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영업부터 배웠는가

소심했던 내가 골드만삭스의 사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

2022-02-17     김병국 원장

상식적으로 극한의 남극에서는 냉장고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는 ‘남극에서는 모든 물건이 꽁꽁 얼어버린다. 그런데 채소는 얼면 세포가 파괴되어 맛이 떨어진다.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려면 적정 온도로 냉장할 수 있는 냉장고가 필요하다. 그래서 채소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팔 수 있을 것이다.’라는 설득의 이유를 찾아냈다. - 본문 중에서 

바로 얼마 전, 2022년 1월 20일 목요일 오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산에서 개원 중인 대학 동기 J였다. 학창 시절, 남다른 손재주로 실습과목들에서 A학점을 수집하다시피 한 그였다. 오랜만에 걸려온 벗의 전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다. 

“김병국이! 잘 지내나? 아까도 전화했었는데 안 받데? 환자 많은가 봐? 부럽다. 내는 환자 없다. 씨가 말랐다.” 

39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저수가로 환자들을 쓸어 담는 A치과, 부산광역시 방방곡곡을 누비는 시내버스들의 측면 광고를 장악한 B치과 등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부산 치과 개원가의 살벌한 현 상황을 전해 듣고 있자니 문득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2020년 4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초기, 오전과 오후에 각각 2명씩 무려 4명의 환자를 보고(말 그대로 입안만 보여주고 치과 문을 나섰던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퇴근했던 나의 개원 초반에 접했던 ≪왜 나는 영업부터 배웠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소심했던 내가 골드만삭스의 사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제(副題)가 인상적인 책이다. 대범하지 못한 이가 연 매출 40조, 자본금 1100조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투자은행의 사장이 되었다고? 도대체 어떻게?

저자는 일본 내 대학 순위 상위 10위권의 명문 쓰쿠바대학 사회공학류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 니혼 코칸, 닛코증권을 거처 1990년 골드만삭스 증권회사에 입사했다. 그의 첫 부임지는 바로 서울지점이었다.

이후 2001년 골드만삭스 도쿄지점 지점장을 거쳐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사장(대표이사)을 역임했다. 그는 영업맨으로서는 불리한 조건인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자신만의 무기인 ‘절대 대화법’을 개발했다.

아울러 영업은 단지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는 일이며, 이는 굳건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21년의 영업 인생 동안 오로지 ‘고객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최고의 자리를 지켜냈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는 “5-3-1(오-삼-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5단계 신뢰관계도. 영업맨과 고객의 관계를 신뢰, 대화 분위기, 고객의 반응을 기준으로 5단계로 세분화했다. 과실주가 발효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비즈니스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관계가 무르익어야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한다. 1~3단계의 신뢰 상태에서 영업맨이 아무리 몸이 달아도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고객이 영업인에게 협력적이고 친밀한 4~5단계에 도달한 이후에야 비로소 비즈니스의 성사를 기대해볼 수 있다.

둘째, 3단계 설득법.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1단계에 50%,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2단계에 30%, 고객으로 하여금 결정을 내리게 하는 3단계에 20%의 시간을 배분하는 설득 방법이다.

셋째, 1분 대화법과 10초 대화법.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장황함은 죄악(罪惡)이다. 영업전선에서 장황함은 지루함으로 이어지고 실패로 귀결된다. 고객과의 대화는 정신없이 바쁜 CEO에게 전하는 비서의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와 같이 간결해야 한다. 따라서 고객과의 대화에서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3요소인 what(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why(왜 그 일이 일어났는가), how(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1분, 더 나아가 10초 안에 말하는 대화의 요령이 영업맨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땅에 살아가는 치의는 본인이 인정하든 안 하든 고객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3차 산업 종사자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3차 산업 종사자이듯. 치의 역시 광의(廣義)의 영업맨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치과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묘책들을 이 책을 통해 얻길 바란다. 우리네 치의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치과산업 전반의 모든 영업맨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고도의 테크닉이나 뛰어난 전략도 고객을 생각하는 진심과 열의가 없다면 그저 허울일 뿐이다. 고도의 테크닉이나 뛰어난 전략을 이기는 건 그걸 능가하는 테크닉이나 전략이 아니다. 바로 ‘무한한 열정’이다. 때로는 말도 잘 못하고 소심해 보이는 영업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올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 비밀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 본문 중에서

도키 다이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출판 다산3.0 2014.08.22. ISBN13 9791130603919 / ISBN10 1130603911
김병국 원장 

 

포항 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 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