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치과천연물(76)
파슬리(parsley)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파슬리를 죽음과 멸망의 풀로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연은 이렇다. ‘오이디푸스’의 정체가 알려지자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이오카스테’는 자살했고 ‘오이디푸스’는 눈을 손으로 찔러 장님이 된 후 ‘테베’를 떠나 방랑의 길로 접어든다.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 이케스’는 1년씩 돌아가며 ‘테베’를 다스리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깨고 ‘폴리네 이케스’를 내쫓아버렸다.
그래서 ‘폴리네 이케스’는 ‘에테오클레스’와 전쟁을 치르기로 하고 지원군을 구해 나선다. 그는 ‘아르고스’의 왕 ‘아드라 토스’의 딸과 결혼을 한 다음 ‘아드라 토스’ 왕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었다. ‘아드라 토스’ 왕의 지휘 하에 일곱 명의 장군과 그 전사들은 ‘테베’를 점령하기 위한 출정 길에 올랐다. ‘테베’로 진군하는 길에 ‘네메아’에서 마실 물이 떨어지자 샘물을 찾아 나선 병사들은 깊은 숲 속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아름다운 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힙 시필레’로 ‘네미아’ 왕자인 ‘오펠 테스’를 지키는 유모이자 노예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렘노스’ 섬의 여왕이었지만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네메아’ 왕에게 노예로 팔려온 신세였다. ‘힙 시필레’는 ‘아드라 토스’의 군대에게 자기만 아는 샘물의 위치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며 잠시 ‘오펠 레스’를 파슬리 밭에 눕혀놓은 뒤 병사들을 샘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돌아와 보니 왕자가 독사에 물려 죽어있었다. ‘아드라 토스’ 군대의 장군들은 이 사건을 흉조라고 믿게 되었고 결국 그들은 ‘테베’ 공격에서 참패를 당하게 되었다. 그 흉조가 그렇게 맞아떨어지자 사람들은 파슬리를 멸망의 풀로 믿기 시작했고 이후에 죽은 자의 영혼을 지하세계로 인도하는 ‘페르세포네’를 모시기 위해 무덤 위에 파슬리 화환을 놓아두는 풍습이 생겼다.
A.D 3C 경에 그리스인들이 작성한 향신료 목록에 파슬리가 올라와 있으며 로마인들은 파슬리를 방향제와 기분전환용, 그리고 승자에게 주는 월계관 대용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파슬리(영어: parsley)는 녹색을 띠는 쌍떡잎식물 산형화목(目) 미나리과(科)의 두해살이풀이다. 파슬리는 일종의 허브로 음식 위에 흩뿌려서 먹는 재료이다. 파슬리의 다른 종류는 뿌리채소 용도로 재배된다. 이러한 종류의 파슬리는 뿌리가 다른 재배종보다 훨씬 더 굵다. 영국이나 북미권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뿌리 파슬리는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 요리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재료이며 23-30도 C 정도의 기온에서 가장 잘 자란다.
파슬리는 씨앗의 종피(種皮)에 함유되어 있는 퓨라노쿠마린(Furanocoumarin)이란 성분 때문에 파종 후 발아하기가 아주 어려워서 싹이 트는 데에만 3주-6주가 소요된다. 발아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주변 식물에 비해 빨리 자란다. 파종 전에 씨앗을 하루 동안 물에 담갔다가 심으면 싹트는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 꽃은 2년이 될 때까지 피지 않는데 파슬리는 과거 유럽에서 흑사병의 만연을 방지하기 위한 약물로 사용되었던 이력이 있다. 파슬리는 일종의 공영 식물(共榮植物)이어서 함께 키우는 다른 식물의 생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공영 식물은 미나리과로써 기생충이 상대 작물로 모여드는 것을 막는다. 특히 토마토 종류가 유충으로부터 받는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주는데 이는 파슬리가 벌레들이 좋아하는 토마토 향기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파슬리는 서양요리에서 향신료뿐만 아니라 장식용으로도 널리 이용돼왔다. 독특한 향과 선명한 색이 서양인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여기저기 얼굴을 자주 내미는 사람을 '파슬리 같은 사람'이라고 비유할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파슬리 향이 너무 강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요리 중에 올리브 유등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파슬리는 채소라기보다는 실은 약초에 더 가깝다. 샐러리, 오이, 마늘, 양파, 레몬 등과 더불어 훌륭한 천연 이뇨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25g 정도만 먹으면 곧바로 화장실을 찾게 된다. 그래서 요로감염 환자나 통풍 환자, 신장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파슬리를 권한다. 게다가 적혈구를 만들 때 꼭 필요한 비타민인 엽산도 풍부하다. 엽산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인 호모시스테인의 수치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파슬리에는 특히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 C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철,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과 함께 살균작용을 하는 엽록소도 풍부하다. 파슬리 25g의 철분 함량이 돼지고기 200g의 철분 함량보다 더 많다.
또 신선한 파슬리 100g에는 뼈의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이 200mg이나 들어 있다. 칼슘의 왕이라고 불리는 우유보다 오히려 칼슘 함량이 많다. 그리고 파슬리에 풍부한 비타민K는 혈액응고를 돕고 정상적인 골밀도를 유지하는데 필수 영양소이다. 그래서 우유 등 낙농제품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파슬리가 훌륭한 칼슘 공급원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영양분과 항산화물질을 함유하는 파슬리는 암, 심장병, 뇌졸중, 백내장 발생 위험을 낮춰주는 건강채소로 통한다. 그러므로 고혈압, 당뇨병과 전립선 비대증, 여성의 생리 전 증후군, 식품 알레르기 등으로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 추천되는 식품이다.
하지만 옥살산(蓚酸; Oxalic acid)이라고 하는 독성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날 것으로 먹어선 안 된다. 끓는 물에 데치고 충분히 씻어서 독성을 제거한 후 섭취해야 한다. 파슬리의 제철은 5월이며 파슬리의 열량은 100g당 34kcal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임산부인 경우에는 하루 15g 이상 먹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2004년, 김수남, 이소희 등이 연구, 발표한 ‘파슬리 추출물의 피부 노화방지와 자극 완화에 대한 효과’에서 연구자들은 파슬리 추출물이 피부에 미치는 개선 효과를 조사하기 위하여 배양 인체 섬유아세포에서 total Collagen, type I procollagen을 각질 형성 세포주인 HaCaT 세포에서 prostaglandin E2(PGE2), interleukin lα (IL-lα)와 tumor necrosis factor α (TNFα)를, 무모 생쥐(Female albino hairless mice, Skh:hr-1)에서는 진피의 두께와 밀도를 비교, 측정하였다.
그 결과 1μg/mL 농도의 파슬리 추출물은 total collagen은 23%, type I procollagen은 18% 증가시켰고, 자외선 B에 의한 PGE2의 생합성은 약 60% 정도 감소시켰다. 10uM RA, 100μg/mL SLS와 자외선 B 30mJ/cm2로 조사했을 때, IL-1α 및 TNF α의 생합성 역시 1μg/mL 파슬리 추출물 처리 시 감소됐다. 4일 동안 1% 파슬리 추출물로 폐쇄 첩포 한 무모 생쥐의 진피 두께는 대조군에 비해 약 1.5배 정도 두꺼워지고 밀도도 훨씬 촘촘해졌다. 이 연구의 결과에서는 파슬리 추출물이 피부 노화방지 및 자극 완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7년 최정은, 문지선 등에 의한 ‘파슬리 추출물의 생리활성에 관한 연구’에서 활성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파슬리를 70% 에탄올로 추출하여 항염증 및 항노화, 미백효과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 실험에서 총 폴리페놀 함량,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 DPPH radical 소거능, NO 생성, cyclooxygenase2(COX2), MITF, tyrosinase, phospho-extracellular signal–regulated kinase (p-ERK), phospho-c-Jun N-terminal kinase (p-JNK)의 발현량 억제 효과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파슬리 추출물의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함량과 DPPH radical 소거능이 확인되었으며, RAW 264.7, B 16 F10, human dermal fibroblast (HDF) 세포에서 파슬리 추출물에 의한 세포독성실험을 진행한 결과 세포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범위에서 실험이 종료되었다. 이 실험 결과 NO 생성 억제 및 COX2억제 효과가 확인되었고 MITF 발현량은 억제된 반면 tyrosinase억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또한 JNK의 인산화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파슬리 추출물은 우수한 항산화 효과와 항염증 효과를 보유하는 기능성 소재로서 유용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파슬리가 구취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구취는 구강건강상태와 더불어 위장 건강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파슬리가 구강건강과 위장 건강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입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고 발표됐다.
담배를 피운 뒤에나 음주 뒤, 마늘을 먹은 뒤에도 파슬리 한 줄기를 먹으면 입 냄새가 가신다. 반면 파슬리는 자궁수축 호르몬을 분비시키므로 임신부나 모유를 수유 중인 여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파슬리 오일은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햇빛에 노출되는 피부에 직접 바르지 않도록 하고 혈당을 낮추는 효능이 있으므로 당뇨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파슬리 섭취 시 저혈당 발현에 주의해야 한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