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을 해독하는 단하나의 열쇠 (42)
누군가 다른 사람이 주목을 받는데 거기에 그럴 만한 이유까지 있다고 느껴지면 심한 자기도취자들은 한바탕 악랄한 시기심에 불타 오른다. 이들은 극도의 자신감을 자주 내비친다. 이것은 늘 관심을 받는데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그들 내면의 휑한 공허함과 조각난 자아개념을 꼭꼭 감춰준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정말로 시험받는 상황이 됐다면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심한 자기도취자들은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은 흔히 남들을 자신의 연장선상으로 본다.
소위 ‘자기대상(self-object)’으로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 사람은 관심과 인정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다.
그들은 남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마음대로 부리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연애를 하게 되면 상대가 서서히 친구들과의 관계가 끊어지도록 만든다. 연애 상대의 관심을 받는 데에 경쟁자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심한 자기도취자중에서 재능이 뛰어난 일부는 일에서 구원을 얻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일에 집중시켜 그 업적을 통해 그토록 갈망하는 관심을 얻는다. 변덕스럽고 종잡을수 없는 경향은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심한 자기도취자들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자존감이라는 온도조절장치가 없는 그들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끊임없이 걱정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되면 장시간 외부에 관심을 집중하거나 일에서 오는 걱정이나 조바심에 대처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사람들은 직장이나 직업을 자주 바꾸게 되고 이것은 그들에게 다시 악영향으로 작용한다.
업적을 통한 진정한 인정을 끌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인위적으로 관심을 자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심한 자기도취자를 상대하면 짜증나고 지칠 뿐만 아니라 너무 가까워질 경우에는 우리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극적인 상황을 끝없이 연출하면서 우리를 그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경우 우리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심한 자기도취자와 연인이 된다면 대부분 만족하지 못하며 배우자가 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들은 결국 모든 일의 중심은 자신이 되어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한다. 그런 경우 해결책은 일단 그들이 심한 자기도취자로 확인된 이상 방해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심한 자기도취자들 중에서도 특히 더 위험하고 해가 되는 유형이 하나 있다. 그들이 상당한 수준의 힘을 손에 넣기 때문인데 바로 ‘자기도취적 리더’다.
이 유형의 유래는 상당히 오래됐다. 성경에 나오는 압살롬이 아마 최초의 기록일 것이다. 그러나 고대 문헌에는 다른 이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몇 명만 예를들어 보면 알키비아데스, 키케로, 네로 황제 등이 있다.
독재자나 제왕적 CEO는 대부분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이들은 보통 평균적인 심한 자기도취자보다 야망이 크며 한동안 그 에너지를 일에 쏟아부을 수 있다. 자기도취적 자신감에 가득찬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추종자가 생긴다. 이들은 남들이 감히 하지 못할 말이나 일을 하기 때문에 대단하고 실력 있어 보인다. 어쩌면 혁신적 제품에 대한 비전이 있을 수도 있고 워낙 자신감을 뿜어내기 때문에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도록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들은 사람을 이용하는데 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