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44)

생각에 관한 생각

2022-11-27     김병국 원장
대니얼 카너먼 저/이창신 역 | 김영사 | 2018년 03월 30일 | 원서 : Thinking, Fast and Slow 쪽수 727 ISBN13    9788934981213 / ISBN10 8934981210

“내가 현대를 발명했단다(I invented the modern age).”

 때는 1930년대, 장소는 미국. 한 60대 노인이 10대 소년과 교육 제도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오가던 중에 소년이 “이제 시대가 달라졌어요! 현대라고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노인은 위와 같이 답했다. 이 노인은 바로 헨리 포드(Henry Ford)다.
 

젊은 경제학도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을 해보자. 헨리 포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내가 행동경제학을 발명했단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지구상에 단 한 사람뿐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사람들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이코노메트리카 1) 1933년에 만들어진 경제학 학술지로, 이름처럼 계량경제학을 주로 다루나 기타 여러 경제학 분야도 다루는 계간지이다. 현존하는 경제학 저널 중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Econometrica)에 <전망 이론: 리스크 상황 하에서의 결정 분석(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을 투고한 1979년을 ‘행동경제학의 원년’으로 꼽는다. 이 이론을 창안한 공로로 대니얼 카너먼은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96년에 아모스 트버스키가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카너먼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을 것이다. ‘현존하는 인물에게만 노벨상을 수여한다’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방침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카너먼와 트버스키의 공동업적은 위 논문뿐만이 아니다. 1969년 공동 연구를 시작한 이후 5년이 되던 1974년, 두 위대한 심리학자는 사이언스(Science)지(誌)에 <불확실성 하에서의 판단: 휴리스틱과 편향(Judge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이라는 중요한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는 직관적 사고인 ‘휴리스틱’을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휴리스틱이 판단에 미치는 역할과 이를 입증하는 편견들을 소개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일반 대중들을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두 가지 시스템(Two Systems)'은 판단 및 선택에 두 시스템이 끼치는 영향의 기본 원리를 보여준다. 시스템 1의 자동 활동과 시스템 2의 숙고 활동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2부 ‘휴리스틱과 편향(Heuristics and Biases)'에서는 판단 휴리스틱을 다룬 연구들의 최신 동향을 살펴본다. 휴리스틱이란 시간 또는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편하고 빠르게 꺼내 사용하는 어림짐작이다.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휴리스틱에는 닻 내림 및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 등이 있다.
 
3부 '과신(Overconfidence)'에서는 인간들의 과도한 자신감과 무지, 그리고 이 세상의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력에 대하여 설명한다. 사람들은 본인들이 세상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각 사건에서 우연의 역할은 과소평가한다.
 
4부 '선택(Choices)'에서는 전망 이론의 핵심 개념들을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의사 전달을 어떤 틀 안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달 받는 이의 행동이나 태도가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본다.

5부 '두 자아(Two Selves)'에서는 우리 안의 두 가지 자아, 즉 경험 자아(experiencing self)와 기억 자아(remembering self)의 차이점을 소개한다. 이 부분을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 등 유명한 여행지를 방문하여 대자연 그 자체를 만끽하는 이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a.k.a. social network services)에 멋진 사진을 게시하기 위해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이의 심경 차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학식이 풍부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행동경제학 이야기,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일독(一讀)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1)1933년에 만들어진 경제학 학술지로, 이름처럼 계량경제학을 주로 다루나 기타 여러 경제학 분야도 다루는 계간지이다. 현존하는 경제학 저널 중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의 고전이다!” -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