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30)

마케팅 리스타트

2022-08-12     김병국 원장

≪마케팅 리스타트≫안병민 지음 | 책비 | 2015년 01월 30일 출간 쪽수 296
ISBN13    9788997263868 / ISBN10 8997263862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 <언젠가는>, 이상은

 2001년의 추석 연휴는 유난히도 길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 1일이 추석 당일, 2일이 휴일, 3일이 개천절이다 보니 9월 29일 토요일부터 10월 3일 수요일까지 무려 5일의 긴 연휴가 탄생했던 것이다.

샤넬(Chanel) 매장 앞의 대기 줄 만큼이나 긴 황금연휴. 수요일 유료시사회, 목요일 정식(공식) 개봉이 관례로 여겨지는 요즘 영화시장과는 달리 당시는 금요일 개봉이 일반적이었다. “라면 먹을래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힘들지?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라는 명대사들을 우리에게 선물한 영화 <봄날은 간다> 역시 2001년 9월 28일 금요일에 개봉했다.
 

길고 긴 연휴 동안 적지 않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 중 순천 매산여고 졸업 후 모 대학 생활과학부에 재학 중이던 김희연 양과는 <봄날은 간다>를 관람했다. 중고교 시절 풋사과 같은 몇 번의 연애만이 경험의 전부였던 당시의 내게 그 영화는 지루하고 또 지루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유명했던 허진호 감독의 심리묘사를 이해하기에는 필자의 내공과 연애 경험이 부족했다. 불만족스러웠던 영화처럼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그녀와의 관계(relationship)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 결과 당연히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후 2005년의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OCN에서 방영 중인 <봄날은 간다>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2001년 겨울부터 2005년 당시까지 4번의 연애와 3번의 이별을 경험한 나는 분명 예전보다 성숙해져 있었다. 허 감독의 의중(意中),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를 음미(吟味)하며 영화의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올라갈 때까지 나는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마케팅 리스타트≫라는 책을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5월 28일 토요일이었다. 조광덴탈이 주최한 치과 마케팅 세미나를 통해 처음 만난 열린비즈랩 안병민 대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안경테보다 더욱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강연이었다. 마케팅의 기본과 트렌드를 적절히 조합하며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피맥(피자와 맥주)과도 같은 절묘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강연 다음날 포항으로 내려가는 KTX에 몸을 싣기 전에 서울역 지하에 위치한 서점에서 ≪마케팅 리스타트≫를 샀다. 2016년 6월 한 달 동안 같은 책을 3회 정독했다. 이후 2020년 초 죽파치과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더 정독했다.

며칠 전 수개월 만에 원장실 대청소를 실시하면서 책장(shelf)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이 책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page)을 들추었다. 캐러비안의 해적들이 숨겨둔 보물과도 같은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룹 소녀시대의 대표곡 <다시 만난 세계>가 떠올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을 다시금 실감했다.
 

이 책은 대중들이 갖고 있는 마케팅에 대한 뿌리 깊은 세 가지 오해를 해소시켜줄 해독제이다. 저자가 머리말과 뒷표지를 할애하여 거듭 강조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에 대한 뿌리 깊은 세 가지 오해.
 첫째, 마케팅은 필요도 없는 물건을, 이른바 ‘펌프질’해서 사게 만드는 것. 모든 것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3.0시장의 마케팅 전략 방향성을 오롯이 담아낸 한 단어는 ‘진정성’이다. 화장으로 떡칠한 얼굴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민낯에 고객은 마음을 연다.
 

둘째, 마케팅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마케팅은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무언가를 파는 세상이다. 이제 마케팅을 모르고서는 현재를 살아나가기에 힘이 부친다. 직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마케팅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셋째, 마케팅은 어렵다. 물론 마케팅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적 석학들이나 마케팅 천재들만 다룰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것, 신뢰를 쌓아간다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마케팅의 범주에 들어간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대전의 성심당과 선병원, 현대카드 등 저자가 책을 통해 직접 칭찬 및 소개한 인물 및 기관들의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라는 타이틀 아래 “21세기 대표 밴드”, “현존 최고 밴드”라는 수식어를 가진 콜드플레이(COLDPLAY)의 첫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며 ‘카드회사 같지 않은 카드회사, 카드회사 위의 카드회사’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포지셔닝(positioning)을 완료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카드회사는 현대카드와 기타 등등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의 여름도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일독(一讀)을 권한다. 

 보고, 듣고, 느끼는 마케팅!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면 이 시대가 원하는 마케팅에 대한 영감과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 안병민, 책의 뒷표지 마지막 줄

 

글_ 김병국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