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그린 ] 인간 본성의 법칙(13)

인간의 내면을 해독하는 단 하나의 열쇠

2021-12-23     로버트그린

아테나여신은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지혜와 실용적 지식을 상징했다. 아테나 여신은 페리클레스가 진작시키고 싶은 모든 가치를 대변하는 존재였다.

페리클레스는 혼자 힘으로 도시국가 아테네의 정신과 외양을 모두 바꿔 놓았고, 아테네는 과학 과 예술의 전 분야가 황금기에 접어들었다.

페리클레스의 여러 면모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부분은 절제되고 품위있는 그의 화법(法)이었다. 그는 결코 화려한 수사법(法)을 늘어놓는 법이 없었다.

대신에 빈틈 없는 논리로 청중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페리클레스가 발언을 하면 사람들은 그의 흥미로운 논리를 따라가기 위해 면밀히 귀를 기울여야 했다. 차분하면서도 호 소력이 짙은 화법이었다.

페리클레스는 전례없이 오랫동안 권력을 누렸다. 몇 년이 지나도 몇 십 년이 지나 도 그는 권력을 잃지 않았고, 부산떨지 않고 그만의 조용한 방식으로 아테네 곳곳 에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페리클레스에게도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오래 권좌에 앉아 있는 그를 드러나지 않은 독재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어떤 전통에도 구애되지 않는 그를 무신론자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그렇게 특이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이 낳은 성과만큼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이 날 오후 민회에서 연설을 하려는 중이었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관해 페리클레스만큼 큰 무게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군중들 사이에 ‘쉬쉬’ 소리가 들렸다. 다들 그가 무슨 말을 할까 잔뜩 기대를 품은 채 기다렸다.

마침내 페리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제 생각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펠로폰네소스인들에게 그 어떤 것도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쟁을 벌이자는 주장에 동조할 때는 더할 나위없이 열정적 이던 사람들도 막상 그 말을 실천할 때가 오면 그런 열정은 오간데 없어지겠죠. 사람의 마음이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니까요.”

그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이견은 중립적 중재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스파르타 의 일방적 요구에 응한다면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런 요구를 하나둘 들어 주다 보면 끝도 없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스파르타와 육지에서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페리클레스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전투를 제안했다. ‘방어적 국지전’이 그것이었다.

그는 인근 주민 모두를 아테네 성벽안으로 불러들이자고 했다. 스파르타인들이 와서 우리에게 싸움을 건다면 얼마든지 그러라고 하라. 그들이 우리 땅을 유린한다면 얼마든지 그러도록 내버려두라. 우리는 미끼를 물지 않을 것이다. 결코 그들과 육지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도시에 필요한 물자는 바다를 통해 공급받으면 된다. 우리는 해군을 이용해 그들의 해안마을을 급습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스파르타인들은 전투가 제대로 벌어지지 않는 것에 차츰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군대를 먹이고 필요한 물자를 대다 보면 스파르타인들은 돈이 떨어질 것이다. 스파르타의 동맹국들은 내부분열을 일으킬 것이다. 스파르타 내부의 전쟁 지지파들은 신임을 잃을 테고, 지속 가능한 진짜 평화에 대해 의견이 모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쪽에서는 인명손실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