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 천연물(68)
초피(貂皮, 영어명; Sichuan pepper)
초피는 무환자나무목(目) 운향과(科) 초피나무속(屬) 낙엽관목이다. 귤, 레몬과 같은 운향과에 속하기 때문에 레몬 같은 상큼한 향이 풍기며 신맛도 난다. 원산지가 중국 ‘쓰촨(四川)’ 지방이기 때문에 촉(蜀)에서 온 향신료라는 뜻으로 '촉초(蜀椒)'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화자오(花椒)‘라고 하며 영어로는 ‘쓰촨 후추’라는 뜻으로 ’Sichuan pepper‘라고 불린다.
학명은 ‘Zanthoxylum piperitum A.P.D.C.’이다. 높이는 2m까지 자라며 암나무. 수나무가 따로 있다. 마디에 가시가 마주 달리는데 잎은 서로 어긋나고 우상복엽이며 9∼12개의 소엽으로 되어 있다. 소엽은 난형 또는 난상타원형이며 털이 없고 톱니 밑에 선점(腺點)이 있다.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식물학적으로는 엄격히 구분된 서로 다른 종이면서도 그 맛과 용도나 형태적학인 특성이 비슷하므로 일반인들은 쉽게 혼동하지만 그 차이를 따져보면,
① 산초나무는 키가 2m 내외이며 작은 잎의 수가 13~21개로 많고 크기도 1.5~5cm이며 가시가 1개씩 떨어져 엇갈려 있다. 반면에 초피나무는 3m 정도까지 자라며 작은 잎이 9~11개로 1~3cm 크기이며 잎가에 파상거치가 있고 잎 중앙부에는 연한 황록색의 무늬가 있다. 또한 줄기에 밑으로 굽은 가시가 마주나고 있으며 잎이나 열매에서 나는 향기가 특징이다.
② 산초나무는 새순이 초록색이고 초피나무는 새순은 자색이라 쉽게 구분이 된다. 산초나무의 꽃은 흰색으로 8~9월에 산방꽃차례로 2가화 또는 1가화로 핀다. 추석을 전후해서 씨앗을 채취하며 열매는 새 가지 끝에 송이로 열리는데 영양 상태에 따라 촘촘히 열리거나 손가락을 쭉 뻗은 것처럼 큰 송이로 열린다. 반면 초피나무의 꽃은 5~6월에 황색의 복산형 꽃차례로 피고 2가화이다. 열매는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③ 산초나무는 함경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그리 높지도 않은 곳에서 자란다. 반면 초피나무는 내한성이 약하므로 남쪽지방에 주로 많이 분포하고 중부 내륙지방에서는 별로 볼 수 없으나 해안을 따라서는 중부지방까지 올라온다.
④ 초피나무는 제피·남초·점초·촉초·파초·진초·한초 등 이름이 많은데 이는 산지의 지명이나 국명을 붙여 사용했던 이름이라고 분석된다.
⑤ 산초는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쓰거나 열매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쓰는데 반해 초피는 주로 열매를 가루로 만들어 이용한다. 그 이유는 산초로는 기름을 만들 수 있지만 초피로는 기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초피 꽃은 5월에 연한 황색으로 개화해 9월에 붉은색 열매로 익어서 검은 종자가 나온다. 산초나무와 다른 점은 가시가 마주 달리는 것이 다르며 초피는 특히 잎에 방향성 기름샘이 있어 강한 향기를 발산한다.
우리나라 경상도 지방에서는 제피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열매의 껍질을 '제피'라고 하며 일부 지방에서는 '고초'라고 부르기도 했다. 경상도에서는 초피열매를 갈아 '추어탕'을 끓일 때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없애는데 사용한다. 매콤한 맛과 톡 쏘는 향이 특징인데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초피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다. 처음 심은 지 3년째부터 열매를 딸 수 있는데 눈이 많이 오는 곳이나 찬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수확이 적어지며 뿌리가 땅속에 얕게 내리므로 적당히 물기가 있는 땅이 재배에 적합하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초피를 재배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초피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지리산 부근에서 나는 초피가 향기가 강하고 품질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고 있다.
초피의 맛은 '매운맛'이라기보다는 '얼얼한 맛(마痲)'이라고 한다. 마파두부의 다섯 가지 맛(랄ㆍ향ㆍ색ㆍ탕ㆍ마)중 '마'가 초피의 얼얼한 맛을 가리킨다. 초피성분 중 ‘하이드록시 알파 산쇼올(hydroxy alpha sanshool)’이 이러한 맛을 내는 요소다.
한국에 후추가 처음 들어올 때까지는 초피열매가 후추대용으로도 쓰였으며 고추가 도입되기 전에는 고추의 역할도 초피가 대신하여 초피로 김치의 맛을 내기도 했다. 초피를 많이 쓰는 지리산 근처 지역에서는 요즘에도 고춧가루를 빻을 때 초피가루를 조금 추가시키기도 한다.
초피의 어린잎은 나물이나 장아찌로 먹고 열매나 열매껍질은 향신료로써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효가 있다. 즉 초피는 한방에서 해독, 구충, 진통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화 작용을 돕기 때문에 건위소화제로도 많이 쓰인다. 시골에서는 마당가에 빙 둘러 심어 모기를 쫓기도 하고 초피나무 껍질을 돌로 짓찧어 개울물에 풀어 일시적으로 물고기를 마비시켜 잡기도 했다.
초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초피열매에는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산슐(sanshool)Ⅰ, 산슐Ⅱ, 산쇼아마이드(sanshoamide)등이 함유돼 있으며 정유성분으로 시트로넬랄(citronellal), 펠란드렌(phellandren), 디펜텐(dipentene), 게라니올(geranial)과 탄닌(tannin), 하이페린(hyperin), 크산톡실린(xanthoxylin)등이 들어있다. 과피에는 디펜텐, 시트로넬랄, 기라니올을 주성분으로 하는 정유가 2~6% 함유되어 있다.
초피열매에는 마비성분인 크산톡신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매운맛을 내는 성분도 들어있다. 특히 구성성분 중 ‘쿼세틴-3-O-알파-L-람노사이드’와 ‘캠퍼롤-3-O-알파-L-람노사이드’가 항염 및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2018년에 시행된 ‘강 세찬’등의 ‘진통에 유효한 초피 잎 추출물의 분획물 연구’에 의하면, ‘초피 잎을 1종 이상의 용매, 즉 C1~4알콜 및 C1~4알콜 수용액으로부터 분리한 활성 화합물로서 쿼세틴-3-O-알파-L-람노사이드와 캠퍼롤-3-O-알파-L-람노사이드, 2,4-디-tert-부틸페놀 및 1,2-벤젠디카르복시산 등의 성분은 통증유도 동물모델과 염증유도 모델 또는 관절염 유도모델 실험에서 우수한 개선효능을 나타내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했다.
실험군은 초피 잎 추출물과 활성화합물인 퀘르시트린(quercitrin), 아프제린(afzelin)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초피나무 잎 추출물로부터 분리한 활성화합물은 염증질환이나 통증질환의 치료, 예방 또는 개선효과가 있었다. 특히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을 억제할 경우 아토피 등 자가면역질환이 억제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본 실험 예에서는 비만세포(RBL-2H3)를 대상으로 초피 잎 추출물의 활성화합물(쿼시트린, 아프젤린)로 처리하여 β-헥소사미니다제 (β- hexosaminidase)의 분비억제 효능에 의한 비만세포의 탈과립화 억제효능도 확인하였다.
또한 콜라겐유도 동물모델(CIA)에서 초피 잎 추출물의 활성화합물(쿼시트린, 아프젤린)로 처리한 후에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분리하여 IFN-γ 세포의 발현 량을 측정한 결과 염증성 사이토카인(A: IL-6, B: IL-17, C: IL-21 및 D:IL-22)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치료효과도 확인하였다.
또한 초피 잎 추출물 처치량 0, 25, 50, 100 ㎍/mL에서 신경영양인자(BDNF)발현 량을 조사한 결과 초피 잎 추출물의 처리량이 증가할수록 BDNF 발현 량이 감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항염효과에 있어서는 초피 잎 추출물 100 ㎍/mL에서 최고의 항염증 활성을 나타냄을 확인할 수 있었다.
BDNF(brain derivated neurotrophic factor)는 주로 뇌에 존재하는 신경영양인자로서 트로포마이신-관련 키나제B(TrkB) 및 p75 등의 수용체와 결합한 다음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통증을 유발한다.
(A), 역전사-PCR 분석법과 (B), 면역블롯법을 이용하여 염증지표인자 발현저해 효과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초피 잎 추출물로 처리한 실험 군에서는 리포다당류 (LPS)에 의해 과 발현된 iNOS, COX-2, TNF-α, IL-1β, IL-6 염증지표인자의 억제가 이루어져 복합적인 염증방지 효능을 보유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초피함유 치약인 ‘숨결치약’의 제조사 ‘다올인’에 따르면 초피성분은 치주질환 유발세균과 치주조직 세포에 관여하는 염증인자를 억제하는 한편 치아손실을 방지하는 조골세포 재생효능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