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진료비로 ‘환자 유인’ 결과는 ‘참혹’
“단순 진료비로 치과 선택은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 물건 찾기”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A 치과는 SNS를 통해 이벤트를 진행했다. 낮은 가격으로 환자를 모집하고 교정·임플란트 등의 진료비 수백만 원을 선납으로 요구 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감소와 경영난의 이유로 돌연 3주간 휴업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붙이고 잠적했다.
잠적 이후 비의료인이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형적인 사무장 치과의 정황을 보이고 있었다.
피해 환자는 약 800여 명으로 제 때 진료받지 못한 환자가 많고 아무런 사전고지없이 문을 닫아 환자들이 진료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다른 병·의원에서의 후속 진료까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원장과 사무장역할을 한 비의료인을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피해 환자 61명의 집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사례는 바로 단순 진료비만 비교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단순 진료비만으로 치과 선택(?)
굿○○치과의 경우 비의료인인 사무장들이 치과를 운영하면서 ‘교정치료 66만 원’ 식의 초저가 SNS 이벤트로 환자를 유인했다. 5주년 기념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포털과 SNS에 250만 원의 교정치료를 66 만원에 해준다고 광고했다. 또한 진료비를 미리 내면 추가 할인과 기존의 분납으로 치료를 진행하던 환자가 즉시 완납할 경우 30% 할인까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치료비를 개인계좌로 받는 등 치료비를 착복한 후에 2016년 12월 경영난을 이유로 돌연 폐업했다. 경찰이 추산한 피해규모는 피해 환자 378명과 피해액만 8억 4,000만 원이었다.
현재 피해 환자들의 신고와 소송으로 사무장 2명은 사기·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명의 대여 치과의사 2명과 근무 치과의사 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 두 사례는 모두 치료과정을 무시하고 단순히 진료비만으로 치과를 선택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 대표적 사례다.
비급여 가격 공개의 악순환은 바로 진료비 가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에도 정부는 왜 가격 공개를 넘어 가격보고 의무화까지 단행하려고 하는 걸까? 비급여 진료비 가격 공개를 가장 반대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치과정보나 의료정보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수요자인 환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전달도 어렵다.
지난 11월에 발간된 치협 의료 정책연구원 ISSUE & REPORT는 단순 진료비만 비교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제도의 문제의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참여율은 95.3%에 달해 총 치과 17,981개소 중 17,136개소 참여 해 95.3%가 참여했다. 그리고 이 가격이 공개되어 있다.
심평원 홈페이지의 공개된 진료비용을 보면, 원하는 ‘지역’과 ‘진료항목’을 선정해 검 색하면 진료비용 오름차순 혹은 내림차순으로 나열이 가능하다. 문제는 진료비이 외의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상세보기’를 보면 기타 특이사항이 있으나 대부 분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기재되어 있더라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다. 즉, 진료비로만 의료기관을 평가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진료비용이 공개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진료비만을 앞세운 비상식적 광고도 문제
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단순 진료비를 공개하는 의료광고들은 환자들이 잘못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상식적으로 저렴한 진료비만을 앞세워 환자를 유인한 결과는 참혹하다.
이슈 앤 리포트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진료비만 앞세워 마케팅을 한 치과들로 인한 의료질서 붕괴와 국민 구강건강 위협 사례로 규정하고 단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특히 진료비 가격비교는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물건을 찾아 구입하는 형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는 의료기관의 적정한 비급여 제공과 의료 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취지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그 합리적인 선택을 진료비 가격으로 가능하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물론 정보 안내에서 ‘의료기관마다 투입되는 의료인력, 장비, 시술의 난이도 등의 특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치과에서 제공하는 진료비의 결정 과정을 이해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전문적 시술은 가격으로 비교 절대 불가
결론적으로 결국 가격만을 공개함으로써 그 가격을 보고 치과를 선택하게 되는 것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진료비만을 보고 치과를 선택한 환자들의 피해들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특히 임플란트 시술이나 치아교정 등은 전문 적인 시술이며 이를 일괄적인 진료비용으로 규정하는 자체가 바로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공개된 자료들은 진료비용외에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의료의 수요자인 환자에게 전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른바 먹튀 치과라고 불리는 치과 사례의 공통점은 낮은 진료비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환자를 유인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따라서 치과 치료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인의 기술과 시설, 장비와 같은 자원이나 보다 저렴한 치료비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결국 진료비용은 치료항목의 특성, 치료재료, 치과의사의 기술과 경험 등 다른 조건으로 인해 결정돼야 하며 이를 배제한 단순 진료비 공개는 더 많은 덤핑 치과와 불법 의료광고를 양산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사하게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는 경제지표의 디플레이터(Deflator)인 소비자물가지 수에서도 치과 진료비를 포함하여 실제 거래 가격을 바탕으로 460개 항목의 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 가격은 지수를 산출하는 데 이용할 뿐 전 국민 대상 발표에서는 치과 진료비 107.81, 치과보철료 97.71(21년 9월 기 준) 등 2015년을 100으로 기준할 때 해당하는 지수를 발표함으로써 가격 변동과 동향 만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발표하고 있다.
#비급여 가격공개는 결국 과다경쟁 유발
이에 반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는 전국 치과의 각 진료항목별 개별 진료비를 직접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다른 치과와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 어 놓았다.
이것은 결국 정부가 적절치 못한 외부 규제로 인한 과다경쟁유발은 의료인들이 진료비를 낮추기 위해 질이 낮은 재료나 약제를 사용하여 환자의 건강상 위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단순 진료비만을 내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