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앤테이크 (11)
<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때마다 항상 대가를 받으려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항상 되돌려 받으려 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베푼 것을 절대 잊지 않고 빚을 떠안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예 잊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포도를 맺는 나무처럼 남을 도와준 다음 아무것도 되돌려 받으려 하지 않으며 다른 일을 시작한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2020년에 ≪오리지널스(Originals)≫, 2021년에 ≪싱크 어게인(Think Again)≫을 출간과 동시에 히트시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애덤 그랜트를 세상에 알린 첫 신호탄이다. 2013년에 출간되었다.
‘네가 나를 해치면 나도 너를 해친다.’, ‘네가 나를 도우면 나는 네게 빚진 셈이며 보답할 의무를 느낀다.’라는 호혜 원칙은 거의 모든 사회에서 지지를 받는 상식이자 불문율(不文律)이다.
지난 30여 년간 사회과학자들은 개인마다 선호하는 ‘호혜 원칙’이 다르다는 것, 즉 사람마다 주는 양과 받는 양에 대한 희망에 극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테이커(taker). 이는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유형이다. 그리고 세상을 ‘먼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장(場)으로 보고, 성공을 위해서는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가 내 것을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라고 말한다. 동료가 밥을 살 때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고르면서 본인이 밥을 살 차례가 되면 저렴한 중식당에서 “난 짜장면!”이라고 외치는 이가 테이커의 한 예이다.
둘째, 기버(giver). 이들은 상호 관계에서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선호한다. 기버는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둔다. 즉, 본인보다 상대를 더 중시하고 배려한다. 혼자 식사할 때는 김밥천국의 참치김밥으로도 기꺼이 끼니를 때우지만, 손님이 찾아올 경우 유명한 소고기집에서 특수부위와 육회를 대접하는 이가 있다면 그가 바로 기버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드문 부류다. 기버는 시간, 노력, 지식, 기술, 아이디어, 인간관계를 총동원해 타인을 도우려 노력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놀라운 점은 기버가 성공 사다리의 밑바닥뿐만 아니라 꼭대기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호혜 원칙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어떤 직업군에서든 기버가 꼴찌뿐 아니라 최고가 될 가능성도 가장 크다. 필자 역시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며 의료인이 기버일 경우 최고가 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본다. 기버인 의료인의 선행과 평판은 수많은 소개환자들로 환원되며 이는 매출의 폭발적인 증가를 낳는다.
셋째, 매처(matcher).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유형이다. 직업적으로 철저하게 테이커 또는 기버인 이는 드물며 대개 매처이다. 경조사비를 꼼꼼히 기록하여 꼭 받은 만큼 돌려주고 준만큼 기대하는 이가 매처에 해당된다.
이 책의 핵심은 간단명료하다.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심리학과 수석 졸업, 동대학원 석사, 미시건대 박사, 세대 3대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라는 금자탑을 만 31세라는 어린 나이에 달성했다. 매끈한 두피만큼이나 빛나는 지성을 소유한 그는 독자들 및 세인(世人)들이 던질법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는 형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버의 성공 기전(mechanism)은 무엇인가? 시대, 장소, 문화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이타적인 가치와 행동양식에 매력을 느낀다(대전제). 저명한 심리학자 샬롬 슈바르츠(Shalom Schwartz)의 연구결과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에 반해 테이커는 그 정체가 노출될 경우 조직 또는 집단에 의해 그 이기심을 응징당할 수 있다.
테이커 역시 이러한 사실들을 인지 및 인정하기에 사람들과의 만남 초기에 기버로 위장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극도로 발달한 현 시대에서는 기버의 선행과 태도는 금시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소전제).
이러한 긍정적 소문은 곧 명망(名望)으로 변환된다. 명망은 기버를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 및 원동력으로 작동한다(결론).
둘째, 기버의 성공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기버든 테이커든 매처든 누구나 성공할 수는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테이커의 성공을 질투하며 그들을 때려눕혀 콧대를 꺽을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버가 성공하면 사람들은 그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모두가 당신의 승리를 원할 경우 승리는 더 쉬워진다. 적을 만들지 않으면 성공은 더 쉽다.”는 랜디 코미사르(Randy Komisar)의 말이 이러한 사실을 대변한다. 뿐만 아니라 기버의 성공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유도하는 파급 효과를 부수적으로 발생시킨다.
셋째, 성공한 기버와 실패한 기버의 차이는 무엇인가? 실패한 기버는 자신의 이익에 무관심한 나머지 타인에게 베풀기만 하다 지쳐 쓰러지는 경우(burn out)가 허다했다. 반면에 성공한 기버는 타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넷째, 기버의 탈을 쓴 테이커를 분별하는 요령은 무엇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평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그 사람이 주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테이커는 아랫사람은 지배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윗사람에겐 깜짝 놀랄 정도로 고분고분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윗사람에겐 아부하고 아랫사람은 짓밟는다(kissing up, kicking down)”는 네덜란드 속담을 몸소 실천한다. 우리의 치대(치전원) 학창 시절에 종종 목격할 수 있었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던 전공의(레지던트)가 테이커의 전형이다.
교수, 선배, 동기들에게는 좋은 사람인척 행동하면서 후배 및 학생들에게는 학번 전원 호출, 전체 과제(report) 부여, 과오(過誤)의 연좌제 시행 등 철퇴를 휘두르던 바로 그 전공의를 떠올리면 테이커의 행동양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테이커를 가려내는 또 다른 방법은 테이커의 특징인 “구애 행동” 징후가 존재하는지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자만심이 드러나는 사진, 자기 이야기에만 신경 쓰는 대화는 그 사람이 테이커라는 믿을 만한 신호다.
다섯째, 호구가 되지 않는 전략은 무엇인가? 만만한 호구로 전락하는 것은 기버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악몽이다. 기버로 위장한 테이커에게 시간, 돈, 에너지, 인맥 등을 흡인(吸引) 당하지 않기 위한 전략은 바로 하버드대 수리 생물학자 마틴 노왁(Martin Nowak)이 제시한 ‘너그러운 팃포탯(tit for tat, 받은 대로 갚기 혹은 맞대응)’이다. 그는 관계의 초반에 상대의 행동, 태도를 관찰하며 기버의 자세를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상대가 테이커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기버는 행동양식을 매처의 전략(받은 만큼만 되갚기)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이 기버가 자신을 테이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비책이다.
부부갈등 또는 공동개원파국의 원인과 기전, 아내를 향한 사랑과 복종의 서약(저자는 애처가 혹은 공처가), 자녀 및 직원을 최고로 기르는 법 등이 어린 시절 소풍 가서 애타게 찾았던 ‘보물찾기놀이’의 보물들처럼 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1만 6천 원을 주식 또는 가상화폐가 아닌 이 책에 투자하라.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 -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