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취의 법칙 (52)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2022-11-17     로버트그린

 

스탈린의 눈을 똑바로 보아야만 뭔가를 숨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오래 쳐다보면 그가 초조해 하면서 시선을 의식할지도 모르니, 아슬아슬한 그 비율을 잘 섞어야 한다. 그가 입을 열면 메모를 해야 하지만, 모든 말을 다 받아써서는 안된다. 그랬다가는 수상쩍게 보일 것이다. 스탈린에게 직언을 한 사람 중에 일부는 잘 나가고 일부는 감옥에 갔다.

해답은 전체적으로는 스탈린의 말을 따르면서도 살짝살짝 언제 직언을 섞어야 할지 아는 데 있었다. 스탈린의 심중을 읽는 일은 마치 불가사의한 과학처럼 됐고 부관들은 이 과학에 관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했다.

가장 운이 나쁜 경우는 저녁 식사에 초대돼 그의 집에서 함께 심야 영화를 봐야 하는 때였다. 이런 초대는 거절하기가 불가능했는데, 전쟁이 끝나자 수가 자꾸만 더 잦아졌다. 겉으로는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혁명 동지들끼리 뭉치는 따뜻하고 친근한 사교 모임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공포에 벌벌 떨었다. 밤새 술판이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스탈린은 그의 최고위 부관들을 감시의 눈초리로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스탈린 본인의 술은 심하게 희석시켜 놓고 부관들이 자제력을 상실할 때까지 계속 술을 권한 다음, 그들이 행여 실수라도 할까봐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기를 쓰며 조심하는 모습을 남몰래 즐겼다.

최악은 저녁이 끝나갈 때쯤이었다. 스탈린은 축음기를 꺼내 음악을 몰고 부관들에게 춤을 추게 시켰다. 나중에 수상이 되는 니키타 흐루쇼프(Nikit Khrushchev)에게는 쭈그려 앉았다가 발로 차기를 계속해야 하는 격렬한 춤 '고파크'를 시켰고, 흐루쇼프는 종종 헛구역질을 할 만큼 힘들어했다.

다른 부관들에게는 짝을 지어 블루스를 추게 했고, 다 큰 남자들이 여자 역할까지 하며 춤추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곤 했다. 사람들의 동작 하나하나까지 마음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조종자처럼 궁극의 지배력을 보여준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