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치과 천연물(70)
토복령(土茯苓, 한자명; 산귀래,山歸來, 영어명; Berchemia Tree)
먼 옛날 중국의 어느 고을에 부인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매독에 걸린 한량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세가 점점 악화되더니 종래에는 온 몸에 매독이 번져 도저히 소생할 가망이 없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화류병으로 허깨비처럼 폐인이 되어버린 서방님이 남 부끄럽고 미워서 아무도 모르게 업어다가 깊은 산중에 버리고 돌아와 버렸다.
산골짜기에 홀로 버려진 서방님은 배가고파 풀밭을 마구 헤집어 나무뿌리를 캐어 먹으며 모진 목숨을 이어갔다. 이상하게도 어떤 나무뿌리를 캐 먹었더니 허기가 사라지는 것이었고 계속 그 나무뿌리만 먹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독이 완쾌되어 산에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아내에게 싹싹 빌며 다시는 못된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변사람들이 한량과 함께 산에 올라가 확인해 본 결과 그 나무뿌리가 맹감나무 뿌리, 즉 토복령(土茯苓)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부터 중국에서는 그 식물을 ‘한량이 산에서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어준 나무’라는 뜻으로 ‘산귀래(山歸來)’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토복령, 즉 청미래덩굴은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낙엽관목이다.
사람들이 잘 다니는 산속 오솔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하디흔한 덩굴나무다. 청미래덩굴은 공식적인 이름이고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 혹은 명감나무라 하며 제주도에서는 벨랑지낭으로 불리는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널리 알려진 망개나무란 호칭은 충북 및 경북 일부 지방에서 자라는 희귀수종인 진짜 ‘망개나무(장미목의 낙엽수로 멧대싸리 또는 살배나무라고도 한다)’와 혼동하기 쉽다. 맹감나무는 굵고 견고한 뿌리줄기가 꾸불꾸불 옆으로 길게 뻗어간다. 줄기는 마디마다 굽으면서 2m 내외로 자라고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다. 잎은 넓은 타원형이며 두껍고 윤기가 난다. 잎자루는 짧고 턱잎이 칼집 모양으로 유착하며 끝이 덩굴손이다.
황록색의 꽃은 5월 무렵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서 산형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꽃줄기는 길이 10∼30mm이고 화피갈래조각은 6개이며 뒤로 말리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씨방은 긴 타원형으로서 3심이며 끝이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둥글며 지름 1cm 정도이고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데 이 열매를 명감 또는 망개라고 한다.
열매는 맛은 없자만 식용이 가능하며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 줄기가 곧고 가지가 많으며 잎이 작은 종류도 있는데 이것은 좀청미래(var. microphylla)라고 부른다. 토복령 뿌리는 상당히 굵고 크며 목질이어서 딱딱하다. 겉은 갈색이고 속은 담홍색이며 혹처럼 뭉친 덩이뿌리가 연달아 달리는데 약간 쓰고 떫은맛이 난다.
수십 년이나 수백 년쯤 묵은 것도 더러 발견되는데 이런 것은 굵은 뿌리의 길이가 4-5미터나 되고 무게도 십 킬로그램이 넘게 나간다. 바위틈 사이에 깊이 뿌리를 내리므로 여간해서는 캐내기가 어렵다. 이 굵고 딱딱한 뿌리를 가을철이나 이른 봄철에 캐어 잔뿌리를 다듬어 버리고 잘게 썰어서 그늘에서 말려 약재로 활용한다.
망개떡은 맹감나무 잎으로 싼 떡을 말한다. 요즈음 유명한 의령망개떡은 맹감나무 잎 2장으로 찹쌀떡을 감싸 시루에 넣고 쪄 내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맹감나무 뿌리에는 다양한 ‘사포닌’(Saponin)성분이 4%나 함유되어 있다. 그 사포닌 중에는 스밀라 사포닌(Smila saponin) A, B, C가 포함되어 있다. 스밀라 사포닌 B가 효소분해되면 디오스민(Diosmin; diosmetin 7-O-rutinoside)으로 바뀐다. 디오스민은 용혈작용이 크고 시냇물의 물고기를 마비시켜 잡을 정도로 센 마취능력을 지닌 사포닌이다.
디오스민을 물분해하면 디오스게닌(Diosegenin)과 람노스(Ramnos; 람노스는 6개의 탄소원자가 포함된 단당류)로 나누어진다. 디오스게닌은 동맥 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을 저해하여 콜레스테린(Cholesterin)성 동맥경화에 예방 및 치료효과를 보유하며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합성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맹감나무 잎에는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억제하는 루틴(Rutin)성분이 들어 있어 혈압을 강하시키고 혈중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능을 보유한다. 그 외에도 식물성 알칼로이드, 아미노산을 비롯한 페놀화합물과 유기산 및 각종 다당류를 포함하며 종자에 함유된 11%의 지방산은 Oleic acid 48.4%, Linoleic acid 39.1%의 비율로 조성되어 있다.
토복령은 이뇨작용이 강하며 특히 수은이나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 중독을 해독하는 효과가 크다. 청미래덩굴 뿌리를 차로 만들어 마시면 소변이 많이 보게 되는데 이 소변을 분석하여 섞여 나오는 수은의 양을 측정해 보면 체내에 얼마나 많은 수은이 축적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청미래덩굴 뿌리 15-30그램에 물 2L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기를 일주일간 계속하면 웬만한 수은중독은 거의 해소된다고 한다. 중금속이나 수은중독은 만성피로, 면역기능저하, 기억력 저하, 알츠하이머병, 치매, 뇌성마비, 암, 피부질환, 말초신경장애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지대학교 ‘이선구’ 등의 ‘토복령의 항염증 및 세포보호 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실험에서 세포독성, NO(Nitric oxide)의 생성, PGE2, TNF-α와 카탈라아제 농도, SOD, MAP kinase 등을 측정한 결과 토복령 추출물은 세포독성이 없었고 NO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항염증작용과 함께 세포보호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NO는 superoxide anion과 반응, 활성질소종인 Peroxide nitrite로 바뀌어 혈관기능에 나쁜 영향을 끼치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동국대학교 ‘이창현’, ‘이효승’ 등의 ‘혈관내피세포에서 토복령(土茯苓)의 항염증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토복령 추출물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HUVEC에 SGEA를 20, 50 μg/ml의 농도로 1시간 동안 전 처리한 후 10 ng/ml의 TNF-α를 18시간 동안 처리한 다음 이를 수거하여 IL-8과 IL-6의 생성량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TNF-α에 의해 IL-8의 생성량이 약 3.2배 증가하였고, 이는 SGEA 20, 50 μg/ml에 의해서 각각 15.8%, 54.3% 감소되었다(Fig. 8A). 또한 TNF-α에 의해 IL-6의 생성량은 약 4.9배 증가하였고, 이는 SGEA 20, 50 μg/ml에서 각각 35.8%, 40.3%로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되었다. 이 결과 토복령 EA추출물은 TNF-α로 유도된 proinflammatory cytokines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토복령 추출물의 염증억제 작용이 확인되었다.
‘이상일’, ‘이애경’ 등에 의한 ‘토복령의 항산화활성’ 관련연구에서 토복령 열수추출물(SCLR)이 항산화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각각의 2% 열수추출물을 0:100(A), 20:80(B), 40:60(C), 60:40(D), 80:20(E), 100:0(F) (v/v)의 조건으로 혼합하였을 때 total polypheno l(TP) 및 total flavonoid(TF) 함량, OD475, 전자공여능(EDA), 철환원력(FRAP), xanthine oxidase(XO) 및 aldehyde oxidase(AO)에 대한 저해활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A와 F의 TP 함량은 각각 3.78 및 9.37mg/100mL, TF 함량은 각각 0.24 및 1.84mg/100mL로 FSCL이 SCLR에 비하여 TP는 2.48배, TF는 7.67배가 높았으며 FSCL의 첨가비율이 높아질수록 비례적으로 높았다(R2=0.9887, R2=0.9592). OD475는 FSCL의 첨가비율이 높아질수록 거의 비례적으로 높은 흡광도를 나타내었다(R2=0.9850). 그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EDA 및 FRAP와 같은 항산화활성이 높아지며, XO에 대한 저해활성은 다소 감소되나 AO에 대한 저해활성은 높아짐으로서 결론적으로 항산화활성이 촉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송원대학교 ‘박장순’ 등이 토복령 추출물이 각종 세균에 나타내는 항균활성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토복령을 건조한 후 증류수와 95% EeOH등 두 가지 용매를 사용한 추출물의 항균활성 측정결과 P ropionibacterium acnes , Propionibacterium acnes등의 세균에 대한 항균효과가 매우 우수하였으며 특히 증류수 추출물에서 clear zone이 16.61 mm로 가장 높은 활성을 나타내었다.
또 피부오염 세균 군을 채취하여 실험한 결과에서는 24.48 mm의 clear zone을 보임으로써 여러 세균에 대해 높은 항균활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토복령을 경구로 섭취하는 경우 이뇨작용이 강하여 신장에 부담이 올 수 있으므로 신장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복용에 주의해야 하고 장기연용으로 변비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유의한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