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터] 모자라고 부족한 한 방울의 물

2021-11-27     김영학 대표

첫새벽에 길은 우물물을 정화수라 하여 물의 으뜸으로 친다. 주로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이나 약을 달이는 데 쓰인다. 입에서 나는 냄 새를 없애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며, 눈에 생긴 군살과 눈병을 치료해주는 효험이 있는 약물이라 하여 정화수(水)라고도 한다. 

이런 우물 가운데서도 물맛 좋고 시원한 우리나라 조선시대 우물 중에 최고의 우물은 창덕궁 후원에 있는 어정(御을 으뜸으로 친다 
어정은 창덕궁 후원 깊숙한 곳에 인조가 팠다고 전해지는데, 종묘 동쪽으로 흘러 청계천에 합류하는 궁궐 내 명당수로 임금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더불어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었다고 한다. 

옛날 임금이 한 신하를 불러 이상한 명령을 내렸다. "이 우물물을 길어 저기 밑 빠진 독에 가득히 채우시오." 밑 빠진 독에 물이 채워질 리가 없다. 그렇지만 충성스러운 신하는 오직 임금의 명령만 생각하면서 밤을 낮 삼아 물을 길어 날랐다. 국 우물 바닥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런데 우물 바닥에 무엇인가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엄청나게 큰 금덩어리였다. 신하는 임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금님. 용서하소서. 독에 물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물 바닥에서 이 금덩이를 건졌나이다. 임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겠다고 우물이 바닥나도록 수고 했구려. 그대는 참으로 충성스러운 신하요. 그 금덩이는 당신처럼 그렇게 종하는 신하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오.

우물의 덕은 첫째는 썩지 않음이고, 두 번째는 맑고 시원함이며, 셋째는 마르지 않고 솟는 한결같음이고, 넷째는 혼자 갖지 아 고 다른 사람과 나눔이다.

우물은 땅에서 솟는 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양으로 볼 때 음이며 어머니이고, 자비함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는 그밖에 흘러가다 돌아서는 강물과는 그 본질부터가 다르다.

옛 선인들이 그 맑고 깨끗한 물을 흘러보내지 않고 정갈하게 떠서 부엌 물 항아리에 넣고 잠시 물을 쉬게 한 뒤에 그 물로 사람들을 먹이게 하고 반찬을 만드는 귀중함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우물을 소중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물은 생명을 불어넣은 정성의 힘으로 솟고, 감사의 나눔으로 사람을 살린다. 물걷는 신하의 수고로움이 충(忠)이라면, 밑빠진 빈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또 채우는 것은 나눔과 베품의 실천인 인의(仁義)다.

차고 넘치는 물의 풍요보다는 모자라고 부족한 한방울의 물에서 행복의 은혜를 배울 일이다. 내 몸안에 그런 사랑과 정성이 깃들여져 있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오늘도 행복한 신하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