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원장]의 추천도서(18)

일의 격

2022-05-12     김병국원장
신수정 지음 | 턴어라운드 | 2021년 07월 01일 출간 쪽수 365ISBN13 9791190276023 / ISBN10 119027602X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다. 환경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낼 뿐이다.
- 에픽테토스-

2015년 1월 21일부터 2019년 10월 8일까지 총 223회에 걸쳐 tvN을 통해 방영되었던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신동엽, 전현무 등 전문 진행자 곁에 요리사 박준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요리연구가 겸 푸드스타일리스트 홍신애 등 음식 관련 전문가들을 공동 진행자로 배치했다. 그 결과 해당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앞세운 차별화에 성공하며 방영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식당들은 소위 대박이 났다. 1년에 한두 번 포항을 찾는 내 불알친구들 역시 여정의 마지막 날에는 항상 <수요미식회> 포항 편에서 소개되었던 장기식당의 소머리국밥 또는 환여횟집의 물회로 해장을 한 후에야 다시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갈 정도다. 이렇듯 전문가의 목소리에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협상의 법칙≫에서 허브 코헨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마케터 강민호(턴어라운드 대표)가 추천하는 책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일의 격≫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2010년 트위터에서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조언을 포스팅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2013년에 포스팅 시 글자 수 제한이 없는 페이스북으로 주(主) 활동무대를 옮긴 이후 더 큰 명성을 쌓아올렸다. 일과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담은 저자의 글을 접한 강 대표는 출간을 제안했다.

저자는 복수(複數)의 제안자들 중 최초로 손을 내민 강 대표를 선택했다. 강 대표는 직접 기획‧편집‧발행을 담당하며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보는데 산파(産婆) 역할을 했다. 후일담(後日譚)에 따르면 강민호 대표는 본인의 세 번째 책 집필을 미루면서까지

≪일의 격≫의 출간에 매진했다고 한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가 다른 가수의 새 앨범 발매를 위해 본인 앨범의 제작을 미룬 상황이나 진배없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설계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기계설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HP(현 한국HP)와 삼성SDS를 거쳐 기업보안 전문업체 인포섹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KT 부사장(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맡고 있다.
‘성장하는 나, 성공하는 조직, 성숙한 삶’이라는 부제(副題)를 통해 총 3장(章)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1장 성장(成長)은 일의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기술에 관한 내용이다. 성장의 기쁨과 커리어를 위한 핵심단서를 제공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40절(節,section)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를 지금 하라>이다. 후회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하면 그만이다. 이는 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고백, 공부, 효도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이는 멈춰서 후회하지만 현명한 이는 움직이며 변화를 모색한다. 

2장 성공(成功)은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2절 <또라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이다. 살다보면 인간에 대한 기대의 끈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이들을 조우한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가짐 또는 태도를 교화(敎化) 또는 변모(變貌)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구리, 납, 주석 따위의 비금속으로 금, 은 등의 귀금속을 제조하고, 더 나아가 늙지 않는 영약(靈藥)을 만들려고 했던 연금술사들의 생각만큼이나 허망(虛妄)한 것이다. 인간은 웬만해서는 변치 않는 존재다. 심지어 본인이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거나 사랑하는 이가 사망하는 일을 겪은 이후에도 인간은 태도나 심경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저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제안하는 또라이 및 소시오패스에 대한 대응책을 소개한다. 필자는 또라이 또는 소시오패스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똥을 된장으로 바꿀 수 있는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장 성숙(成熟)은 일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경력, 성과, 평판, 돈, 스트레스, 시간의 관리 및 배분 등에 관한 저자의 탁견(卓見)을 접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7절 <너무 잘 될 때 조심하라>이다.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때 무릇 교만해지기 쉬운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성정(性情)이다.

저자는 일이 잘 풀릴 때뿐만 아니라 안 풀릴 때의 계책까지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마치 유비(劉備)에게 닥칠 위기를 예감하고 오(吳)나라로 유비와 함께 떠나는 조자룡(趙子龍)에게 “어려울 때 꺼내보라”며 3개의 비단주머니를 주었던 제갈공명(諸葛孔明)처럼. 이른바 ‘신수정 표 금낭묘계(錦囊妙計)’라고나 할까?

하루에 1장(章,chapter)씩 읽는다면 독파(讀破)까지 총 3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저자의 글에 빠져들다 보면 이 책을 잡은 바로 그날 독료(讀了)하게 될지도 모른다.

회사 초기, 술자리에서 나의 옆에 와서 '사장님을 존경합니다. 영원히 옆에서 도우며 충성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던 간부 중 지금 나의 곁을 지키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조용히 있던 평범한 직원들이 나와 끝까지 왔다.
- 이나모리 가즈오(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사람)

 

글_김병국 원장
포항죽파치과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