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22)

공간은 경험이다

2022-06-13     김병국 원장

이승윤 지음 | 북스톤 | 2019년 03월 25일 출간  쪽수 240
ISBN13    9791187289524 / ISBN10    1187289523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고 당신이 한 행동도 잊지만, 당신이 준 느낌만큼은 결코 잊지 않는다.
I've learned that people will forget what you said, people will forget what you did, but people will never forget how you made them feel. -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2001년 11월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대학 진학을 위해 함께 상경(上京)한 고교시절 짝꿍 정겨운(모교인 순천고등학교는 남고이다-필자 주)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난생처음 “코엑스몰(COEX mall)”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한 정겨운 군(君)이 우중(雨中)에도 사람을 만나기에 용이한 곳이라고 하며 추천한 장소였다.

‘비 오는 날씨에 편한 장소가 어디 있으랴?’는 의구심을 안고 삼성역 6번 출구를 빠져나와 코엑스몰에 당도한 순간 지방 중소도시 출신의 약관(弱冠) 청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코엑스몰은 드넓은 면적에 걸쳐 수많은 상점들이 한 지붕아래 입점해있는 거대한 상업 공간이었다.

유년시절을 잠시 보냈던 미국에서도 본 적 없는 엄청난 규모였다. 단짝의 말대로 코엑스몰 안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날씨 걱정을 잠시 접어두어도 무방했다. 몰 자체가 실내(室內) 공간이었기 때문에.

코엑스몰은 2000년 5월 3일 개장(開場) 이후 ‘대한민국 최초‧최대의 복합쇼핑몰’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승승장구(乘勝長驅)했다. 그러나 2013년에 시작해 그 이듬해에 끝난 대규모 리모델링의 결과, 지나치게 규격화된 인테리어와 실내 랜드마크(landmark)의 부재(不在)로 인해 고객들이 길 찾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코엑스몰의 쇠락은 롯데월드몰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가속화되었다.

경영 위기에 빠진 코엑스몰을 구하기 위해 등판을 자처한 구원투수는 유통재벌 신세계였다. 신세계는 2016년 10월 28일, 코엑스몰과 운영권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해당 몰의 명칭을 “스타필드 코엑스”로 변경했다. 계약 이후 신세계가 가장 집중을 했던 작업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 덩그러니 방치되었던 중앙공간에 ‘별마당 도서관’을 설치한 것.
둘째, 휑하니 비어있던 흰 기둥들 표면에 광고를 게시한 것. 이 두 가지 프로젝트를 시행한 이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스타필드 코엑스 내 모든 길이 별마당 도서관으로 통하도록 동선(動線)이 변경되자 사람들은 더 이상 길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기둥 광고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되자 각 개인의 익명성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보다 편안한 심리 상태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을 지배하던 불편요소들이 사라지자 스타필드 코엑스의 방문객 수와 매출은 자연스레 동반상승했다. 공간을 재배치하여 최상의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를 제공한 것이 스타필드 코엑스의 부활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자 입장에서 궁극의 목표는 최상의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연결’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는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가 ≪마켓4.0≫을 통해 밝혔던 견해와 일치한다.
 

현재는 바야흐로 옴니채널(omni channel)의 시대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컴퓨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여러 채널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이들에게 ‘공간’을 통해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전략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공간’에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 다채로운 ‘경험’이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셋째, ‘오감(五感)’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소비자 심리에 관한 수수께끼들이 있다. 소비자들은 덜 혼잡한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더 고급스럽다고 여길까? 특정 색상을 사용하면 파일 다운로드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수 있나? 색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한가? 소비자들은 정말 와인이든 자동차든 묵직할수록 고급스럽다고 느낀다는 것이 사실인가?
 
답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책 안에 있다. 궁금하다면 일독(一讀)을 권한다.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