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원장] 심리학의 힘 P(8)

내가 심리학자라는 사실을 알아챈 상대방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내가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 수 있어요?”라는 것이다.

내가 대학교 미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그거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면, 심지어 어떤 분들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그때는 심리학과 신입생이었고, 이제는 심리학을 20년 넘게 공부했는데 웬만한 사람 얼굴만 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박사까지 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솔직히, 저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것이다. 내가 당신의 속마음을 읽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분들 중에는 안도감과, 하지만 약간의 실망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그럼 심리학은 뭘 하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심리학의 힘 P≫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심리학을 대표하는 핵심원리와 개념들을 기본 축으로 삼고, 이 축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다양하고 세밀한 장면에서 심리학이 어떤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지 추적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심리학이 비밀스럽게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발휘하는 힘 또는 영향에 대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보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환자및 보호자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열었던 나는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흠칫 놀랐다. 독자의 심리를 꿰뚫는 저자의 선제공격에 겸연쩍은 미소가 슬며시 흘렀다.

이 책은 제목부터 대중들과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순히 “심리학의 힘”이 아니라 “심리학의 힘 P”라고?

어린 왕자가 살던 소행성의 이름이 “612호”가 아니라 “B-612”이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이들의 이목(耳目)을 집중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린다. 제목의 꼬리인 P가 힘(power)을 의미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나는 저자가 파 놓은 함정에 번지 점프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처럼. 저자는 “개인(person)을 움직이고 집단(people)을 움직이는 심리학(psychology)의 비밀”이라는 또 다른 부제를 책의 맨 뒤에 숨겨두었다. 마치 영화 끝에 쿠키 영상(post-credits scene)을 숨겨두는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처럼.

책의 내용을 통해 유추하건대 저자는 굉장한 스포츠 마니아, 그중에서도 축구광(蹴球狂)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 11장(章, chapter) 중 6장에 걸쳐 축구, 농구, 야구, 육상, 권투 등 다양한 종목들을 대표하는 유명 스타들의 마음작동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와중에 축구에 대한 애정은 더욱더 진하게 묻어난다. 박지성, 하석주, 데이비드 베컴 등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 영웅들과 그들의 스토리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흥미롭게 서술된다.

본문은 심리학의 힘에 대한 11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채워져 있다.

1. 박지성, 강수진, 보아 그리고 이창호를 성공으로 이끈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2. 박태환의 헤드폰,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23번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이 발휘하는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3. 프로이트도 설명하지 못하는 문근영의 행동에는 어떤 심리적인 힘이 숨어 있을까?

4 .워싱턴 D.C.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저격살인사건을 조종한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5. 전도연의 얼굴과 동안 신드롬의 이면에는 어떤 심리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6. 이봉주의 수염, 김성근의 양말 그리고 오바마의 농구가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7 .캐나다 야생거위들로 하여금 한 소녀를 사랑하게 만든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8. 불륜 전문 배우를 원래 바람기가 많은 사람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심리적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9.오른쪽 다리 잘린 줄도 모른 채 오토바이를 타도록 만든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10 .김득구대 맨시니, 그리고 홍수환 대 카라스키야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은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11. 들장미 소녀 캔디를 화병에 걸리게 만드는 심리적인 힘은 무엇일까?
 

이 11개의 질문은 우리가 심리학의 문을 열기 위해 던지는 11번의 두드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11번의 두드림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심리학의 비밀스러운 힘이 오래전부터 바로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글_ 김병국 원장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