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을 해독하는 단 하나의 열쇠 (30)
유아기의 심리적 방아쇠
유아기에 우리는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상태였다. 부모와의 관계는 어릴 때일수록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점은 유아기의 모든 강렬한 경험이 마찬가지다. 당시의 여린 모습과 그때 받은 상처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그대로 묻혀 있다.
그렇게 영향을 준 기억이 혹시 부정적인 것이면, 예컨대 공포나 창피의 기억이라면 억누르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받거나 관심받은 경험처럼 계속해서 다시 겪고 싶은 긍정적감정과 연관된 기억도 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누군가 혹은 어떤 사건을 만나면 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었던 경험의 기억이 되살아날테고, 그러면 그와 관련된 강력한 화학물질이나 호르몬이 분비될 것이다.
예를 들어 차갑고 자기도취적인 어머니를 두었던 청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유아기나 아동기에 이 청년은 어머니의 냉담함 때문에 버려진 기분을 경험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 다. 혹은 동생이 태어나 어머니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경우에도 그는 똑같이 버려진 기분을 경험했을 수 있다.
그런 그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연애를 한다. 여자친구는 그의 특정한 모습이나 행동에 대해 다소 못마땅한 기색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런 것도 건강한 연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이 청년에게는 심리적방아쇠가 된다. 여자친구가 자신의 결점을 알아챘으니 이제 곧 자신은 버림받을 거라고 상상한다. 청년은 곧 배신을 당할 거라는 강력한 감정에 휩싸인다.
대체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 출처도 알 수도 없는 통제 범위를 벗어난 감정이다. 청년은 과잉반응을 보이고, 여자친구를 비난하고 칩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바로 이런 행동이야말로 실제로 그가 두려워했던 결과, 즉 ‘버려짐’으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이 보인 반응은 그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기억에 대한 반응이지, 실제 현실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비이성이 극에 달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본인이나 타인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챌 방법은 행동의 변화를 눈치채는 것이다. 갑자기 아이처럼 굴거나 평소 성격을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 중심에 있는 핵심 감정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이 중심에 있을 수도 있다.
이때는 마치 어린아이가 몸을 웅크리듯이 그 상황으로부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발을 빼려는 반응을 보인다. 극도의 공포로 갑자기 몸이 아프다면 현장을 떠날 수 있는 편리한 이유가 될 것이다. 중심에 있는 감정은 사랑일 수도 있다.
희미하게나마 잃어버린 천국을 떠올리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가까운 부모나 형제 관계를 만들어보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릴지 모른다. 중심 감정은 극도의 불신일 수도 있다.
유아기에 권위를 상징했던 인물, 흔히 아버지가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배신했을 때 만들어지는 감정이다. 이 경우 돌연 반항적인태도의 방아쇠가 자주 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