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26)

레드의 법칙

2022-07-07     김병국 원장

윤형준 지음 | 2021년 9월 17일 출간 | 쪽수 220
ISBN 13 9791188949335  ISBN 10 1188949330

 

모든 성취의 출발점은 꿈을 꾸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The starting point of all achievement is desire.         
                                                                            -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

 

모든 성공과 승리에는 그에 상응하는 비결, 밑거름이 있기 마련이다. 업종과 분야를 불문하고 후발주자(fast follower) 입장에서 선두(first mover)를 추격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선두의 성공방식을 모방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원조를 요청했던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재계서열 4위를 자랑하던 거대 재벌이었다. 대우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당시 선두기업인 ‘현대’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었다. 대우는 건설, 중공업(조선), 전자, 자동차 등 현대가 앞서 성공한 분야에 동일한 방식으로 투자해 잇따라 성공을 거두었다.

실제로 포뮬러 1(F1)에서도 의도적으로 선두 차량 후미(後尾)에 바짝 붙어서 레이스를 진행하다 마지막 한 두 바퀴를 남기고 추진력을 폭발시켜 역전을 노리는 전략이 자주 사용되곤 한다.

선두 모방 전략의 탁월함은 그 반대의 경우에서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숙련자들의 행위(performance) 또는 기술(technique)에 대한 지식이 없는 당구(billiards) 초심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험 부족으로 인해 득점을 위해 공을 보내야 하는 경로(당구길)를 전혀 모른다. 
둘째, 물리학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경로를 머릿속에 그린다. 이런 연유로 당구 초심자들은 실수를 연발한다. 그들의 실수 직후 “공을 왜 그렇게 쳤어?”라고 물으면 “이렇게 치면 저렇게 갈 거라고 예상했어. 그런데 실제로 공을 쳐보니 전혀 엉뚱한 방향 으로 가네.”라고 답하기 일쑤다. 어린 시절 당구 만화를 지나치게 탐독(耽讀)한 탓일까?

글머리에 인용한 문구를 남긴 나폴레온 힐(1883~1970)의 원래 꿈은 변호사였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 잡지사의 기자로 취직한다. 그러던 중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를 만나게 된다. 카네기의 애정 어린 조언을 받아들인 나폴레온 힐은 1908년부터 1928년까지 20년에 걸쳐 카네기가 건네준 성공한 인물 목록의 507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 과정을 통해 힐은 성공의 비밀을 정리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책이 바로 ≪성공의 법칙(Law of Success)≫과 ≪Think and Grow Rich(국내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출판사별로 제목이 각각 임-필자 주)≫이다. 그의 다른 저서들은 차치하고라도 앞서 언급한 두 책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만 3,000만 부를 훌쩍 넘긴다. 나폴레온 힐은 성공학의 대가이자 전설이 됐다.

저자는 2012년 신문사 입사 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MBA 교수들과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경영에 대한 내공을 쌓았다. 앞서 살펴보았던 나폴레온 힐의 성공경로를 그대로 따라갔다. 저자는 50명 이상의 경제계 구루(guru)들을 직접 대면하며 획득한 통찰들을 본 책에 녹여냈다.

최근 경영계의 인문학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철학, 역사학, 사회학, 인류학, 언어학, 심리학 등을 포괄하는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유행 속에서 ≪레드의 법칙≫은 경영에 있어 인문학이 왜 (why) 중요하며 어떻게(how)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서이다. 저자는 경영 실패로 인해 파산 직전까지 갔던 레고(LEGO)를 부활시킨 경영 컨설팅 회사 레드 어소시에이츠(ReD Associ ates)의 CEO 미켈 라스무센(Mikkel B. Rasmussen)과의 인터뷰를 책의 뼈대로 삼았다.

거기에 볼보, 이솝, 시스코, 산타마리아노벨라, 조셉조셉, 펭귄 출판사, 프라이탁 등 세계적인 기업 CEO의 인터뷰를 살로 덧붙였다. 여기에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삼성전자, 아디다스, H&M,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등의 스토리는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은 BMW다. 3, 5, 7로 핵심 내용을 요약할 수 있기 때 문이다.
첫째, 레드의 3법칙. 본질을 꿰뚫는 질문, 두꺼운 데이터 구축, 창의적 솔루션.
둘째, 5단계 센스메이킹 프로세스. FCLCI. Framing(문제 재해석/재규정), Collection(데이터 취합), Looking(데이터 해석), Creation(솔루션 개발), Impacting(영향력 구축).
셋째, 7가지 센스메이킹 훈련법. IQDCTMA. 상상(Imagine), 질문(Question), 의심(Doubt), 제한(Constrain), 훈련(Train), 매칭(Match), 행동(Act).

저자와 출판사의 지적재산권(지적소유권) 보호를 위해 필자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이다. 일독을 권하는 글을 끝맺으며 마케터의 관점에서 필자가 첨언하자면 책 제목을 ≪레드의 법칙≫이 아닌 ≪레고의 부활≫로 정했더라면 도서 판매량이 현재의 두 배는 족히 됐으리라 생각한다. 레드(ReD Associates)를 아는 이가 거의 없는 것과 반대로 레고(LEGO)를 모르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객은 인간이죠.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이 경영을 잘하려면 인문학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사회문화적, 심리적, 인문학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인문학을 현실의 경영세계와 연결하는 양면테이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미켈 라스무센(Mikkel B. Rasmussen), CEO of ReD Associates

 

글_ 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