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16)
인간의 내면을 해독하는 단 하나의 열쇠
아테네인들은 기적처럼 버텨냈다. 그러나 시칠리아전의 패배로 인해 이후 몇년 간 전쟁의 추는 완전히 스파르타 쪽으로 기울었고 아테네인들은 스파르타가 공격해오는 대로 이리저리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러다 결국 BC 405년 아테네는 마지막 패전을 끝으로 스파르타가 내민 평화조약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조약의 내용은 아테네에게 너무도 가혹했다. 오랜 세월 빛나던 아테네의 영광도 민주주의로 이끌어 온 위대한 제국도, 페리클레스 시대의 황금기도 이제는 영영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아테네인들이 지니고 있던 가장 위험한 감정, 즉 공격성, 탐욕, 자만심, 이기심을 눌러주던 남자는 이미 무대를 떠났고, 그의 지혜도 잊힌 지 오래였다.
해석 - 정치 생활 초창기에 페리클레스는 당시의 정계를 조망하며 다음과 같은 현상을 알아차렸다. 아테네의 모든 정치인은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이 현실적 목표를 갖고 있고 거기에 도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파벌을 위해 싸우고 권력을 키우려 한다. 아테네의 군대를 자주 전투에 끌어들이고 종종 승리할 때도 있다.
제국을 확장해 더 많은 돈을 유입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자신의 정치술수가 역풍을 맞거나 전쟁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이유를 갖고 있다. 언제나 정적을 탓하고 필요하면 신(神)들까지 비난한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그토록 이성적이라면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왜 이토록 지리멸렬하고 혼란만 가중시킨단 말인가? 왜 아테네는 이토록 엉망진창이고,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태롭단 말인가?
왜 부패가 만연하고 늘 격변의 연속이란 말인가? 답은 명확했다. 아테네인들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았다. 아테네인들은 이기적이고 영악하다. 그들은 권력이나 사람들의 관심, 돈과 같은 것을 바라는 저급한 감정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들은 이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주 전 략적이고 영리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의 술수는 지속될 수 없고 민주주의 전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는 어떻게 하면 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감정이 장악한 무대에서 정말로 이성적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전무후무한 내용이었고, 결과를 보더라도 대단히 강력했다.
그의 해결책이 우리에게도 이상향이 되어야 한다. 페리클레스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간은 무언가를 숭배해야만 했다. 우리는 주의력을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그 무엇보다 높게 평가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이었고 가족이나 부족, 신 혹은 국가인 사람도 일부 있었다. 그리고 페리클레스에게 그 무언가는 고대 그리스어로 ‘누스(nous)’, 즉 ‘지성’이었 다.
누스는 우주를 관통하는 힘으로서의 미와 질서를 창조했다. 인간의 마음은 당연히 이 질서에 끌리도록 되어 있다. 인간의 지능이 곧 누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가 숭배하는 지성이 현현(現)된 모습, 그게 바로 아테나 여신이었다.
아테나는 말 그대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 ‘아테나(Athena)’라는 이름 자체가 그 점을 말해준다. ‘신(theos)’과 ‘정신(out)’이 합쳐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테나는 특정한 형태의 누스를 대표하는 뜻으로 의미가 변화했는데, 뚜렷이 실용적이고 여성적이며 세속적인 누스가 그것이었다. 영웅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아테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호에 계속)
로버트 그린은 전세계 리더와 독자들에게 현실을 돌파하는 지혜를 전파한 권력술의 멘토,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매디슨의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했고,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를 편집하고 할리우드에서 스토리작가로 일했다.
1995년 주스트 엘퍼스를 만나면서 본 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가 집필한 권력과 대중조작에 관한 책인 《권력의 법칙》은 현대판 《군주론》으로 평가되며 출간되자마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됐다.
이후 출간 된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서 이 3부작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그 외에도 《마스터리의 법칙》, 《50번째 법칙》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그가 집필한 『인간본성의 법칙』 (위즈덤 하우스)을 독자들 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