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천연물(74)

로열젤리(Royal jelly, 문화어: 왕벌 젖)

2022-02-17     김영진 박사
일벌(honeybee)과 여왕벌(queen bee)

1954년 로마 교황 ‘비오 12세’가 노환으로 위독했을 때 교황 주치의는 로열젤리를 처방했고 이후 ‘비오 12’ 세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교황 주치의는 이듬해 국제 의학 대회에서 로열젤리의 효과에 대해 발표하고 교황은 국제 양봉 회의에 참석해 로열젤리를 생산한 양봉가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하면서 로열젤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로열젤리는 벌의 유충을 키우는 일벌이 인두선(咽頭腺)으로부터 생산되는 젖[꿀벌의 포육선(哺育腺)에서 분비되는 유상(乳狀) 물질]인데 알에서 부화된 대부분의 유충이 애벌레로 지내는 총 6일 중 3일 정도만 로열젤리를 섭취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일벌 애벌레는 3일 후에 주식(主食)을 꽃가루와 꿀로 바꾸는 반면 여왕벌이 될 애벌레만 끝까지 로열젤리를 먹고 성장한다.

이처럼 유충 상태에서 3일만 로열젤리를 먹은 벌은 일벌이 되고 6일 모두 로열젤리를 섭취한 유충은 다른 일벌에 비해 덩치도 2배 이상 크고 수명도 수십 배나 긴 여왕벌이 된다. 그리고 여왕벌은 평생 동안 로열젤리만 먹고사는데 여왕벌을 제외한 다른 성충은 먹지 않는다. 여왕벌은 평생 무려 120만 개나 되는 알을 낳으면서 7주를 사는 일벌보다 수십 배의 수명을 누리며 7년씩이나 살 수 있다고 한다. 

로열젤리의 색깔은 꿀과 비슷하게 투명하며 담황색의 버터 상태로 된 액체로 특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으며 공기에 접촉하면 효능이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단맛을 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제품 등은 꿀이나 과당과 같은 다른 당류를 섞어서 단맛을 낸 것이고 순수한 로열젤리는 매우 쓴 맛을 지니고 있다.

다 자란 여왕벌은 일벌에게 qmp(난소 활성저해 페로몬; Queen mandibular pheromone)라는 호르몬을 뿜을 수 있게 된다. 여왕벌은 이 호르몬을 일벌들에게 뿌리는데 이 호르몬을 받아들인 일벌들은 난소가 퇴화해 알을 낳을 수 없게 된다. 

로열젤리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로 로열랙틴(Royalactin)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2011년 일본 도야마 현립대 생명공학연구센터 ‘마사키 가마쿠라’ 박사는 이 로열랙틴이 애벌레를 여왕벌로 만든다는 것을 발표했다. 마사키 박사는 실험에서 오랫동안 섭씨 40도에 방치하여 로열랙틴이 파괴된 로열젤리를 꿀벌 애벌레에게 먹였더니 여왕벌이 특성이 사라진 보통 일벌이 되었다.

반면 로열랙틴이 포함된 로열젤리를 초파리 애벌레에게 먹였더니 여왕벌과 비슷하게 몸집이 커지고 알을 많이 낳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아예 종류가 다른 곤충인 초파리 애벌레에게 로열젤리를 먹이면 초파리 성체보다는 여왕벌에 가까운 모습으로 자라나고 qmp를 분비하며 이에 노출된 다른 초파리 애벌레들은 성체가 된 후에도 난소가 퇴화되어 알을 낳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로열젤리에는 67%의 물과 단백질이 20~30%, 탄수화물 15%, 지방 10~15%, 당분 10% ~ 16% 및 소량의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류는 엽산, 비오틴과 같은 비타민 B군이 대부분(A 2161I.U, B1 0.26mg, B2 0.31mg)이며 약간의 비타민 C도 들어있지만 비타민 D, E, K는 들어 있지 않다.

생 로열젤리에는 노화를 막아주는 폴리페놀을 비롯하여 하이드록시 데센산, 파로틴, 프롤린, 글루타민, 아르지닌, 이노시톨, 판토텐산, 리보플라민, 피리독신, 아세틸콜린, 엽산, 나이아신, 비오틴, 티아민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로열젤리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탄수화물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으며 데센산[6.12.2.1 10-하이드록시-2-Decenoic acid(10-HDA)]을 비롯한 모두 40여 종의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있다. 로열젤리에 함유된 Lysine과 Pantothenic acid는 신체의 성장을 촉진하고 노화를 예방하며 Methionine은 간의 해독작용을 돕고 지방 침착을 예방한다. 

데센산은 로열젤리에만 들어있는 성분으로 로열젤리의 품질을 평가하는 지표물질이 된다. ‘Health Canada 식품공전’에 따르면 로열젤리 분말은 생 로열젤리를 동결 건조한 것으로 10-HDA(하이드록시 데센산)이 4.0% 이상 함유돼 있어야 적격이라고 규정했다. 데센산(10 HDA, 10 H2 DA)은 암세포 성장을 억제함은 물론 뛰어난 항균 및 항산화 작용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항균력을 살펴보면 페니실린의 70%에 달할 정도의 탁월한 약효를 발휘하므로 천연항생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데센산은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혈당을 낮추고 면역 능을 향상한다. 
일본에서 실시한 ‘로열젤리의 혈류량 증가에 관한 연구(1978)’에 의하면 로열젤리는 꿀보다 혈류량 촉진 효율이 100∼ 200배 정도나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혈류량 증가 작용에 의해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피로를 신속하게 해소하고 활력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여성에게서 폐경이 발생하면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로열젤리에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폐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며 Acetylcholine은 두뇌 신경을 자극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또한 판토텐산(Pantothenic acid) 성분이 우리 몸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여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각종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판토텐산이 혈관을 청소해서 혈관 상태를 개선하고 체내 나트륨을 효율적으로 배출하여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로열젤리에는 항산화물질이 매우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각종 암세포의 증식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체내의 면역체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여 바이러스성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경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서보영, 박은주 등에 의해 시행된 ‘로열제리 섭취가 UV로 손상된 실험쥐의 피부조직에 미치는 항산화 효과‘ 연구에서 UV 조사와 함께 로열젤리 보충 섭취 후 발현하는 SOD (superoxide dismutase)는 표피(Epidermis)의 경우 유의할만한 감소 효과를 보였고 진피(Dermis)의 경우 증가를 보이는 특이한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그 외의 로열젤리 보충 섭취 군에서는 유의할 만큼 낮은 수준의 활성을 보였지만 GSH-Px는 표피와 진피 모두에서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다. Catalase 경우 진피(Dermis)에서는 UV-군과 UV+군 사이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로열젤리를 보충 섭취한 군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다른 연구(’류‘ 등)에서 UV를 조사한 경우 대조군에 비해 catalase의 활성이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경향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내(김포; GP)에서 생산된 로열젤리를 섭취한 군의 경우 표피(Epidermis)에서는 중국산(CH) 로열젤리를 섭취한 군에 비해 catalase농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6주간 로열젤리를 투여한 후 DNA 손상지표인 DNA in tail (%), tail length (TL) 및 tail moment (TM)를 측정한 결과 로열젤리 투여 군에서 DNA 손상이 유의성 있게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Endogenous DNA 손상의 경우는 UV 조사 여부에 따라 유의성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인위적인 산화스트레스를 가한 경우[200μM H2 O2 (Hydrogen peroxide)]에는 UV에 노출된 후 로열젤리를 투여한 군에서 Tail DNA (%) 억제력이 확인되었다.

이로서 본 연구에서 사용한 DNA 손상지표 연구의 결과 로열젤리의 보충 섭취가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조직의 항산화 및 DNA 손상 억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발표되었다. 

로열젤리는 햇볕을 받거나 가열 또는 산도가 높은 음식(매실이나 오렌지, 레몬 등)과 함께 섭취하면 효력을 잃을 정도로 취약하며 꽃가루나 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임산부나 어린이, 노인과 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주의해서 복용하고 젊은 여성의 경우 복용 후 월경주기가 빨라질 수 있음에 유의한다. 과거 한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에 로열젤리가 포함되었었으나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는 ‘건강기능 개선 효능이 없다’고 판정한 다음 2010년부터 건강기능식품 원료에서 제외시켰다.
 

로열젤리 함유 ‘명약원치약’(LG생활건강)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