬, 발암성 물질, 의약품, 방사선, 중금속 등에 의해 세포가 손상됐을 경우 홍삼이 ‘항산화 효소(SOD, CAT, GPx)’를 활성화해 이를 복구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삼이 암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열홍’ 교수팀은 15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대장암 환자 43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19명에게는 홍삼추출물을 하루 1g씩 두 차례 복용케 하고 나머지에게는 위약(僞藥)을 먹게 한 뒤 피로도를 검사했다. 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기 전 체력을 100이라 할 때 항암치료 도중 대개 70까지 내려간다. 그런데 홍삼 복용 군의 전반적 피로도 개선 지표는 위약군보다 6% 이상 높았으며 나이 든 환자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 ‘이호영’ 교수팀은 폐암에 걸린 쥐에게 홍삼의 ‘파 낚시 놀’ 성분을 먹였더니 폐암 성장이 차단됐고 새로운 암세포도 생성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암세포 중에 일반 항암제로도 사멸이 잘 안 되는 암 줄기세포를 사멸시키는 효능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일본 ‘에이메 대학’ 연구팀은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홍삼 함유물질(산성 펩타이드, 아데노신, 망간 함유물질, 진세노사이드 Re 등)’에 의해 상당한 당뇨 개선 효과도 보유함을 확인했다.
서울 보라매병원 ‘조소연’ 교수와 서울대병원 ‘정진호’ 교수팀은 40세 이상 여성 82명을 대상으로 홍삼분말을 하루 3g씩 24주간 섭취토록 한 결과 깊은 주름은 23.5% 감소하고 평균 주름은 19% 줄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홍삼의 ‘아르기닌’, ‘프럭토스’ 성분이 피부 노화를 억제하고 ‘진세노사이드 Rb2’ 성분이 피부 세포를 증식시켜 주름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희대 ‘황재성’ 교수는 홍삼 추출물을 피부에 적용하면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와 주근깨 침착을 완화시키는 효능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홍삼이 에이즈의 발병과 진행을 늦춰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조영걸’ 교수는 20∼25년간 홍삼을 복용시켰을 때 홍삼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CD4+T) 손상을 억제해 에이즈 발병이 늦춰지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연구, 발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간이 손상된 것을 뜻하는 ‘알라닌 아미노 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가 증가된 환자는 장내 ‘퍼미큐티스(Firmicutes, 유해 균류)’가 증가하고 ‘프로테오 박테리아(proteobacteria, 유익 균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홍삼 섭취 군에서는 유해 균류가 감소하고 유익 균류는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홍삼 섭취 군이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간 보호 작용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홍삼의 부작용은 인삼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발열과 심박수 증가 등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두드러기 또는 복통, 가벼운 설사를 할 수도 있다. 홍삼이 혈액응고를 억제하므로 수술 환자가 홍삼을 먹으면 지혈이 늦어질 수 있어서 수술 전후 1주일은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홍삼에서 WHO(세계 보건기구) 산하 IARC(국제 암 연구소) 지정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benzopyrene)’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호흡기로 흡입되는 경우가 아닌 경구 섭취 시에는 소화기관에서 걸러져 체내에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고 한다.
2021년 9월 20일 자 『치의신보』에 게재된 ‘유 시온’ 기자의 “홍삼추출믈, 치조골 파괴 억제 효과” 기사에 의하면, 《인삼을 가공한 홍삼이 치조골 파괴를 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릉치대 연구팀(정보현, 마득상, 유기연)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간 홍삼이 전신질환이나 구강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고려홍삼 추출물에 의해 새로운 골형성이나 임플란트 주변에서 구강조직의 밀도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결찰로 유도한 치주염 실험동물 모델에서 유발되는 치조골 파괴가 홍삼추출물 투여에 의해 억제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이 정상군과 치주염 유발군, 결찰 후 저농도 홍삼투여군, 결찰 후 고농도 홍삼투여군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홍삼추출물을 투여하지 않은 치주염 유발군에서는 치조골파괴가 관찰됐다.
반면, 홍삼추출물을 저농도 혹은 고농도로 투여한 그룹에서는 치조골 파괴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홍삼은 치주염 유발에 의한 치은 조직의 염증성 변화 또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삼추출물을 저농도로 투여한 그룹을 정상 군과 비교했을 때 상피가 두꺼워졌으며, 결합조직 유두가 불분명하게 관찰됐다. 특히 홍삼추출물을 고농도로 투여한 그룹의 치은에서는 치은 정과 결합 유두가 모두 관찰됐고 정상 군과 같이 상피가 정상적으로 관찰돼 치주염 유발에 의한 치은 조직의 염증성 변화 또한 억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홍삼추출물의 투여는 치주염 유발에 의한 치은 상피 및 결합조직의 염증성 변화를 억제하며 이러한 효과는 염증 관련 인자를 조절하는 홍삼의 효능성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라고 보도되어 있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