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천연물(67)

쑥(한자어; 애: 艾, 영어명; Mugwort)

2021-12-16     김영진 박사
참새가 물고 있는 쑥.(학명: Artemisia indica)

약물의 발견은 인류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특정식물에서 온갖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는 성분을 찾았고 뱀에게서는 뱀독을 중화시키기 위한 혈청을 추출했으며 병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백신을 얻어내는데 성공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유래성분이 질병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존재는 인간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러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 사범대학’ 교수인 생태학자 ‘양칸차오’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중국에 널리 서식하는 참새(russet sparrow종)가 둥지 속 곰팡이나 기생충을 억제하기 위해 항균 및 구충작용을 보유하는 쑥을 침실깔개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케냐의 야생코끼리는 임신말기가 되면 출산을 촉진하려고 특정식물의 잎을 먹는 등 몇몇 포유류도 천연물을 약용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알려져 왔지만 조그만 참새가 쑥의 효능을 알고 행동하는 모습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곰이 쑥 1다발과 마늘 20개를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단군신화(檀君神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쑥은 신비한 약효를 지니는 식물로 예로부터 귀중하게 여겨져 왔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조선 건국신화’에 의하면, 옛날에 환인(桓因)의 서자 환웅(桓雄)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는데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보니 인간이 ‘널리 이롭게(홍익인간[弘益人間]) 할 만한 존재’인지라, 이에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며 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하여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 신단수(神壇樹) 밑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창시하니 이로부터 환웅천왕이라 불렀다. 휘하에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무릇 인간의 3백 60여 가지의 일을 주관하고 인간 세상에 살며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이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면서 항상 신웅(환웅)에게 기원하기를, “원컨대 (모습이) 변화하여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신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곰과 호랑이가 이것을 받아서 먹고 기(忌)하였는데 삼칠일(三七日 : 21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웅녀; 熊女)이 되었으나 범은 기하지 않아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웅녀(熊女)는 혼인할 남자가 없었으므로 항상 신단수 아래서 아이를 가지기를 빌었다. 이에 환웅이 잠시 사람으로 변해 결혼하여 웅녀는 임신을 했다.

이 후 웅녀가 출산한 아들의 이름을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 하였다. 그는 평양에 도읍을 정한 뒤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고 정하였고 1908세의 수(壽)를 누린 끝에 ‘아사달산에 들어가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에서 곰이 ‘약쑥’과 ‘마늘’만을 먹으며 햇빛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는 지상적 존재가 세속성(世俗性)을 탈피하여 신성한 존재가 되려면 주어진 금기를 인내로 지켜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된다. 

쑥(학명: Artemisia indica)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菊花科, 문화어: 약쑥)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다. 약쑥이라고도 한다.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며 키는 60~120cm이다. ‘아르테미시아’속에 속한 식물 중 쑥과 겉모습이 비슷한 것은 모두 쑥이라고 한다.

흔히 쑥 이외에 산쑥(A. montana), 참쑥(A. lavandulaefolia), 덤불쑥(A. rubripes)등도 쑥이라고 일컫는다. 쑥은 뿌리줄기가 옆으로 기듯이 자라고 잎과 줄기 전체에 거미줄 같은 흰 털이 있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짧은 줄기에 다수의 잎이 밀집해 전체적으로 둥근 형상을 갖고 있는 형태로 모여 달리며 줄기에서 나온 잎은 서로 어긋난다. 잎은 날개깃처럼 깊게 4~8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특유의 향기가 있다. 연분홍색의 꽃은 7~9월 무렵 줄기 끝에 두상(頭狀)꽃차례로 무리지어 피는데, 하나의 꽃차례가 한 개의 꽃처럼 덩어리를 이룬다.

한국 곳곳의 양지바른 길가, 풀밭, 산과 들에서 자란다. 옛날에는 말린 쑥을 화롯불에 태워 여름철에 날아드는 여러 가지 벌레, 특히 모기를 쫓기도 했고 집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오에 말린 쑥을 대문에 걸어두기도 했다. 양봉에서는 벌들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서 말린 쑥을 벌통 곁에서 태우기도 한다.

봄의 전령처럼 이른 봄에 돋아나오는 어린순으로 국을 끓여먹기도 하며 쑥을 덖어 차로 마시거나 송편이나 쑥떡을 빚기도 하는데 흉년에는 구황식량으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약재로 사용하는 쑥을 약쑥이라고도 부르는데 줄기와 잎을 단오(端午)전후에 수확하여 그늘에 말린 것을 약애(藥艾), 잎만 말린 것은 애엽(艾葉)이라 하여 복통이나 상처지혈에 사용하며 잎의 흰 털만을 모아 뜸을 뜨는 데 쓴다. 

쑥은 마늘, 당근과 더불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품으로 꼽힐 만큼 유익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쑥을 물이나 유기용매를 사용하여 추출한 성분은 다양한 생리활성을 보유하는데 그 중 보편적으로 많이 검출되는 활성성분은 cineol, thujone, borneol, camphor, caryo-phyllene, coumarin, cubebene, pinene, linallol, an-sinthin등이다. 쑥 성분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서 고지혈증,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의 치료 및 예방효과, 간 기능 보호, 항 돌연변이성 기능, 항염증 및 진통효과, 당뇨병 및 고혈당증의 개선, 생체 내 지질의 산화억제, 항균 및 항진균 효과가 연구 보고되어 있다.

이러한 효능을 종류별로 분류하면,
1) 면역력 향상; 쑥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몸속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체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면역기능을 향상시켜 준다.
2) 소화기능 강화; 쑥이 가진 독특한 향은 치네올(Cineol)성분 때문인데 이 치네올은 위액분비를 촉진시켜 소화기능을 도와준다.
3) 여성질환에 효과; 쑥은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 여성에게 특히 좋다. 생리 량이 너무 많거나 적은 경우, 아랫배가 차고 생리통이 있는 경우 또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냉이 있는 경우에 먹으면 효과적이다.

4) 고혈압개선; 쑥은 피를 맑게 해주고 섬유질을 다량 함유해 고혈압개선에 도움이 된다. 콜레스테롤 및 체내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효과도 있다.
5) 노화 방지; 쑥에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주는 비타민 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들은 불포화지방산과 산소가 결합하는 과정을 방해함으로써 활성산소 발생을 저해, 세포노화 방지효과를 나타낸다.

‘헬스데이뉴스’가 지난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을지대학교 ‘이종성’ 교수팀이 ‘쑥 추출물 중에서 지방분화 억제효능을 보유해 비만치료물질로 지목되는 '아테미신산(Artemisin acid)’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아테미신산은 쑥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항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테미시닌(Artemisinin)의 전구체 물질로 쑥에서 분리되기도 하고 미생물배양을 통해 생산되기도 한다. 아테미신산은 주로 아테미시닌 생산과정에서 전구체로서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쑥 추출물인 아테미신산의 지방분화 억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방세포로의 분화신호를 받은 분화 전(前) 지방유래 줄기세포에 아테미신산을 처리했다. 그 결과 중성지방과 GPDH(Glycerol-3-Phosphate dehydrogerase)활성도가 낮아졌고 세포독성(Cell viablity)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서 "지방세포의 과도한 분화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비만이 아테미신산(Artemisinic acid)의 ‘지방분화 억제효능’에 의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함으로써 쑥이 비만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봄 쑥은 특별한 독성이 없지만 다 자란 여름 쑥은 약간의 독성을 지닌다. 유럽에서 행해진 쑥의 독성 및 부작용에 대한 연구에서 쑥은 습관성, 향정신성 작용,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므로 장기복용 및 다량사용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쑥에 함유된 독소인 ‘투우존(Thujone)’에 의해 중추신경계억제나 환각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며 구토나 설사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우존 중독은 쑥으로 술을 빚거나 술안주로 삼을 때 더욱 심해지므로 쑥 음식과 함께하는 음주는 자제하도록 한다.

JAJU, ‘쑥 담은 치약’(쑥 추출물 10,000ppm 함유)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