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 천연물(69)
자스민(또는 재스민; Jasmine)
옛날 어느 필리핀왕국의 아름다운 공주였던 ‘웨이웨이’는 믿음직한 이웃나라 왕자인 ‘가린’과 약혼했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사랑을 키워가던 중 ‘가린 왕자’는 자기나라에 쳐들어온 적과의 싸움에 출전했다가 그만 전사하고 만다. ‘웨이웨이 공주’는 잃어버린 사랑을 너무나도 그리워하며 식음을 전폐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그 후 공주의 무덤에서 자라난 꽃나무가 바로 ‘말리 자스민’ 이었다고 전해진다. 흰색의 단아한 꽃잎에서 발산되어 나오는 향이 일품인 ‘자스민 꽃’은 ‘사랑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꽃으로 만든 꽃목걸이를 흠모하는 여자에게 보내 여자가 목에 목걸이를 걸치면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간주하여 혼인이 성사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은 ‘말리 자스민’으로 사랑을 맹세해 왔으며 아플 때는 약용식물로, 그리고 향기로운 자스민 차의 재료로 전 국민이 애용한다.
1933년~1935년 사이에 미국의 필리핀총독 이었던 ‘Frank Murphy’가 필리핀국민의 정서를 존중, 자스민을 필리핀 국화(國花)로 지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부처님을 숭배하는 의미로 불교성전에 자스민 화환을 바쳐왔고 인도에서는 노란색 자스민을 ‘Shiva’나 ‘Ganesh’신에게 예물로 올린다.
자스민은 쌍떡잎식물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의 영춘화(Jasminum)속인 덩굴식물이다. 영춘화속 식물은 영어로 ‘jasmine(자스민 또는 재스민)’, 페르시아어로 ‘yasmin’, 산크리스트어로는 ‘mallikā’ 한자어로는 말리화(末莉花), 필리핀에서는 ‘삼파귀타(Sampaguita)’라고 부른다.
영춘화속은 모두 200여 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이 원산지이다. 따라서 지구상의 열대와 온대 지역에 걸쳐 폭넓게 분포한다. 잎은 상록성인 경우도 있고 낙엽성인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종은 백색 또는 황색 꽃을 피우는데 줄기는 가늘고 길며 6m까지 자란다. 잎은 우상엽(羽狀葉)으로써 소엽(小葉)이 도란상(悼亂狀) 피침(鈹鍼)형으로 5~7개가 붙으며 광택이 있는 진녹색이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엽액(葉腋)에서 꽃대가 나와 6~7개씩 달린다.
자스민은 양지나 반 그늘지는 통풍이 양호한 곳에서 잘 자라고 겨울철에는 실내 창가에 두어야 냉해를 입지 않는다. 주간온도는 섭씨 약 25도가 생육에 유리하며 야간에는 12도, 겨울철에는 최소 3도 이상은 유지되도록 한다. 분갈이는 봄철이 가장 적기이며 덩굴식물이어서 뿌리가 잘 내리므로 꺾꽂이로 번식시킨다.
자스민 꽃은 대부분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 향기의 여왕이라고 칭송된다. 자스민 꽃은 독특하고 강한 방향이 있는데 이는 감각적이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향으로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향기’라고 극찬된다. 자스민 꽃에서 향을 추출해낸 이후로 ‘샤넬 No.5’를 비롯한 고급향수의 원료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와 같이 자스민은 매혹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으며 꽃과 잎, 그리고 뿌리까지도 차와 향수를 비롯한 방향제의 원료로, 그리고 자스민 고유의 항균작용과 진통효과를 이용하는 약용식물로도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자스민에는 ‘카테킨’을 비롯한 다양한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폴리페놀’은 암을 예방하는 효능을 보유하는데 자스민에 함유된 폴리페놀중의 ‘자스모네이트’는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그밖에도 ‘카테킨’과 ‘벤델 아세테이트’, ‘탄닌’성분은 체지방을 분해시키고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방지한다.
자스민의 진정효과, 즉 기분전환 및 항우울 효과는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GABA(γ-aminobutyric acid)의 작용을 증강시킴으로써 발현된다. 자스민은 이러한 효과 외에도 피부미용, 자궁강장, 통경, 분만촉진 및 성기능 강화 효능까지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스민이 발산하는 향기의 주성분은 ‘자스몬산 메틸(methyl jasmonate)’이다. ‘자스몬산 메틸’은 아직 공업적 생산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자연산 꽃에서 추출, 정제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주원료로 하는 향료는 가격적으로 매우 고가를 형성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스몬산 메틸’은 아닐지라도 공업적 생산법이 개발되어 있는 ‘자스몬산 계열’의 기타 향료들은 싼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해 다양한 향수와 아로마오일 등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다.
인간의 신체는 외부환경변화나 병원균 침입이 일어나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백혈구 수를 늘리고 자체면역력을 강화한다. 이와 동일하게 식물체도 추위나 가뭄 등의 외부환경과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최양도 교수팀’의 연구발표 주제인 “자스민 향을 맡으면 식물체의 잠자는 면역유전자도 깨어난다.” 에 따르면 ‘자스몬산(Jasmonic acid)’은 막지질에 존재하는 ‘리놀렌산’으로부터 유래하는 식물 신호전달인자로 곤충이나 세균류 병원체에 대한 자기방어를 활성화시키며 꽃밥과 꽃가루의 발달을 포함한 식물생장을 조절할 뿐 아니라 ‘단백분해효소 저해제’와 같은 여러 생물학적 또는 비 생물학적 스트레스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유전자의 발현도 촉진한다고 한다.
즉 외부로부터 해충이나 병원균이 식물체에 침입하면 식물 내 ‘자스몬산’ 농도를 증가시키고 ‘자스몬산 메틸에스테르’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생산된 ‘자스몬산 메틸에스테르’는 잠자고 있던 식물체의 자체방어시스템 유전자를 가동시키고 식물의 자체면역에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해낸다.
최 교수팀은 미국 한림원 학술지(PNAS)에 '자스몬산 메틸화효소는 식물면역반응의 핵심효소'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김현용’, ‘이희정’등의 연구에 따르면 통풍(gout)으로 인해 나타나는 통증모델로 잘 알려진 ‘monosodium urate 통증’이나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항암제에 의한 신경병증)통증모델’ 및 ‘Diabetic Neuropathy(당뇨병성 신경병증)통증모델’과 같은 동통성질환인 경우에 자스민 추출물(J. microcalyx Hance 추출물)이 우수한 진통효과를 발휘하므로 ‘신경병증(neuropathy)치료용 천연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즉 자스민 추출물은 통증치료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독성과 부작용이 없는 천연물유래 조성물이어서 만성화된 심한 통증치료에 보다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자스민 추출물의 효과적인 통증예방 또는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일련의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실험과정에서 먼저 ‘Jasminum microcalyx Hance’를 세척하고 건조시켜 준비하였다. 준비된 J. microcalyx 1kg에 30%에탄올 10L를 가하여 60℃에서 3시간 동안 추출한 후, 이를 여과하여 J. microcalyx 추출액을 얻었다. 상기와 같은 추출과정을 2회 반복하여 얻어진 추출액을 45℃ 이하의 온도에서 감압농축 후, 동결 건조하여 분말상의 J. microcalyx 추출물(130g, 13%)을 수득하였다.
이 J. microcalyx 추출물의 동통억제 유효성분 물질분포를 확인하기 위하여 TLC(Thin layer chromatography, silica gel 60(Merk Co. USA)F254 pre-coated사용)에 메탄올에 용해한 상기 추출물을 190mg/ml 농도로 5ul 점적하여 용매(노르말-헥산: 에틸아세테이트=4:1,4:2,4:3,3:4,2:4,1:4)에 전개하였다. 그리고 UV (254 nm, 366 nm)로 촬영 후 ‘황산발색’을 관찰한 결과 비극성을 가지는 성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극성물질도 일부 함유된 사실도 확인하였다.
이 추출물의 진통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마우스에 투여한 다음 좌골신경 손상 후 나타나는 기계적 자극에 대한 ‘이질통시험(Von-frey test)’방편으로 ‘포르말린 통증실험(Formalin test)’을 실시하였다. 실시방법은 자스민 추출물을 각각의 마우스에 투여한 후 철망실험대 위에 설치된 아크릴상자에 넣고 60분 이상 적응시킨 다음 ‘Von Frey Filament’를 사용, 연속적인 반응을 ‘Up-Down method’로 평가하였다.
비교 군으로써 추출물이 투여되지 않은 생쥐에게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J. microcalyx’ 추출물을 투여한 모든 경우의 생쥐 통증모델에서 용량 의존적으로 통증완화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자스민차를 과용하면 카페인성분으로 인해 수면방해나 두통이 생길 수 있으며 임신 시 조산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자스민차는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서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되지만 드물게 장(腸) 트러블이나 복통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