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35)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
치의학, 의학뿐 아니라 경제학, 경영학, 마케팅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학자들(교수 또는 연구원)과 실무자들 사이의 괴리는 늘 존재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 또는 “온도 차”랄까?
최근 몇 년 사이 치의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MRONJ라는 질환이 있다. 정식명칭은 ‘골흡수억제제 투약에 따른 약제 관련 턱뼈괴사(Medication-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 이하 MRONJ)’이다. MRONJ란 “현재 또는 과거에 골흡수억제제나 혈관신생억제제를 사용했으며, 턱뼈에 방사선 치료병력이 없음에도 턱뼈가 노출됐거나 구강 내·외 누공이 8주 이상 지속되는 증상 발현”으로 정의된다. 명칭대로 턱뼈의 괴사(necrosis)를 유발하기에 일단 발생하면 치료뿐만 아니라 의사‧환자 관계의 유지‧관리가 녹록치 않은 질환이다. "Prevention first, treatment back up(예방이 우선, 치료는 거들뿐)"이라는 의료계의 격언처럼 결국 예방이 최선이다.
학술행사 중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인 참석자들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심심치 않게 오간다.
“오늘 강연 어때?”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 3만원 내고 등록했는데 뭐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MRONJ의 최신 지견에 관한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면 강연자인 교수님과 청중인 개원의들 사이의 온도 차이가 피부에 와 닿아 종종 멋쩍은 웃음이 절로 지어지곤 한다. 위의 대화처럼 청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치과 개원의들의 MRONJ 관련 니즈(needs)는 간단명료하다.
첫째, 질환을 유발하는 약제들의 종류(목록)와 투약기간.
둘째, 악골에 침습적인 치과 진료 또는 수술 전‧후 휴약기(drug holiday).
셋째, MRONJ 발생 시 프로토콜(protocol). 하지만 이런 개원의들의 바람(wish)이 무색하게 강연자인 교수들은 대부분 강의의 초반 10분 내외를 병인론(病因論,etiology,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에 할애한다.
브랜딩(branding)에 관한 담론(談論) 역시 그러하다. 브랜드학 3대 석학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아커(David A. Aaker), 케빈 레인 켈러(Kevin Lane Keller), 장 노엘 캐퍼러(Jean Noel Kapferer) 모두 교수이다. 그들의 저서들은 소위 “벽돌책”으로 불린다. 벽돌만큼 두껍고 무겁기 때문이다. 오늘 배워 내일 당장 활용(Learn today, use tomorrow)하고픈 마음을 가진 실무자들 입장에서 그들의 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론서’ 또는 ‘기본서’로 불리는 교수들의 저서와 달리 실무자들이 쓴 책들은 ‘실용서’로 불리며 간단명료하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이 그러하다. 6년 동안 브랜드 관련 실무를 담당하며 현장에서 체득한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제목은 피부에 와 닿고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라는 부제는 뼈를 때린다.
CHAPTER 1 마음을 보다
저자는 이 장(章)을 통해 브랜딩을 위한 몸 풀기, 준비단계에 대해 기술한다.
브랜딩이란 ‘고객의 무의식에 우리의 이름을 새기는 일’, ‘경쟁사와 차별화해서 성공해나가는 과정’, ‘고객과의 약속’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된다.
브랜딩의 첫 단계부터 추상성과 모호성이라는 장애물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역시도 ‘정답은 없다’라는 다른 이의 말을 빌려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브랜딩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인 브랜드(brand)에 대한 개념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지식은 확장될 수 없다.
미국마케팅협회 AMA,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에 따르면, 브랜드란 ‘판매자 개인이나 단체가 재화와 서비를 특징짓고, 이것들을 경쟁자의 재화와 서비스로부터 차별화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름, 어구, 표시, 심벌이나 디자인, 또는 이들의 조합’이라고 정의한다. 브랜딩이란 이렇게 추상적 개념인 ‘브랜드를 현실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브랜딩은 ‘브랜드 구축(構築) ①어떤 시설물을 쌓아 올려 만듦. ②체제, 체계 따위의 기초를 닦아 세움.’이라는 표현으로 대체 가능하다.
CHAPTER 2 전체를 보다
이 책 중 브랜딩 “총론(總論)”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2장 중 2절(節,section) ‘덕력 속 브랜딩 : 브랜드에 빠져들어야 브랜드를 만든다’와 4절 ‘탕비실의 브랜딩 : 엇나가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는 치의들에게 적지 않은 정보와 교훈을 주기에 집중해서 수차례 읽기를 권한다.
2절에 나와 있듯이 브랜더(brander)들 입장에서 실제로 잘 사용치 않는 제품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비단 치의뿐 아니라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치과 관련 영업사원 등 여러 치과계 종사들 입장에서 실력이 탐탁지 않은 치과를 가족, 친구, 선후배 등에게 소개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다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면 치과 병의원 원장의 실력이 미흡한 경우 직원들은 절대로 본인의 지인을 자신이 근무하는 치과로 내원시키지 않는다. 뒤집어서 이야기하자면 직원들의 지인들이 내원하지 않는 치과의 원장은 본인의 임상실력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만 한다.
4절 중 두 번째 관(款,subsection)인 ‘불평과 불만은 조직을 병들게 한다’는 사원의 문제에 관한 부분이다.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사원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solution)을 제시한다. 답은 책 속에 있다.
CHAPTER 3 업무를 보다
이 책 중 브랜딩 “각론(各論)”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5절 ‘CS 속의 브랜딩: 고객이 떠나는 이유와 돌아오는 이유’ 중 ‘불편한 것이 있는 고객을 위한 응대’가 백미(白眉)이다. 저자는 완벽에 가까운 프로토콜을 기술한다.
CHAPTER 4 바깥을 보다
시간에 쫓기는 바쁜 치의라면 3절 ‘면접실의 브랜딩 : 신입 사원들을 매료시키는 브랜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만성적인 구인난에 허덕이는 치과계의 현실 속에서 면접 및 채용 관련 세련된 매너를 익힐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이 바로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라는 정보를 전달하며 일독(一讀)을 권한다.
“책상 앞에서 머리만 쥐어뜯는다고 브랜딩이 되나요?”
알고 보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브랜딩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진짜 브랜딩’ 이야기
- 표지 중에서-
글_김병국 원장
포항죽파치과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