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그린] 자기도취의 법칙(51)
스탈린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때는 그토록 다정했던 이 남자를 변하게 만든 게 뭘까? 그는 여전히 친한 친구에게 아이 같은 애정을 보여줄 수도 있었으나 한순간 등을 돌리면 친구를 죽여 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이상한 특징들도 점점 뚜렷해졌다. 겉으로 스탈린은 극도로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프롤레타리아의 화신(化身)이었다. 누가 그를 공개적으로 찬양하자고 하면 그는 화를 냈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관심의 중심에 서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서서히 그의 이름과 사진이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Pravda)>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며 그를 거의 신격화했다. 군대 열병식에서는 머리 위를 나는 비행기들이 대형을 맞춰 하늘에 '스탈린'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종교에 가까운 숭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자신은 일절 개입하지 않았노라 말했으나, 결코 중단시키지는 않았다.
그는 점차 자신을 3인칭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가 개인을 넘어 어떤 혁명 세력이 된 것처럼. 결코 잘못될 수 없는 절대적 인물이 된 것처럼 말이다. 연설을 하다가 그가 우연히 어느 단어를 잘못 발음하면 이후의 모든 연설자는 그 단어를 스탈린처럼 발음해야 했다. 그의 최고 부관 중 한 명은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만약 옳은 발음을 고수했다면 스탈린은 내가 그를 지적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히틀러가 소비에트 연방을 침략하려는 게 분명해지자 스탈린은 전쟁 준비를 일일이 감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준비가 늦다며 부관들을 끊임없이 질책 했다. 한 번은 이렇게 불평하기도 했다. “이 많은 문제를 나 혼자 상대하고 있어... 이건 마치 나 혼자 싸우는 것 같아.” 이내 스탈린 휘하의 수많은 장군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기생각을 말했다가는 스탈린이 끔찍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테고, 그렇다고 스탈린의 말만 고분고분 따랐다가는 그가 불같이 화를 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탈린은 장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내가 대체 말을 왜 하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자네들은 '예, 스탈린 동지. 물론입니다. 스탈린 동지,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스탈린 동지‘라고 하잖아.” 혼자만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느낀 스탈린은 격노했고, 가장 유능하고 노련한 장군들을 파면해버렸다. 그는 이제 총검의 크기와 모양에 이르는 전쟁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하나하나 모두 다 직접 챙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탈린의 부관들에게는 스탈린의 기분과 변덕을 정확히 읽어내는 게 곧 생사와 직결된 문제가 됐다. 절대로 그를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그가 위험할 만치 예측불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