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취의 법칙(53)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54)

2022-11-17     로버트그린

 

이오시프 스탈린 같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커다란 수수께끼를 던져준다. 대체 어떻게 한 사람이 그토록 심한 자기도취자이면서도 그토록 매력적일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매력을 발휘하기에 영향력을 손에 넣을까?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게 저토록 명백한데 무슨 수로 남들과 교감하는 걸까? 사람들을 대체 어떻게 홀리는 걸까? 그 해답은 그들의 커리어 초창기 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이 아직 편집증적 성향을 보이거나 악랄해지기 이전 말이다.

스탈린 같은 유형은 일반적인 '심한 자기도취자'보다 더 큰 야망과 에너지를 품고 있고, 불안의 정도도 더 심한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 불안을 잠재우고 자신의 야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통 사람들이 얻는 것보다 더 큰 관심과 인정을 얻어내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관심과 인정을 받을 유일한 방법은 정치나 사업을 통해 사회적 권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들은 일찍 부터 거기에 필요한 최고의 수단을 손에 넣는다. 심한 자기도취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들 역시 약간이라도 모욕을 받으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탐지할 수 있는 정교한 안테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욕의 기미라도 살짝 비치면 즉각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이들은 자신의 그런 예민한 감수성을 타인을 향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타인의 욕망과 불안을 탐지하는 데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워낙에 예민하기 때문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 남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공감도 흉내 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니라 남을 지배하고 조종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당신을 갖고 노는데 필요한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탐구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관심이 모두 가짜라거나 아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당신의 어깨에 팔을 두른 그 순간만큼은 그들도 동지애를 느낀다. 다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 관계가 진정성있고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게끔 그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한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 할 수도 있고, 괜히 다른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열었다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어 당신을 끌어당긴 다음, 반드시 더 깊은 냉담함 속 당신을 꾀어 들인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어떻게 해야 그가 나를 다시 좋아할까? 이런 수법은 겨우 1~2초 정도의 찰나 동안 느끼고 지나갈 만큼 교묘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하다. 바로 팜므 파탈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밀당(밀고 당기기)'이다.

언젠가 느꼈던 그 따뜻함을 다시한번 느끼고 싶게 만드는 수법 말이다. 이들은 이례적일 만큼 높은 수준의 자신감을 내보이기 때문에 여기에 밀당까지 결합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사람들을 유혹하고 추종자를 끌어모을 수도 있다. 통제광 자기도취자들은 당신의 욕망을 자극해 그들과 가까워지게 만들면서도 언제나 한 뼘만큼의 거리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